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명 및 강령·당헌 개정안을 의결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 안상수 전국위원회의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7.02.13. ⓒ이종현 기자
[일요신문] 13일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약칭은 ‘한국당’. 영어 명칭은 ‘Liberty Korea Party(’LKP‘)’. 국민 공모를 통해 접수된 5800여 건의 후보작을 모아 새로운 당명으로 선정했다. 이렇게 2012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만든 당명 ‘새누리당’은 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한민국 정당은 ‘이미지 쇄신’을 내걸고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당명을 변경해 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당장 코앞의 선거와 의석 수만 생각해 당명을 변경하는 것이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진정한 쇄신 전략이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한민국 보수정당, 그들의 당명 변경 역사를 되짚어본다.
○민주자유당 (1990.1~1995.12)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거쳐 온 4개의 문패 중 첫 번째는 ‘민주자유당’이었다. 지금의 한국당의 뿌리인 ‘민자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테타를 통해 집권해 1981년 창당한 민주정의당이 그 시작이다. 민정당은 야권의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분열하며 노태우 후보가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 당선돼 정권을 재창출하게 된다.
현 자유한국당의 뿌리인 민주자유당. 여소야대 국회에서 ‘3당 합당’을 이뤄냈다. 사진은 민자당 단배식 1992.1.1 연합뉴스
하지만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패배하며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했다. 이 같은 상황에 돌파구로 등장한 것이 ‘3당 합당’이었다. 민정당과 통일민주당(김영삼), 신민주공화당(김종필) 이 3당이 합당하며 1990년 민자당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때 이 세 사람은 청와대에 모여 ‘새역사 창조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읽었다. “이제 우리는 당파적 이해로 분열·대결하는 정치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는 ‘구국의 결의’라고 했다.
이후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당선돼 보수집권여당의 자리를 지키는듯했지만 3년 뒤인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게 된다. 이어 YS(김영삼 대통령)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란죄 등으로 구속시키고 기존 군사정권의 이미지를 지우고자 당명을 바꾸게 된다. 이 때 만들어진 당명이 ‘신한국당’이다.
○신한국당 (1995.12~1997.11)
김영삼정부 막바지였던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직면하며 위기를 맞은 신한국당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YS의 아들 김현철 씨까지 비리에 연루되며 신한국당은 곤경에 빠지게 됐다. 이에 신한국당은 대선을 한 달 앞둔 1997년 11월, 민주당과 합당했다.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합당이었다. 그리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2년간 썼던 이름을 버리고 한나라당으로 개명하게 된다.
○한나라당 (1997.11~2012.2)
하지만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에게 패하며 한나라당은 야당으로 전락했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기존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한다. 2007.01.17 ⓒ연합뉴스
2003년 서울지검은 SK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회계장부에서 2002년 대선 무렵 거액의 회사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 결과 SK는 여야 후보 캠프에 거액의 불법 자금을 제공하고 선거 후에는 당선자 측에 ‘축하금’까지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돈을 건넨 대기업은 SK뿐만이 아니라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다른 대기업까지 확대됐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캠프가 2.5t의 트럭에 담긴 현금을 트럭째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 사건이 한나라당에게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남겨줬다.
한나라당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며 다시 집권여당의 자리를 찾았지만,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쓴 고배를 맛보고,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당하는 등 각종 악재가 치닫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당시 박 비대위는 당 혁신을 위해 당명부터 변경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전략이었다. 기존 보수의 상징이었던 파란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며 이미지 변화를 노렸다. ‘침대는 가구가 아닌 과학입니다’라는 카피로 유명한 홍보전문가 조동원 씨(전 홍보기획본부장)가 새로운 당명 ‘새누리당’을 만들었다.
○새누리당 (2012.2~2017.2)
그리고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과반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며 다시 제1당으로 자리잡았다. 같은 해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몰리며 결국 5년간 사용한 당명을 바꾸게 됐다.
하지만 당명 변경 4년 뒤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공천갈등으로 참패하고 말았다. 이후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휘말리고, 새누리당도 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비박계 일부 의원들은 바른정당으로 떨어져나갔고 새누리당은 둘로 쪼개지게 됐다. 결국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과 선을 긋고 차별화하기 위해 또다시 당명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대한민국 보수정당은 5번째의 새로운 문패를 갖게 됐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출범과 동시에 논란에 휘말린 당명·로고…‘극과 극은 통한다?’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야심차게 내놓은 새 로고에 대해 한국당은 “보수의 핵심가치인 자유와 세상을 밝게 비추는 횃불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새 당명과 로고를 발표한 지 하루도 안 돼서 온갖 조롱을 당하고 있다. 로고 안의 빨간색 횃불 모양을 두고 조선중앙방송 로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김일성의 봉천보 전투를 기념하는 봉화탑 이미지, 그리고 이를 그린 <조선중앙TV>의 로고와 비슷하다며 “표절한 것 아니냐”, “역시 극과 극은 통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유당 관계자는 “새로운 로고는 세상을 밝게 비추는 횃불에 진취적인 도약, 서로 포용하고 통합하는 의미일 뿐, 현재 제기된 의도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당명의 약칭 ‘한국당’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떻게 나라 국호를 특정 정당의 약칭으로 쓰냐”면서 “최순실 게이트를 감추기 위해 국호를 동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온당하지 않다. ‘자유당’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남의 당 이름을 자기 맘대로 바꾸냐”고 불쾌함을 드러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유한국당이 ‘한국당’을 약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