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현재 관건은 공정위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9조의2를 삼성에 적용하면서 특혜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2015년 9월 공정위가 첫 명령을 내렸을 당시에는 법이 시행된 지 불과 14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 해석에 의견이 분분했다.
근본적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SDI의 지분을 매각하게 된 계기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서 비롯됐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서 전체 순환출자 고리는 10개에서 7개로 줄었지만 기존 순환출자 고리 중 3개는 되레 강화됐다.
크게 ‘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통합삼성물산’ ‘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통합삼성물산’ ‘통합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통합삼성물산’의 연결관계가 더욱 깊어졌다.
이에 공정위는 이 부회장의 삼성SDI 지배력을 약화시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시키거나 끊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분을 많이 팔면 이 부회장이 지배력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데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 명령을 처음 내린 2015년 9월에는 1000만 주를 매각하라고 지시했지만, 3개월 뒤인 2015년 12월 24일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매각해야 할 주식 수를 500만 주로 줄여줬다. 또 새로 강화된 신규 출자고리가 위법에 의한 것이라 아니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며 시정명령 등의 행정 제재 역시 취하지 않았다.
애초에 삼성이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순환출자고리가 강해진 것을 두고 양사 합병에 의한 불가피성을 존중해 준 공정위의 판단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됐다.
특검은 이런 의혹에서 이 전 부회장 측의 뇌물 공여와 청와대의 특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을 당시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미비했다는 지적을 보완해 내부적으로는 구속영장 승인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 등의 단서를 추가로 압수했다. 여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교환한 의견으로 추정되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일 최순실 씨를 소환해 삼성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내용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은 단지 이 부회장의 삼성SDI 지분 500만 주를 매각하라는 공정위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며, 공정위 판단과 관련해 어떤 대응도 없었다고 항변한다. 또 삼성 계열사와 자사주, KCC 등 우호지분을 합하면 통합삼성물산 지분이 62.62%에 이르기 때문에 이 부회장 측의 지배력에는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펼친다. 500만 주든, 1000만 주든 경영권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에 청탁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정위의 발표는 단지 가이드라인이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할 의무는 없었다. 그룹 차원에서 순환출자의 해소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중간금융지주법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실무 차원 문의했으나 부정적이어서 철회했다”고 답했다.
다만 특검은 공정위 압박을 포함해 안 전 수석의 수첩 등을 통해 삼성이 최순실 측을 지원했으며 이를 대가로 청와대가 삼성을 비호했다는 큰그림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번 소환 조사가 삼성과 박 대통령, 최 씨 간에 공모 혐의를 소명하고, 주고받기 식 거래 정황을 포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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