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6일 A 씨 등 9명은 한 유명 주식 및 선물거래 리딩 업체 B 투자클럽 대표 전문가 이 아무개 씨와 B 투자클럽을 소유한 C 인베스트먼트 대표 한 아무개 씨를 사기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이 업체는 “증거금 없이 소액으로 선물 거래가 가능하다”며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해 회원을 모집했다.
문제는 이 업체가 차명 계좌를 사용하며 지속적으로 계좌를 바꾸는 등 불법 거래를 해왔다는 사실이다. 리딩 업체는 “가장 믿을 만한 대여 계좌”라며 주기적으로 바뀐 타 법인의 계좌번호 15개를 투자금 입금처로 사용했다.
게다가 리딩 업체가 내민 투자 전문가 이 씨 등이 내세운 자신의 정보와 경력은 사실이 아니었다. 자신을 30대 중반의 유학생 출신으로 여의도에서 근무한다고 스스로 밝힌 이 씨는 27세에 불과했다. 리딩 업체는 투자 전문가 이 씨를 ‘영입한 전문가’라고 자신을 밝혔으나 업체 사장 한 씨와 모자 관계로 드러났다. 이들 모자는 사업자등록증 주소지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고급 빌라에 같이 거주하고 있었다. 업체는 <일요신문>의 취재를 거부하며 실제 운영 사무실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고소가 있은 뒤 곧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로 이첩됐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껏 경찰은 리딩 업체의 운영 사무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불구속 사건이더라도 수사는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90일 내에 완료해 검찰로 송치,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애초 사건은 피해자 9명이 각각 약 5500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고소하며 시작됐다. 고소장에 기재된 총 피해액은 4억7000만여 원이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발견돼 피해액이 8억여 원까지 늘어났다. 이 업체의 회원수가 2000명 이상으로 알려진 만큼 경찰 수사에서 사기행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당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고소인 등에게 차명 계좌 입금 관련 자료를 받는 중이다. 이미 리딩 업체의 위치는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소인 등은 이미 12월에 차명 계좌와 계좌 소유주 관련 정보를 증거로 묶어 경찰서에 이미 제출한 상태로 드러났다. 게다가 경찰 관계자가 말한 업체 위치는 사업자등록증 주소지로 확인됐다. 이 주소지는 영업장이 아닌 리딩 업체 대표인 한 씨와 리딩 전문가라는 아들 이 씨의 자택일 뿐이다.
리딩 업체가 사업자등록증에 사업장 주소지로 등록한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자택. 이 리딩 클럽의 대표와 리딩 전문가가 살고 있을 뿐 실제 영업장은 따로 있으나 업체는 영업장 공개를 거부했다.
한편 리딩 업체는 <일요신문>과 고소인 등의 접근 자체를 막은 상태다. 리딩 업체는 특정인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IP를 차단했으며 전화조차 못하도록 조치해 증거 인멸 의혹도 제기됐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