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이 단독 입수한 외무부의 3급 비밀문서
‘비즈한국’이 입수한 문서는 지난 1970년 1월 이동원 외무부 장관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제출한 ‘브라운 각서 공개 문제 보고사항’과 ‘브라운 각서 공개와 관련한 외무부의 기본 지침’, 외무부가 1970년 2월 작성한 ‘브라운 각서 공개 문제와 관련한 조치사항 및 경위’와 ‘브라운 각서 공개와 관련한 고려사항’ 등 외무부 Ⅲ(3)급 비밀문서 4건이다.
이 비밀문서에는 미국 정부가 사이밍턴 청문회(1970년 2월)를 앞두고 브라운 각서 전문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우리 정부가 비공개 및 일부 문구 삭제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브라운 각서는 지난 1966년 3월 원드롯 지 브라운 주한 미국대사가 우리 정부에 월남전 전투부대 추가 파병을 요청하면서 참전용사의 보상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기재한 각서다.
‘비즈한국’과 비밀문서를 공유한 세계월남참전전우한국총연합회(연합회) 측은 월남전 참전용사에게 지급됐어야 할 전투근무수당이 국고로 귀속됐다는 의혹에 대한 근거 자료라 해석했다.
김성웅 연합회 회장은 “미국 정부의 브라운 각서 공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건 국고로 귀속된 전투근무수당을 은폐하기 위함”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국고로 귀속된 전투근무수당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남은 돈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 의혹을 밝혀줄 근거 자료가 입수됐으니, 이제라도 우리 정부는 전투근무수당을 참전용사들에게 제대로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밀문서에는 미국 정부가 브라운 각서 전문을 공개할 경우 우리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문구가 여러 군데에 걸쳐 기재돼 있다.
‘브라운 각서 공개와 관련한 외무부의 기본 지침’과 ‘브라운 각서 공개와 관련한 고려사항’에는 ‘비밀회의에서 비공개자료로 제공함으로써 일반에 대한 공개를 피할 수 있을 것’, ‘브라운 각서 중 Sensitive(민감·원문에 영문으로 기재)한 부분을 삭제하거나 또는 적절히 표현을 바꾸어 공개할 수 있을 것’, ‘가칭 백서를 통하여 브라운 각서의 성립 과정과 함께 한국 측 입장이 손상되지 않도록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첨부하여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1973년 3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선한 월남 참전용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1970년 3월 외무부가 파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브라운 각서 공개 문제와 관련한 조치사항 및 경위’에는 미국 정부의 브라운 각서 공개 입장을 두고 우리 정부가 관계부처(경제기획원, 외무부, 국방부, 상공부, 정보부) 실무자 회의를 소집하고, 주미대사에게 공개 내용 협의를 위해 대미교섭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또 브라운 각서의 “일부분만을 비밀로 한다면 불필요한 의심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브라운 주한 미국대사의 반응도 적혀 있다.
비밀문서가 작성된 직후 사이밍턴 청문회(1970년 2월 24~26일)가 미 상원외교위원회에서 개최됐지만 미국 정부는 브라운 각서의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군의 전투수당과 전사자의 보상금 조항만 일부 공개했다.
국방부에서 보관 중인 사이밍턴 청문록 자료에 따르면 한국군 병장 1인 기준 전투수당은 1일 1.8달러(월 54달러)다. 미군의 전투수당은 한국군의 2.6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국군이 미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전투수당을 보상받아 ‘미군의 총알받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합회는 사이밍턴 청문회가 개최되기 전 한·미 양국이 브라운 각서 비공개 및 한국군의 전투수당 축소 발표 등의 협의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웅 회장은 “비밀문서에는 한·미 양국 간 사전 협의와 관련된 내용이 기재돼 있다”면서 ‘미 육군성 월남전 연합군 연구교서’를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이 연구교서에는 한국군의 전투수당이 ‘월남 파병 한국군 장병들에게 미군에 지급되는 동일 수준의 전투수당을 지불하기로 하고, 전상자의 보상금과 현지 월남 고용인의 급료도 미국이 지불한다’로 규정돼 있다.
‘브라운 각서 공개 문제 보고사항’과 ‘브라운 각서 공개 문제와 관련한 조치사항 및 경위’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사이밍턴 청문회 개최 전 사전 협의를 제안했다는 내용이 실제로 기재돼 있다.
‘브라운 각서 공개 문제 보고사항’에는 ‘제1차적 대미교섭 방안으로서 일단 아국(한국) 정부의 브라운 각서 공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만약 미 행정부로서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 공개할 내용은 한·미 간의 사전 합의에 의하여 결정할 것을 미 측에 제의하도록 주미대사에게 지시하였습니다’, ‘브라운 각서 공개 문제와 관련한 조치사항 및 경위’에는 ‘현지 미국대사관이 청문회 개최 전에 제출할 자료에 대하여 그 내용을 사전에 완전히 한국 측에 통보해 줄 수 있는가를 문의한 바 있으며, 미 측은 아측이 제의한 제반사항을 미 국무성에 보고하기로 하였음’이라는 적혀 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얼마 전 백악관에 브라운 각서 원본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메일로 보냈다”며 “월남전 참전용사가 보상받은 건 해외파견전투근무수당이 전부다. 이는 전투근무수당의 10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보상금이다. 이제라도 전투근무수당을 참전용사와 전사자 유족들에게 정상 지급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 ‘비즈한국’ 홈페이지([단독] 미국에 파월 전투수당 비공개 요청 박정희 정부 비밀문서 공개)에 가시면 비밀문서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