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첫 방송된 Mnet <고등래퍼>를 통해 장용준 군이 깜짝 스타로 발돋움했다. 기본적으로 그가 보여준 랩 실력이 탁월했다. 래퍼로서 연예인이 되기를 준비한 측면에선 대중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그가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라는 부분이 화제성을 더했다. 고등학생으로 방송에 출연해 깜짝 화제를 불러 모은 당사자가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이라는 부분은 분명 상당한 화제성을 가진다. 게다가 보통의 국회의원이 아니다. 장 의원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서 ‘청문회 스타’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화제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 <고등래퍼> 제작진도 그런 부분을 감안해 방송 첫 회에서 ‘장용준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그 직후 발생했다. 장 군이 스타덤에 오르며 엄청난 유명세가 동반됐고 그에 따른 네티즌의 ‘검증 절차’가 시작된 것. 그 과정에서 치명적 문제가 드러났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장 군이 과거 SNS 내용이 공개됐는데 거기에서 ‘조건만남’을 제시하고, 엄마에 대한 입에 담기 힘든 얘기를 한 것 등이 드러난 것.
<고등래퍼> 출연 당시 장용준 군과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
결국 장 군은 제작진에 자필 편지를 보내며 자신 하차 의사를 밝혔으며 장 의원 역시 당 대변인과 부산시당위원장 직에서 사퇴했다. 래퍼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연예인 데뷔 문턱에 다가섰던 장 군과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장 의원이 동시에 최대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물론 장 군처럼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검증을 무사히 통과하는 데에는 그만큼 필터링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인 아이돌 그룹과 걸 그룹의 데뷔를 수차례 담당했던 한 중견 연예기획사 간부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연습생 과정에서부터 회사(연예기획사)의 관리를 받는다. 연습생을 선발하는 과정부터 회사에선 그들의 과거 행적을 살펴본다. 이미 그 과정에서부터 1차 검증이 이뤄지는 셈인데 네티즌들만큼 폭넓게 이뤄지진 못하겠지만 더욱 집중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다. 그렇게 연습생을 선발한 뒤에는 폭넓은 관리에 들어간다. SNS는 물론이고 학교생활, 교우관계, 이성문제 등이 모두 그 대상이다. 과거 한 유명 그룹의 멤버가 연습생이 되기 전에 사생활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게 데뷔 이후 불거져 논란이 된 일이 있다. 그 일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데뷔를 앞둔 프로젝트팀 멤버들의 경우 더욱 엄격하게 그런 부분을 체크하는 게 업계의 관례가 됐다.”
그러다 보니 연예기획사의 관리를 받으며 데뷔한 연예인들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경우는 흔치 않다. 문제는 이런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스타덤에 오른 게 아니라 돌발적인 상황에서 유명세를 얻은 이들이다. 가장 흔한 케이스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인 <고등래퍼>이 문제가 됐다. 방송계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출연자 리스크’라는 표현을 쓴다. SBS <K팝스타 시즌3> 참가자 김은주 행실 불량 논란, SBS <K팝스타 시즌4> 참가자 남소현의 일진설 논란, Mnet <슈퍼스타K 시즌6> 출연자 송유빈의 미성년자 술집 사진 논란, Mnet <쇼미더머니3> 출연자 육지담의 일진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항간에선 방송사들이 노이즈마케팅을 위해 의도적으로 출연자 선별 작업을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방송국 제작진 역시 답답한 입장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으로 활동했던 한 방송관계자의 설명이다.
“서류와 동영상 등으로 출연자를 선별하는 1차 작업부터 시작해 예심을 거듭하며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출연자를 선별하는 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명력이다. 그만큼 좋은 출연자들이 많아야 성공할 수 있다. 엄청난 선별 작업을 거쳐 옥석을 가려내고 그 과정이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소개된다. 그렇지만 신청자가 너무 많은 터라 선별 과정이 너무 방대하다. 게다가 제작진이 신청자들의 학교생활 등 평소 행실이나 사생활 관련 부분까지 모두 제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연자 리스크가 노이즈마케팅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한 데미지가 훨씬 크다. 때론 실무 제작진이 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출연자 리스크가 있을 때마다 더욱 꼼꼼하게 출연자 선별 작업에 들어가지만 늘 한계가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