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정치학자인 고려대 김상협 교수는 미소냉전의 상황에서 세계의 국가들은 강대국인 미국이나 소련 둘 중 한 쪽에 줄을 서야 하는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속에서 미국 쪽으로 줄을 서고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는 후일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으로부터 소련 측으로 줄을 잘못서서 망했다고 호소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6·25전쟁에서 우리의 주권은 없어질 뻔했다. 비밀이 해제된 미국의 군사문서를 보면 맥아더 장군은 트루먼 대통령에게 중국 공격을 허락을 하지 않으면 한국을 포기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중국을 탈환한 시저가 되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야망도 있었다고 한다. 중공군이 평택까지 내려오자 미국은 한반도지역에서의 핵폭탄 투하를 검토했다. 미국행정부는 망신을 당하지 않고 한국전쟁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평택을 경계선으로 한 휴전을 요구했다. 모택동의 거절로 오히려 서울이 수복되고 지금 같은 군사 분계선이 형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안보를 남에게만 의지했을 때 일어났던 일이다.
국가를 스스로 지킬 힘이 있어야 주권도 존재한다. 노벨문학상 작가 오에겐자부로는 핵을 한 나라만 독점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단체 중에 한 사람만 총을 휴대하고 있다면 그는 폭력을 독점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무기를 든 사람의 도덕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는 경쟁적으로 핵을 개발하는 것인가 보다. 북한의 핵을 보고 미국에 대해 “어떻게 해 주세요”라고 구차한 사정을 하기 전에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전두환 대통령은 취임을 하자마자 미국 대통령에게 불려갔다. 미국 대통령은 핵을 개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당시의 민정수석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권력의 핵심에서는 은밀하게 핵을 개발해 보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러다 아무래도 미국의 정보망을 피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맺고 포기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국의 정보 위성이 세계 어떤 나라건 샅샅이 탐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나라가 진정한 주권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그의 책에서 되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말한 주권은 어떤 의미였을까. 미국에게 같은 민족인 북한을 때려달라는 단순논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돈으로 사드를 사서 미군의 관할로 하자는 것도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대통령 탄핵으로 어수선하다. 저마다 진영의 논리를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주권을 가진 국가가 되기 위해선 이제는 선동하기보다는 조용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엄상익 변호사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