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에 따르면, 장수한 사람들은 대부분 성실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 성실한 사람이 장수한다
성격과 수명에 관한 연구는 수없이 진행돼 왔다. 그 가운데서도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받는 것은 2011년 미국에서 발표된 ‘수명연구 프로젝트’다. 1921년 스탠퍼드대학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 박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연구는 장수전문가 하워드 프리드먼 교수가 이어받아 무려 80년간 1500여 명의 인생을 추적 연구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수자들은 대부분 성실했다. 유년기부터 어른이 된 후에도 일관되게 신중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 즉 성실하고 조심스러운 성품의 소유자가 가장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중함이 부족한 사람은 비교적 단명했으며, 도중에 성격이 바뀐 사람은 그 중간에 해당됐다. 프리드먼 교수는 “성실한 사람은 술과 담배를 삼가고, 자기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을 찾기 때문에 낙천적인 사람보다 오래 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여기엔 “유전적인 요인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충동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왕성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위험요소를 피해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 영업사원 vs 연구자
고고한 연구자 타입과 사교적인 영업사원 타입, 과연 어느 쪽이 장수할까. 일반적으로 ‘사교적인 사람일수록 장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프리드먼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선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실험 대상 집단에서 과학자는 4분의 3 이상이 70세를 넘어 장수했지만, 비즈니스맨의 경우 70세까지 장수하는 이들은 3분의 2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오카다 다카시 원장은 “과학자는 교제범위가 좁아도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 주체적으로 사람들과 교류한다. 이에 반해 영업사원들은 일과 관련된 교류가 많고, 자신의 속마음을 억눌러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고 분석했다.
# 성급한 사람은 심근경색 주의
해외에서는 성격과 치명적인 병의 상관관계를 찾는 연구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미국 심장전문의 메이어 프리드먼은 1959년 연구를 통해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성격은 대개 급하고 경쟁심이 강하다”고 했다. 이는 3000여 명의 건강한 중년남성을 8년 6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시간에 쫓기듯 서두르고 경쟁심이 강한 타입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심근경색 발병률이 2.12배, 협심증은 2.45배나 높았다. 메이어 박사는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또 “험담을 잘하는 사람도 심장병 위험이 높다”고 알려졌다. 남을 적대하는 것 역시 경쟁심이 강한 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사망률이 높았다. 2013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는 “신경과민, 공격적 성향이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욕설이나 언어폭력이 심한 사람은 무슨 연유에선지 폐암에 걸리기 쉽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와 있다.
# 암환자들은 착한 사람이 많다
사망원인 1위로 꼽히는 암. 그런데 “개인의 성격과 특정 암에 걸릴 확률이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 1979년 캘리포니아대학의 리디아 테모쇼크 교수팀은 “화를 비롯해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의 사람들은 백혈구의 수가 적고 피부암과 같은 암에 잘 걸린다”고 밝혔다. 멜라노머(악성흑색종) 환자 면담을 통해 성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극단적으로 착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았으며, 분노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참을성이 많았고, 주위에서 원하는 행동을 하려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했다. 오카다 원장은 “자신보다 남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안으로 억압하면서 참기 때문에 뭐든지 탁 터놓고 얘기하는 사람보다 암에 걸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다만 모든 암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암과 유방암 등 특정 암과의 관련성만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 빈정거리는 성격은 치매에 걸리기 쉽다
핀란드의 이스트핀란드 대학 연구팀은 2014년 ‘잘 빈정대는 사람과 치매’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8년 4개월간 추적조사를 했더니 “비꼬길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3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치매환자의 성격에 관한 논문은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도쿄도 노인종합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기 멋대로 함, 완고함, 획일적인 성향 등이 치매 발병 전 특징적인 성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완고해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보통 사람은 45세가 지나면 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성격을 결정하는 전두엽 부분이 위축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젊은 시절의 유연한 사고방식을 잃게 되며, 많은 이들이 고집불통이 되어가는 것이다. 만일 전두엽 부분의 위축이 커질 경우 전두엽치매로 가기 쉽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어 갑자기 고집불통이 된 사람은 치매 위험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얘기다.
오카다 원장은 “고령화에 따른 성격 변화에 대응하려면 ‘애착’이 키워드가 된다”고 조언했다. 애착을 관장하는 호르몬 옥시토신이 분비되지 않으면 성격이 뾰족해지고, 고립되기 십상이다. 반면 옥시토신이 안정적으로 분비되면 편안함을 느끼고 고독감이 완화된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대인관계에서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나는 장수할 성격일까” 진단테스트 테스트 방법 : 이하 1~12까지 질문에 해당되는 번호를 골라 표시하라.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후 양쪽을 체크해볼 것. ①전혀 그렇지 않다 ②별로 그렇지 않다 ③어느 쪽이라고 할 수 없다 ④어느 정도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점수 확인 방법 : 설문 1, 4, 6, 9, 11, 12는 ①=1점, ②=2점, ③=3점, ④=4점, ⑤=5점으로 점수를 매겨 더한다(합계A). 설문 2, 5, 8, 10은 이와 반대로 점수를 매겨 더한다. 가령 ⑤=1점, ①=5점이다(합계C). 합계B는 36에서 합계A를 뺀 숫자. 최종점수는 합계B와 C를 더한 숫자다. ※결과 : 최고점수는 50, 최저점수는 10이다. 최종점수가 37~50인 사람은 장수할 확률이 높은 성격의 소유자. 25~36점인 사람은 평균, 10~24인 사람은 장수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후 점수를 비교하면 나이가 듦에 따라 어느 쪽으로 변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