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의도 정가 분위기는 그 이전부터 심상치 않다. 제3지대 정계개편의 키맨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거취 때문이다. 김 전 대표의 ‘뮌헨 구상’이 사실상 공수표에 그치면서 3월 빅뱅의 축들이 줄줄이 흔들릴 태세다.
3월 빅뱅설의 최종 과녁은 ‘문재인 공포증’의 극대화다. 이른바 ‘재인 산성’을 단숨에 허무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 발 정계개편 논의가 김 전 대표에서 이상 기류를 보이면서 3월 빅뱅설에 경고등이 켜졌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3월 빅뱅의 물꼬가 초입부터 틀어졌다. 헌재가 2월 22일 박 대통령 최종 변론 기일 연기(24일→27일)하는 그때, 여의도 정가의 이목은 김 전 대표에게 쏠렸다. ‘탈당 후 킹 선언’을 포함한 이른바 ‘뮌헨 구상’을 안고 귀국한 김 전 대표의 거취 결단에 이목이 쏠렸다. 대중적 지지도 등은 미미하지만 ‘차르 리더십’으로 대변되는 존재감 하나만큼은 ‘갑 오브 갑’인 김 전 대표가 제3지대 정계개편의 물꼬를 틀 ‘방아쇠 역할론’에 나설지 주목됐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개헌 필요성 등만 피력했을 뿐 거취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뮌헨 구상’의 얼개에 대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자꾸 묻지 말라”며 특유의 안갯속 화법을 이어갔지만 이내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간 3자 회동설이 흘러나왔다. 김 전 대표는 귀국 후 정 전 의장에게 가장 먼저 거취에 관해 얘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박(비박근혜)계 한 관계자는 당일 “김 전 대표의 탈당이 변수”라며 “김 전 대표가 있으면 빅텐트, 없으면 최대치가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연대다. 김 전 대표가 없는 구도는 텐트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종인 변수’가 부상한 이유로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지지도 미약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한국당 대선 구도 ▲범보수진영의 구심점 부재 등을 꼽았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김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제3지대 정계개편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범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3지대 탈당의 그림은 ‘김종인 탈당→비패권지대 빅텐트 구축→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대→문 전 대표와 1 대 1’ 구도다.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제3지대 정계개편 판이 마련되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모두 반문(반문재인) 지대를 고리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게 핵심인 셈이다.
애초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제3지대 정계개편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지지도가 한 자릿수로 하락하면서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다만 지난해 4·13 총선에서 독자세력을 꾀한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유력한 대선 후보다. 국민의당과의 제3지대 구축 주도권 일전을 남긴 바른정당 등 범보수진영 내부에서 연일 ‘김종인 탈당’에 군불을 땐 것도 이런 까닭이다.
제3지대 정계개편을 둘러싼 각자도생식 행보가 암초였다. 애초 비패권지대 3인방은 김 전 대표 귀국 다음날인 2월 22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오전부터 불협화음이 나면서 끝내 불발됐다. 대신 김 전 대표와 정의화 전 의장이 오후 4시께 같은 장소에서 전격 회동했다. 이 시간은 애초 3인방 회동 약속 시간이었다. 그러나 ‘무성 대장’(김 의원의 별칭)은 없었다.
사건의 발단은 거취에 대한 김 전 대표의 함구에서 비롯됐다. 김 전 대표는 당내 파열음을 감내하면서도 ‘보수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 맞서 개헌을 고리로 반문연대 구축을 주장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5일 비패권지대 3자 회동 당시만 해도 김 전 대표의 탈당에 일말을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반문연대 구축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결국 연대,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는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최종 후보로 선출될 경우 ‘문재인-자유한국당 후보-안철수’ 간 3자 구도, 손학규 전 대표가 이길 경우 자유한국당이 대선 후보를 포기해 ‘문재인-손학규’ 양자 구도를 이끌어갈 것이란 시나리오가 난무했다. 이에 손 전 대표 측은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잘라 말했지만, 3월 빅뱅의 범위에 따라 ‘우산론’이 전면적으로 열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사실상 탈당 거부로 정계개편 논의가 틀어졌다. 김 의원과 정 전 의장은 3자 공개 회동 전에 물밑 조율을 거쳤지만, 김 전 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월 22일 오전 김 전 대표 측과 정 전 의장 측에서 ‘회동은 없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김 의원 측에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이날 남경필 경기도지사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와 정 전 의장을) 안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견 충돌 여부를 묻자 “그런 것은 없다. 그냥 조금 더 시간을 갖자고 했다”고만 말했다. 이후 김 의원을 빼고 김 전 대표와 정 전 의장이 전격 양자 회동을 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개헌 논의는 없었다”며 빈손 회동임을 자인했다. 정 전 의원 측 내부에서는 “김 전 대표 거취가 관건”이라는 말이 나왔다. 비패권지대 3인방은 2월 말 재회동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전 대표의 거취가 불분명할 경우 국민의당의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등 여야 개헌안 추진이 난망할 전망이다.
김 전 대표가 탈당에 선을 그음에 따라 ‘안희정 사단’에 안착할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앞서 민주당 비문(비문재인) 내부에선 안 지사 측이 김 전 대표에게 ‘대선 이후 ‘경제 전권’을 명분으로 러브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 지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김 전 대표가 안 지사 측에 탈당을 타진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국회에 몸을 담았던 한 대학의 교수는 “이들의 관계를 보도한 언론 보도 이후 안 지사 측이 김 전 대표를 공격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보호해준다는 느낌이다. 사실상 (안희정 캠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탈당 전 몸값을 최대한 높이는 수순이라는 얘기다. 헌재 탈당 선고 및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하야 수용 등 가변성이 큰 정국에서 탈당 같은 도박을 걸기보다는 잔류를 택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에 대해 친문계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끝물 된 지 오래”라며 “탈당을 하든,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원하든 이미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제3지대론자는 ‘김종인 변수’에 따른 정치권 빅뱅에 방점을 찍지만, 친문계는 ‘노회한 정치인의 마지막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제3지대 정계개편의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3월 빅뱅설에 불을 지핀 손학규 전 국민의당 대표의 구상이 남았다. 손 전 대표는 “헌재의 탄핵 인용 이후 두세 차례 (빅뱅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바른정당과의 연정론을 염두에 둔 말이다. 안 전 대표와의 일전을 앞둔 손 전 대표가 연정론을 통해 제3지대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바른정당 내에선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성태 사무총장 등이 손 전 대표의 연정론에 긍정적이다. 수개월째 문 전 대표와의 ‘1대 1’ 구도를 전망하는 안 전 대표의 지지율 복원도 변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발을 빼더라도, 아직 불씨는 남았다”고 말했다. 3월 빅뱅설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지상 언론인
박원순-김부겸 행보는? 당내 경선 판세 분수령…’잠룡‘ 벗어나니 ’몸값‘ 올라가네 한때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친문(친문재인) 산성’을 넘지 못한 ‘백의종군’ 주자들이다. 이들의 행보는 당내 경선 판세, 본선 외연 확장 등과 직결한다. 이들이 3파전으로 나뉜 당내 예선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중 한쪽을 지지할 경우 판세 변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캐스팅보트 역할론’이다. 또한 당 최종 후보에 대한 이들의 지원 여부는 대선 막판 ‘51 대 49’ 구도에서 승리 분기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박 시장은 1000만 서울시민, 김 의원은 야권의 약한 고리인 대구·경북(TK) 표를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김 의원의 행보다. 박 시장은 대선 불출마 이후 서울시장직으로 돌아가 행정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공직자 신분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아 대선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 대신 문재인 캠프가 ‘박원순 사람들’ 영입에 나섰다. 이삭줍기를 통해 박 시장 끌어안기에 나선 셈이다. 박 시장 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서울연구원장과 예종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영입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캠프 한 관계자는 “캠프 큰 그림은 통합형·화합형 선대위”라며 “박 시장 철학을 공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행보는 주목할 대목이다. 대선 불출마 이후 끊임없이 당내 비문(비문재인)계 후보 지원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서다. 김 의원은 안 지사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고, 개헌 보고서 파문 당시에는 박 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과 ‘야 3당 공동정부론’을 주장한 바 있다. 대선 경선 룰 과정에서 쌓인 양측의 감정도 전폭적 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시장과 박 시장, 김 의원 등 비문 3인방은 1월 24일 오전 11시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전 대표를 향해 “야 3당 공동정부를 구성하자”며 압박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이 지점을 당 경선 룰 협상의 갈림길로 내다봤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불과 4시간 뒤인 오후 3시 30분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골자로 하는 대선후보 경선 규칙 안을 전격 발표했다. 비문(비문재인)계 관계자는 “특히 박 시장과 김 의원 측 내부에서 큰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도 “최소한 받아주는 제스처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니냐”라며 “무시 전략으로 일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 의원이 전면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이 ‘재인 산성’을 넘을 수 있다는 확실한 판세 변화 없이 섣불리 나설 경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상처만 입을 수 있다. 김 의원 측 내부에서 ‘김부겸 후방지원론-측근 전면지원론’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변수는 김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 여부다. 그간 김 의원은 ‘포스트 추미애’ 체제의 1순위로 거론됐다.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김 의원 역시 친문계의 지원 없이 당권을 거머쥐기는 쉽지 않다. 박 시장 역시 ‘서울시장 3선이냐, 국회의원직 도전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행보는 향후 당내 경선 및 본선 판세에 따라 전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