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 상공을 나는 전투기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는 지난 16일 도심 가운데 군 공항이 위치해 도시가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서 대구공항을 이전할 것임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자 국방부의 이번 방침이 기존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운 국토교통부와 충분히 조율한 것인지 의문이란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논란의 핵심은 바로 사업비다. 김해공항을 2026년까지 확장하는 데는 4조 200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지만, 대구공항 이전사업엔 2023년까지 7조 2500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대구공항 이전에 드는 사업비 규모가 김해공항 확장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점은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해법이 김해공항 확장이라고 밝힌 정부의 입장을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김해공항에는 활주로가 1개 더 증설되는 데 비해 이전되는 대구공항에는 2개 이상의 활주로가 만들어질 계획이란 점에서다. 또한 영남권에만 11조가 넘는 대규모 공항건설 사업이 동시에 추진된다는 것도 상식적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이와 맞물려 주목할 점이 최근 하나 불거졌다. 현재 KDI는 김해공항 확장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ADPi는 영남권 신공항을 가덕과 밀양이 아닌 김해공항을 확장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김해공항의 수요를 3800만 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KDI가 김해공항의 이용객 수를 2400만 명으로 축소·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 내용을 최초로 밝힌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구갑)은 “정부는 지난해까지 김해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이용객 수를 축소하고, 중복투자가 우려되는 대형 대구공항 이전 사업을 발표했다. 과연 김해공항 확장이 원래 취지에 맞게 추진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이어 “(정부가) 영남권에만 11조 원을 넘게 투입해 2개의 공항을 동시에 건설하려고 든다. 과잉 중복 투자가 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와 국방부가 서로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전혀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신공항 수준으로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국민을 기만한다면, 영남권 신공항 사업을 왜곡한 소관 부처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지역 상공계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시민추진단)은 23일 오후 3시 부산상의 2층 상의홀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최근 KDI가 신공항 예타 과정에서 김해공항의 수요를 축소하려는 것을 정조준하며 ‘김해신공항 수요축소 의혹 규명 및 예타 시정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시민추진단은 이날 정기총회를 통해 단체 명칭을 기존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에서 신공항시민추진단으로 바꿨다. 이는 새로운 신공항 추진 의지를 다시 다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논란이 단순히 정부부처 간의 조율과 소통의 부재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신공항을 둘러싼 또 다른 숨은 얘기 때문에 불거진 것인지를 두고 지역민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논란으로 확전될 조짐이 관측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