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얘기다. 이 게임의 승자는 ‘이명박근혜’ 10년 정권의 고리를 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의 기시감인 셈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근소한 차로 박근혜 후보를 누른 뒤 본선에서 파죽지세로 권좌의 자리에 올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룰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다. 모바일(ARS) 투표를 비롯해 인터넷 투표, 순회경선 투표, 최종 현장 투표 등 4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2년 대선 경선 룰과 유사하다. 민주당은 2월 15일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예정일 3일 전까지 경선인단을 1차로 모집한 뒤 탄핵 인용 익일부터 일주일간 2차 모집에 나선다. 정당 경선 사상 처음으로 무료 공인인증서도 도입한다. 이 인증서는 약 2700만 명이 사용 중이다.
선거인단은 최대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내부 예상 설계치는 130만 명이었으나, 모집 첫날 30만 명에 육박하는 선거인단이 참여함에 따라 200만 명 돌파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또한 호남을 시작으로 충청, 영남, 수도권·제주·강원 등 4개 권역별 순회경선을 한다. 5년 전 경선 때는 13개 순회경선을 했다. 당시 총 선거인단 108만 5004명 중 61만 4257명(투표율 56.69%)이 참여했다.
“오픈프라이머리의 속살을 보면 경선 판세가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속살은 ‘온라인 동원력’이라고 말했다. 과거 ‘박스 떼기’ 등으로 대변되던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조직력을 활용한 ‘동원력 싸움’이라는 점은 같다는 얘기다. 파죽지세인 안 지사의 바람에도 문재인 캠프 내부가 “결선투표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015년 야권 발 정계개편 과정에서 비문(비문재인)계 상당수가 국민의당으로 이탈했다. 대신 비슷한 시기 도입한 온라인 당원 모집 때 ‘10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 온라인 당원의 다수는 친문(친문재인)계다. 이들은 지난해 8·27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전해철·양향자·김병관 최고위원 등 친문계 인사들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직력에서 우위를 점한 문 전 대표 측이 유리한 셈이다. 문재인 캠프 내부에선 “득표율 70%도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아다닌다.
문재인 캠프의 내부 목표는 ‘100만 명’이다. 민주당 목표치인 200만 명의 절반이다. 결선 투표 없이 본선직행 열차를 타겠다는 얘기다. 이 중 투표율 70%로 가정하면, 실제 선거인단 수는 140만 명 정도다. 5년 전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 투표율은 56.69%였다. 이 투표율로 가정해도 115만 명 정도다. 60만∼70만 명 정도면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셈이다. 13연승을 기록했던 문 전 대표의 지난 대선 경선 최종 득표수는 34만 7183표(득표율 56.62%)였다.
2015년 기준 민주당 권리당원은 25만 명 안팎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문 전 대표 지지자다. ‘10만’ 온라인 당원까지 합치면 만만치 않은 수치다. 여기에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대거 입당할 경우 70만 명 확보는 시간문제라는 게 캠프 내 분위기다.
안 지사 측은 100만 명을 목표치로 잡았다. 조직력은 문 전 대표에 비해 열세지만, 세대 구도에서 ‘2040 vs 5060’ 상쇄 전략으로 나간다는 계획이다. 문 전 대표가 2040에서 ‘7 대 3’ 정도로 우세지만, 이를 5060에서 상쇄한 뒤 호남과 충청 등의 바람을 수도권으로 북상시킨다는 복안이다.
또한 당내 비문계와 당 밖 제3지대 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점도 호재거리다. 당내 ‘탈당설’과 ‘안희정 지원설’을 놓고 고심 중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당내 비문계 중진그룹인 변재일·박영선·오제세·이상민·이종걸·진영 의원 등과 재선의 이언주 의원, 초선의 김성수 의원 등은 2월 15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래문(이래도 문재인 저래도 문재인)은 안 된다’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 비문계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이 모임 중 일부는 차기 대선 출마 및 킹메이커 역할을 놓고 고심했다”며 “당내 확실한 ‘문재인 대항마’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인 행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다수는 안 지사 돕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2월 15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서울 여의도에서 회동하고 개헌 연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책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2월 16일∼19일 독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김 전 대표와 회동한다. 제3지대 세력이 모두 반문연대 전선에 들어온 셈이다.
이 시장 측의 자신감도 넘친다. 목표치는 ‘70만 명’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의 목표치보다는 낮지만, 캠프 내부에선 이 정도만 확보해도 본선 승리의 매직넘버는 이 시장의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장 측이 예측하는 경선인단은 160만∼210만 명이다. 예상 투표율은 65% 안팎이다. 실제 투표 참여자 수를 110만∼140만 명으로 가정하면, 53만∼70만 명이면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각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3위로 추락한 이 시장 측은 최소 문 전 대표의 53만 표를 저지해도 결선투표제가 있는 만큼, 9회 말 투아웃 역전타도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한 관계자는 “이 시장 지원조직인 ‘흙수저 후원회’가 결성된 지 3일 만에 5억 원을 돌파했다”며 “밑바닥 민심은 우리의 편”이라고 잘라 말했다.
승부처는 호남과 수도권이다. 지난 대선 때도 호남(25%)과 수도권(50%)이 전체 선거인단의 75%를 차지했다. 5년 전 56.52%로 본선에 직행한 문 전 대표가 과반에 미달한 지역은 광주·전남(48.46%)과 전북(37.54%), 충북(46.11%), 경남(45.09%), 강원(45.85%) 등이었다. 전북은 당시 정세균 후보, 경남은 김두관 후보의 전략지역이었다. 문 전 대표가 타 후보들의 지지기반 지역과 호남에 약한 고리를 드러낸 셈이다.
안 지사의 근거지는 충청, 이 지사는 서울에 이어 2번째로 선거인단이 많은 경기다. 또한 우클릭에 나선 안 지사는 중도층, 좌클릭 기조를 유지하는 이 시장은 2040세대 등 진보층에 각각 소구력을 지닌다. 안 지사는 중도층 및 50대 이상, 이 시장은 진보층 및 2040세대 갈라치기에 성공한다면 ‘문재인 대세론’의 확장성을 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보수층 유권자들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정황도 포착, ‘안희정 지지’ 등 역선택이 선거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문 전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친문 측 실세와 송영길 총괄본부장의 갈등설이 떠올랐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영입 논란 등의 그림자도 온전히 거둬내지 못했다. 대규모 자문인단 구성 등 ‘인해전술’에 나섰지만 지지도 확장성은 한계를 드러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호남을 비롯한 중도 계층과 2040세대 확장성 등이다. 안 지사나 이 시장의 갈라치기 전략과 맞물린다.
실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퇴 전후인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1월 2주차와 2월 2주차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각각 19%·20%,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참조) 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도는 31%에서 29%로 하락했다.
특히 호남에서 39%에서 31%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도 계층에서도 36%에서 31%로 하락했다. 20대(19세 포함)에서는 1%포인트(39%→38%), 30대에서는 6%포인트(49%→43) 40대에서는 5%포인트(36%→31%) 하락했다. 반면, 안 지사는 같은 기간 6%에서 19%까지 지지도가 치솟았다. 호남에서는 무려 10배(2%→20%) 상승했다. 대전·충청·세종에서도 12%→27로 15%포인트나 올랐다. 중도에서는 5%에서 25%로,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6%→20%로 각각 상승했다.
범주류 한 관계자는 “권역별 순회 경선이 호남과 충청 순 아니냐”라며 “비문 후보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공보팀 관계자는 “이번에는 ‘문재인 대세론’이 상수”라며 “지지층이 겹치는 이 시장보다는 교집합이 적은 안 지사가 뜨는 게 낫다. 안희정 대망론은 우리에게는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비문 후보들이 1위가 아닌 문 전 대표의 과반 저지에 나서고 이들이 전략적 연대에 나선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주도자는 나야 나“…문재인vs손학규 과거 통합 논의 주체 공방 “야권 대통합 이슈가 사라졌다.” 대통합은 야권의 단골 선거 메뉴였다. 2017년 대선은 예외다. 야권 분열은 87년 체제 이후 야권의 두 축을 형성한 ‘호남’과 ‘친노(친노무현)·운동권’의 갈등이 뿌리지만, 민주통합당 출범의 주체 논쟁을 거치면서 한층 심화됐다. 이번 대선이 ‘야권 대 야권’의 싸움으로 전락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당시 야권 통합의 주체를 놓고 범야권 내부 의견은 엇갈린다. 중심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월 17일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학규 전 대표가 있다. 야권 내 통합 논의는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전 대표 등은 2010년 8월 19일 DJ의 초청으로 저녁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원조 친노’인 이해찬 민주당 의원, 배우 문성근 씨를 비롯해 범 친노계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등 6∼7명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 씨는 야권단일정당 운동인 ‘백만민란’을 주도한 국민의명령 대표였다. DJ는 이들에게 사실상의 유훈인 ‘야권 통합’을 주문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이때부터 야권 통합에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그것이 ‘혁신과 통합’, 한국노총과의 통합의 결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한 모델은 브라질 전 대통령의 ‘PT’(노동자당)를 기반으로 한 야권단일정당이었다. 비노(비노무현)계 얘기는 다르다. 당시 민주당의 당 대표였던 손학규 전 대표의 희생이 없었다면, 야권 통합은 ‘친노만의 잔치’로 끝났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손 전 대표는 2011년 11월 3일 “민주진보세력의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며 민주진보통합정당 결성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야권통합을 위한 제 정당정파 대표자 연석회의를 열고 ‘11월 말 추진 기구 구성-12월 말 통합 완료’ 등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후 민주진보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손 전 대표가 직접 맡았다. 최고위원 전원은 추진위원으로 들어갔다. 손 전 대표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간 갈등이 극에 달할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과 단독회동하고 “문을 열어줍시다”라고 말했다. 혁신과통합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5 대 5’ 지분을 받아들이자는 말이었다. 당시 통합 반대파였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에 강력 반대했다. 손학규계 의원들도 “대선 후보를 내주는 격”이라며 손 전 대표를 전방위로 설득했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통합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손 전 대표가 통합을 선언한 지 한 달도 안 된 11월 말 통합의 주도권은 혁신과통합 쪽으로 넘어갔다. 한 달 뒤인 12월 16일 민주통합당 창당, 이듬해 1월 15일 친노 ‘한명숙 체제’ 출범 등 친노의 당 장악은 현실화됐다. 친노계가 전면에 부상한 뒤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참패, 한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해 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문 전 대표가 56%의 득표율로 손 전 대표를 더블스코어 차로 제치고 본선에 직행했으나, 18대 대선의 문턱에선 패배를 맛봤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