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자 하는 ‘에코맘’들에게 환경 관련 인증은 제품을 선택하는 주요한 지표가 된다.
탄소성적표지 인증제는 제품 생산·유통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품에 표시해 저탄소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인증제도로 2009년부터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시행하고 있다.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며 인증기관은 인증을 승인한 후에도 꾸준히 운영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관이 소비자의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즘, 기업에게 환경인증은 주요한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통한다. 구매하려는 제품이 환경 인증을 받았는지의 여부는 대개 마크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인증마크를 통해 친환경 제품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환경 관련 인증마크를 획득하고자 하는 이유다.
탄소성적표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다양한 심사 과정을 거쳐 획득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네이처메이드’는 지난 2011년 국내 기저귀로는 최초로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환경 관련 인증 취득은 ‘친자연주의 기저귀’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 네이처메이드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해주었다.
문제는 네이처메이드 일반형과 팬티형 중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건 일반형뿐인데도 공식 홈페이지에는 팬티형 기저귀도 인증을 받은 것처럼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기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네이처메이드 일반형과 팬티형의 상품설명 모두에 탄소성적표지 인증 마크와 함께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위해 유한킴벌리가 노력합니다’라는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소비자로선 팬티형 역시 탄소 배출량까지 신경 쓴 제품이라고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한킴벌리 홈페이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네이처메이드 팬티형 기저귀 상품설명에 기재된 탄소성적표지 관련 내용은 애초 말이 되지 않는다. 탄소성적표지 인증 마크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기저귀 1~4단계에 해당’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네이처메이드 팬티는 3~6단계 제품만 출시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내용은 일반형 기저귀(1~4단계만 생산)의 설명을 그대로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실제 제품의 표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즈한국’이 한 대형마트를 방문해 확인해 본 결과, 제품 포장지에 탄소성적표지 인증에 대해 언급되어 있는 건 네이처메이드 일반형뿐이었다.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팬티’는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네이처메이드 일반형과 마찬가지로 이와 관련한 표시가 되어 있다. 사진=하기스 홈페이지 캡처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친자연주의적 제품을 택한 ‘에코맘’들의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걷기 시작하는 아기를 위한 4단계 팬티형 기저귀(남아)를 기준으로 1매당 가격을 살펴보면 ‘네이처메이드’가 570원, ‘매직팬티’가 390원, ‘보송보송’이 350원 정도다. 네이처메이드 팬티형 기저귀가 자사의 다른 팬티형 기저귀에 비해 1.5배 이상 비싸다. 하루에 7개 기저귀를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30일 기준 최대 4만 6200원이 차이난다.
한국환경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인증 받은 제품이 규정을 잘 준수하는지, 인증을 받지 않았는데 인증표시를 하는 곳이 있는지 등을 검사하고 있지만 제품수가 많아 전수조사는 사실상 힘들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한 뒤 변화가 없다면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라 1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벌금을 낸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도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기업인 만큼 연달아 터지는 문제에 소비자들의 실망이 크다는 반응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킴벌리는 소비자 관점에서 활동하는 CCM(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받은 기업이자 중소기업에게 이러한 가치를 교육하는 CCM 멘토링 기업이기도 하다”며 “기저귀와 생리대에 분해되기까지 몇 백 년이 걸릴 수도 있는 ‘고분자흡수제’가 주로 쓰인다는 점을 안다면 ‘친환경’ 이미지가 말이 되나 싶다”고 지적했다.
유한킴벌리에 네이처메이드 팬티 제품의 탄소성적표지 인증 허위 홍보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기 위해 관련 부서에 연락을 취했으나 “이메일을 통해 질의하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메일을 통해 재차 질의를 했으나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관련 부문에서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좋은 제안 감사 드리며,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라는 의례적 답변만을 받을 수 있었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제품 밀어내기’로 대리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고, 물티슈에 메탄올 성분이 발견되는 등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대응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박혜리 비즈한국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