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결국 파산했다.연합뉴스
‘한진해운 파산’에 고 조중훈 회장의 ‘수송보국’ 물거품
[일요신문]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대표했던 한진해운이 결국 파산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수석부장 정준영)는 17일 오전 한진해운에 대해 파산선고를 했다. 국내 1위 세계 7위 선서인 한진해운이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9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1,300명에 달했던 직원을 50여명으로 줄이고 일부 자산을 매각하는 등 회생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물류대란과 국내 정치 사정의 급변 등으로 회생엔 실패했다.
법원은 “한진해운이 주요 영업을 양도함에 따라 계속기업가치의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인정됨에 따라 이달 2일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했고, 2주의 항고기간 동안 적법한 항고가 제기되지 않아 파산선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의 파산 결정으로 자산매각과 채권자 배분 등 청산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파산채권의 신고기간은 5월 1일까지로 제1회 채권자 집회와 채권조사는 6월1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진행된다.
법원은 “파산절차를 통해 모든 채권자에게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최대한의 채무변제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개숙인 한진해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진해운은 지난 1977년 ‘수송보국’을 꿈꿨던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에 의해 탄생했다.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선사로 출범한 이후 북미서안항로, 북미동안항로 등을 차례로 개척했고, 1988년 대한해운공사가 전신인 ‘대한선주’를 합병하며 한국 컨테이너 해운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한진해운은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후 2003년 조 회장의 3남 조수호 회장이 물려받았으나, 2006년 조 회장 역시 사망하자, 조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현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황이 급랭하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이에 한진해운은 2014년 한진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뒤
잦은 ‘선장’ 교체 외에도 한진해운엔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해운업황이 급속히 얼어붙어 수천억원의 적자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대한항공에서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경영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한진해운은 2014년 4월 한진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경영 회복에 나섰지만, 최은영 회장의 주식매각 논란과 정부와 금융계 지원 악재 등이 겹치며, 결국 역사 속으로 침몰하게 됐다.
한편,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삼일회계법인이 실사한 청산가치 1조7900억 원으로 추산되며 한진 해운의 노선 등을 인수한 현대상선과 SM상선의 자산가치가 오르는 등 여전히 거대 선사로서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어 파산 수순이 안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