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최근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SPO) 등을 전국 학교에 투입해 강압적 뒤풀이 문화 개선을 위해 예방과 선도 활동에 나서고 있는데요. 경찰은 돈을 빼앗는 행위(공갈), 교복을 벗겨 알몸이 되게 하는 행위(강제추행, 강요), 신체에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을 던지는 행위(폭행) 등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 학교전담경찰관은 “과거와 달리 요즘은 밀가루나 계란투척 같은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에 학교 정문에서 아이들에게 졸업축하 의미의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인사를 하는 정도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학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OT·MT 등 단체행사가 집중되는 매년 2~3월이 되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오는 것이 바로 잘못된 음주문화인데요. 음주 강요, 얼차려, 학생회비 강요 등으로 대표되는 대학의 군기잡기는 전통도 문화도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임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대학 내 악습으로 꼽힙니다.
이에 경찰이 대학 내 인권침해·가혹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경찰은 대학 단체행사가 몰린 지난 13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지정하고, 관할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운영, 학생인권센터·지도교수 등과 핫라인을 개설해 상담 및 신고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의 학교현장 진입이 지나치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경찰 임무가 범죄 예방과 진압이지만 학교를 마치 범죄 발생 지역으로 판단해 미리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경북도내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폭력적인 뒤풀이를 예방한다며 경찰이 교실까지 들어가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죠.
올해 졸업한 배 아무개 양(19)은 “학교에서 교복 찢는 걸 방지하기 위해 사복 졸업식을 진행했다. 요즘은 자발적으로라도 과거 악습 행태의 뒤풀이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복입고 밤에 만나 클럽을 가거나 조용히 모임을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모 고등학교 교사 김 아무개 씨는 “경찰에 학내를 돌아다니더라도 학교 관계자와 함께여야 한다. 학교가 범죄 예방지역이라며 미리 들어와 ‘뒤풀이는 하지 말라’며 캠페인 하는데 이것도 강압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간 경찰의 예방 활동 덕분에 졸업식과 대학가에 만연하던 폭력적인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학교현장을 마치 범죄 지역으로 판단해 경찰이 개입하는 것을 두고 자율성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건전한 학교문화 정착을 위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아닐까요?
기획 김상훈 기자/ 디자인 백소연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