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인 현재 서점가에는 대권주자들의 신간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온라인 서점들은 서적마다 판매지수를 매기고 있다. 서점마다 산출 방식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판매량, 관심도, 판매기간을 모두 고려하여 집계된다. 판매량이 같더라도 최근에 많이 팔린 책일수록 가중치가 붙어 더 높은 판매지수를 기록한다. 기간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판매지수는 저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비즈한국’은 온라인 서점 판매지수를 통해 대권주자들의 현 위치를 점검해봤다.
가장 높은 판매지수를 보유한 대선주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올해 1월 출시된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예스24’와 ‘알라딘’에서 각각 35만 3814, 12만 5585의 판매지수를 올렸다(2월 17일 기준). 다른 대선주자들의 책 중 판매지수 중 1만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격차가 나는 셈이다.
문 전 대표가 이전에 집필한 저서도 덩달아 흥행 중이다. 2011년 출간한 <문재인의 운명>은 현재 2만 4945(예스24), 2만 5560(알라딘)의 판매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저서의 인기는 실제 지지율로도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3%로 변함없는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포기 선언을 하며 충청 민심을 흡수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추격도 만만찮다. 앞서의 조사에 따르면 한 달 전 6%에 불과했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조사시점 기준 22%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안희정 돌풍’의 비결은 그의 책에서도 일부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선거용 출간물이 뻔한 자전적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안 지사의 저서 중 가장 판매지수가 높은 책은 이상적인 나라의 조건에 대해 적은 <콜라보네이션>(예스24 1만 6686, 알라딘 1만 800)이다.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서점가 판매지수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콜라보네이션>과 비슷한 시기에 출판된 <안희정의 함께, 혁명>은 젊은 층을 겨냥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안 지사가 ‘우리 희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노년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반면 문재인 후보에 비해 젊은 층의 인지도가 약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양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1월 20일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를 출간한 데 이어 지난 3일과 7일에는 <이재명의 굽은 팔>, <이재명은 합니다>를 출간했다. 3주 사이 세 권의 책을 연이어 낸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샤이(Shy)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책 역시 자전적 에세이인 <이재명은 합니다>(예스24 8229, 알라딘 4640)에 비해 포부와 견해를 밝힌 <이재명의 굽은 팔>(예스24 1만 3920, 알라딘 4970), <이재명, 대한민국을 혁명하라>(예스24 1만 6530, 알라딘 6705)의 성적이 더 좋은 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2012년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으로 역대 대선후보 저서 중 판매량 1위를 자랑하지만 이는 과거의 영광이 되었다. 최근 1년 사이 집필한 저서가 없는 안 의원은 앞서의 여론조사에서 9%의 지지율을 얻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대항마로 50%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한 것을 떠올리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현재 <안철수의 생각>의 판매지수는 예스24 1362, 알라딘 2만 9911이다.
대권을 겨냥해 반 전 총장에 대한 책을 출간한 출판사는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입장이 난처해졌다.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저술한 <반기문의 도전>은 지난 2014년 출간된 동일 저자의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에 최근 정치상황 등을 추가한 개정증보판으로 1월 25일 출간됐다.
그러나 출간 후 일주일 만에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도전’이라는 책 제목이 무색해졌다. 현재 <반기문의 도전> 판매지수(예스24 417, 알라딘 30)는 몇 년 전 출간된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예스24 534, 알라딘 31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편, 후보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는 독특한 집필 이력을 가지고 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황 총리는 출간한 책 대부분이 법률 서적이다. 특히 <국가보안법>, <집회 시위법 해설>은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이력을 잘 보여준다. 또 목회자의 꿈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황 총리는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박혜리 비즈한국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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