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품질경영을 강조해왔지만 최근 치약과 화장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사진제공= 아모레퍼시픽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판매채널 ‘아리따움’에서 판매한 ‘모디 퀵 드라이어’ 제품을 회수하고, 1월에는 문제 제품의 6개월간 판매를 금지하는 바이오 행정처분을 내렸다.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프탈레이트’가 문제 제품 포장재인 스포이트 부분에서 식약처 기준치의 50배 이상 검출됐기 때문이다. 현행 화장품법 유통화장품 안전관리기준에 따르면 화장품에서 프탈레이트 사용 기준치는 g당 100㎍(마이크로그램) 이하다. 그런데 문제 제품에서는 프탈레이트가 5060㎍ 이상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첨가하는 제품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프탈레이트는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이다. 프탈레이트에 과다 노출될 경우 여성 불임, 남성 정자 수 감소 등 불임 문제와 성 조숙증 등 생식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프탈레이트 사용에 제재를 가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환경호르몬은 발암물질이라 하더라도 추후 암이 발생할 경우 인과를 밝히기 어렵다”며 “의료당국의 철저한 모니터링과 기업의 품질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모디 퀵 드라이어 제품.
모디 퀵 드라이어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A 제조사가 납품해 판매돼 왔다. 아모레퍼시픽 자회사인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에서도 모디 퀵 드라이어와 같은 제품을 A 사를 통해 받아 판매해왔다. 이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은 문제가 불거진 제품 외에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에서 판매 중인 A 사가 제조한 동일 제품도 전량 회수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제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식약처의 행정처분과 전량 회수 방침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고 콜센터와 매장을 통해 환불을 진행했지만, 제품의 유해성을 모른 채 여전히 문제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많다.
특히 일선 매장에서 근무하는 판매직원들은 해당 제품의 유해성과 내부 방침에 대해 소비자에게 직접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환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본사 차원에서 판매사원들에게 해당 제품의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라는 교육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매장에서 관련 공지나 안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치약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아모레퍼시픽이 발암 물질이 검출된 화장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유해성을 알리지 않은 점 때문에 소비자의 불신은 한층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유해성을 모른 채 계속 문제 제품을 사용해온 김 아무개 씨(26)는 “발암물질이 검출된지도 몰랐다”며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면 누가 그걸 일일이 보고 환불받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모레퍼시픽은 ODM 방식으로 납품받아 판매하는 제품이 자체제조 제품에 비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또 납품받아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 관리를 위해 내부 매뉴얼에 따라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점검 매뉴얼에 대해서는 대외비를 이유로 공개하고 않는다. 발암물질이 검출된 해당 제품의 누적 판매량이나 회수량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특정 제조번호를 달고 나온 제품에서만 프탈레이트가 검출됐으나 문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환불조치했다”며 “통상적으로 업계에서 진행하는 방식 이상으로 그룹 차원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힘썼다”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