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에서는 ‘지인’으로만 검색해도 ‘지인 능욕’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다.
[일요신문] 여성 연예인들 합성사진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연예인의 얼굴에 음란물이나 나체사진이 합성돼 온라인에서 유포됐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언론을 오르내린다. 이 같은 합성사진이 이제는 연예인을 넘어서 비연예인을 대상으로도 번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합성사진이 생산·유포되는 진원지는 SNS다.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게시물에 큰 제재를 가하지 않는 SNS인 트위터, 텀블러 등에서는 ‘지인 능욕’ 계정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인 능욕 계정은 이용자들의 요청을 받고 그들이 보낸 사진에 수위가 높은 사진을 합성한 후 공개한다.
트위터나 텀블러에서는 검색창에 ‘합성’이라는 단어만 입력해도 ‘지인, 능욕, 전여친, 걸레’ 등의 연관 검색어가 나온다. 수많은 ‘지인 능욕’ 계정에 공개된 합성 사진에는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댓글이 달린다. 댓글의 대다수는 사진 속 피해자에 대한 비하 발언이나 성희롱적 내용이다.
지인 능욕에는 합성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계정 운영자는 합성하지 않은 일상 사진 여러 장을 게시하며 ‘능욕’을 즐기기도 한다. 그들은 지켜보는 이들을 흥분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이름, 나이, 거주지 등 간단한 신상 정보와 자극적인 설명을 남긴다. 설명은 피해자가 ‘문란한 성생활을 즐긴다’며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하예나 DSO(Digital Sexual Crime Out·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는 “지인 능욕은 가해자가 ‘처벌’의 시점으로 행하는 일종의 마녀사냥”이라며 “판단의 주체성을 가해 남성이 가지고 있고 자신의 기준에 피해자는 ‘부도덕한 여성’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인 능욕의 대상 상당수가 미성년자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공개된 신상에는 재학 중인 학교가 나와 있기도 하는 등 다수의 피해자가 20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나이나 학교가 공개되지 않은 사진 또한 교복을 입은 사진이거나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트위터에 올라온 ‘지인 능욕’ 관련 게시물들.
이런 사진 합성과 유포는 SNS 이용자들의 이른바 ‘제보’로 이뤄진다. 지인 능욕 계정 운영자들은 SNS 내 쪽지로 제보자의 전 여자 친구나 지인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받는다. 사진 공개와 함께 남기는 말은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사진을 합성하고 문화상품권을 요구하는 운영자도 있었다. 대가를 받고 사진을 합성해주는 과정은 ‘거래’라고 불렸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현금이 아닌 문화상품권을 사진 합성의 대가로 받았다. 문화상품권은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핀 번호가 있어 이런 거래에 자주 활용된다.
합성 의뢰받은 사진을 공개적으로 유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주고받거나 제한적 공간에서만 공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다른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사진을 전달하거나 선별된 인원만 다른 SNS에 초대해 그룹을 만들어 놓고 활동했다. 트위터나 텀블러는 가입 없이도 누구나 자신들이 올린 사진을 볼 수 있기에 이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
자신들만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듯 보이는 한 계정은 “출석요구서가 날아왔다. 간단한 진술을 하고 올 예정”이라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신고가 됐음을 밝히기도 했다. 계정 운영자는 “합성사진 신청자 역시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길 듯하다”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
지인 능욕 계정 운영은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는 행위다. 문정구 법무법인 한길 변호사는 “합성사진의 경우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형법상 모욕죄만 성립했다”며 “최근에는 이를 타인의 정보 훼손행위라고 보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유명 가수의 합성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합성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주고 받는 것 또한 처벌이 가능하다. 문 변호사는 “그런 경우에도 모욕죄가 성립된다”면서 “사진에서 피해자의 신체가 노출됐다고 판단되면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 가능하다. 몰카 등 직접 촬영이 아니라 사진의 유포만으로도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에서는 ‘지인 능욕’이 정보통신망 등에 관한 법률로 다뤄지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환서 DSO 활동가는 “지인 능욕은 가장 흔하게 일어난 디지털 성폭력 범죄”라며 “하지만 흔한 만큼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단체가 경찰에 신고를 해도 피해자가 직접 수사 의뢰를 하지 않으면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온라인 상의 성폭력 또한 비친고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마치 음란물의 한 장면처럼…연예인 합성사진 계정도 기승 연예계는 떠도는 합성사진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인기 연예인들은 자신의 얼굴이 음란물에 가까운 수준으로 합성된 사진이 온라인을 떠돌아 곤욕을 겪었다. 이에 소속사 측이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연예 기획사의 강경 대응에도 연예인 합성사진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위터나 텀블러 등 SNS에는 ‘지인 능욕’ 계정 외에도 연예인 합성사진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계정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합성사진을 만들어 올리기도 했고 다른 이들의 주문을 받아 사진을 합성하기도 했다. ‘연예인 합성’ 계정은 합성의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이들은 언론에서 문제가 된 바 있던 일부 가수들 외에도 연기자, 스포츠 스타까지도 합성사진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피해 연예인 중에서는 아직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다. 그칠 줄 모르는 합성사진에 일부 연예인 팬들은 피해 사례를 모아 연예 기획사에 제보를 하기도 한다. 데뷔 이후 활동 기간이 길지 않은 한 걸그룹도 지난 1월 “온라인 악성 게시글에 대해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며 “자체 모니터링 및 팬 제보를 통해 악성 게시글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