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사장이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되면서 신한카드의 차기 사장이 누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면서 신한카드는 새로운 수장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1월 말 지주회장 경쟁에서 자진 사퇴 후 유력한 은행장 후보로 떠오른 위 사장은 예상대로 신한은행장에 오르면서 그룹 내 2인자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위 사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연쇄이동이 예고됐다. 신한카드를 비롯한 신한금융 계열사 CEO는 오는 3월 초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 차기 신한카드 사장엔 위 행장 내정자와 신한은행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김형진 신한지주 부사장과 임영진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신한카드가 은행에 이은 지주 내 2위 계열사이니만큼 행장에 버금가는 무게감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신한카드 사장은 그동안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나 신한은행 부행장, 계열사 사장 급에서 선임됐다. 신한카드가 2007년 10월 옛 LG카드와 통합한 후 초대 사장을 맡았던 이재우 사장은 직전에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했고 위성호 내정자 역시 2011년까지 신한은행 부행장을 맡아오다 2013년 신한카드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을 거쳐 그해 8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형진 부사장은 1958년생에 경북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신한은행 기업그룹담당 부행장,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 등을 역임했다. 임영진 부사장은 1960년생으로 수성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영업추진본부장과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다.
카드업계는 두 사람 중 임영진 부사장이 우위에 있다는 평을 내놓는다. 한동우 회장이 1990년대 초 신한은행 종합기획부 부장을 맡았을 때 임 부사장이 대리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어 신임이 두텁다는 것. 또 신한금융은 회장과 행장 등 후보자 풀을 철저히 관리하기로 유명한데, 김 부사장은 이미 계열사 CEO를 거친 반면 임 부사장은 아직 사장 경험이 없어 ‘사장 수업’ 차원에서 그에게 카드 사장을 맡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들 외에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사장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CEO의 교체 시기를 맞은 다른 카드사 사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높다. 우선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이 지난 1월 이미 3년 임기를 마쳤고, 서준희 BC카드 사장도 지난해 12월 임기가 끝났다.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과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도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의 거취는 오는 3월 주총과 맞물려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연임 여부에는 ‘최순실게이트’가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하고 있다. 우선 경영성과는 좋은 편이다. 그간 삼성카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검 수사 등으로 삼성그룹 전반이 어수선한 만큼 교체보다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에 최순실 게이트로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고 이미지를 쇄신한다는 차원에서 전격 교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삼성증권·화재·생명 등 그룹 내 다른 금융계열사 사장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을 필두로 그룹 핵심 수뇌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사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준희 BC카드 사장은 본인을 스카우트했던 황창규 KT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임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BC카드는 황창규 회장의 방침에 따라 CEO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임기 말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2년 연속 연임에 성공한 서 사장은 지난해에도 국내외에서 수익 창출원을 성공적으로 발굴하는 등 내실경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이 오히려 걸림돌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CEO부터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중이다.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 역시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민영화 이후 재선임되면서 유임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과 당기순이익 등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연임 전망에 힘을 보탠다. 반면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니만큼 카드시장을 잘 아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거나 우리은행 역시 인사적체 해소 차원에서 교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지난해 취임 후 구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노조 간 통합을 이뤄내는 등 조직 융합에 성과를 냈다. 또 지난해 전년 대비 648% 증가한 75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등 실적도 크게 개선돼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사의 계열사 인사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은 만큼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하나은행의 특혜대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하나금융그룹 전체가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CEO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당연히 경영성과”라면서도 “다만 특검 수사와 정치권 지형 변화 등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존재하느니 만큼 새로운 인물이 갑자기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카드사들의 이사회가 소집되지 않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