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허남식 전 부산시장=연합뉴스
[일요신문]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엘시티 비리 등에 연루된 혐의(피의자 신분)로 검찰에 소환해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허 전 시장은 3선 부산시장이자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검찰은 허 전 시장의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결정 이후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엘시티와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등에 연루된 혐의로 허 전 시장을 20일 오전 10시부터 21일 자정까지 14시간의 조사를 마친 뒤 귀가시켰다. 허 전 시장은 조사를 마치고 “혐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허 전 시장이 엘시티 사업과 관련된 인허가나 특혜성 행정조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 가량의 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제3자 뇌물취득)로 이미 구속된 이 아무개 씨의 진술에 따라 허 전 시장의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씨는 허 전 시장의 고교 동문으로 허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
또한, 검찰은 허 전 시장에게 ‘함바비리’에 연루된 정황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바 브로커’ 유상봉 씨가 부산 아파트 공사현장 간이식당을 맡을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최근 부산시 관계자와 지역 중견 건설업체 대표들을 수차례 소환해 관련 의혹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허 전 시장의 자택과 서울 정부청사 지역발전위 사무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 벌이고 증거물을 입수했다. 아직 압수수색에 대한 브리핑 등은 없었지만, 허 전 시장의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선 검찰의 압수품이 수사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왕설래 중이기도 하다. 컴맹인 허 전 시장의 컴퓨터 무용론이나 수사전 휴대전화를 바꾼 정황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이 허 전 시장에 대한 혐의 입증 조차 버거운 상태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엘시티 비리 수사로 구속된 이영복(좌)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우). 연합뉴스
한편, 지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3선을 지낸 허 전 시장을 둘러싸고, 엘시티 비리 연루 의혹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당시 엘시티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와 특혜성 행정조치가 일반적으론 매우 이례적이다 못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같은 특혜 의혹에 엘시티 이영복 회장이 부산 정가뿐만이 아닌 박 대통령과 청와대 연루설 등 각종 의혹이 확대되기도 했다. 최순실 연루 의혹마저 제기된 상태다.
반면, 검찰수사는 다소 정체된 모양새다. 이영복 회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수사 때만 하더라도 몸통수사라는 응원마저 나오며, 거물급 정치 인사나 최순실 등 국정농단 비리 연계 수사 기대까지 쏟아진 상황에서 허 전 시장에 대한 수사로 급 마무리되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9일 해운대구에서 3선 구청장을 지낸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기소해 정식 재판에 넘겼다. 여기에 정기룡 전 경제특보와 친박단체 포럼부산비전 전 사무처장 등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이들 모두 허 전 시장과 서병수 현 부산시장, 친박, 청와대 PK들과 친밀한 인사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허남식 전 부산시장에게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허 전 시장의 신병 결정 이후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예상되는 처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유착 전모를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팀의 이동이나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자 검찰 스스로 엘시티 수사를 미완의 상태로 매장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 전 시장의 조사로 이번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엘시티 공사 중단과 이른바 윗선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 연장 및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엘시티’란 판도라 상자의 열쇠를 진 검찰에게 국민들의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