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은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 지분율이 13.45%와 13.46%로 팽팽했던 회사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저울의 추는 신 회장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분 매각 직후 경영권 분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매각 대금은 일본 광윤사의 차입금 상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금 대납을 위한 차입금 상환, 한국에서 신규사업 투자 등 용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매각하고 3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DB
롯데쇼핑도 그룹 지배구조의 중추에 있지만 그보다 상위에 있는 곳이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롯데쇼핑 지분 7.9%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를 장악하면 롯데쇼핑 의결권 7.9%를 행사할 수 있다. 아울러 롯데쇼핑 지분 3.93%를 보유한 롯데칠성음료 지분도 19.3%를 확보할 수 있다.
롯데제과 시가총액은 2조 9000여억 원으로 롯데쇼핑(7조 5000여억 원)의 절반도 안 된다. 산술적으로 3000억 원이면 10%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차입을 일으킨다면 그보다 많은 지분 매입도 가능하다.
롯데제과 지분구도를 보면 신 회장 측 지분율은 본인(9.07%)을 비롯해 롯데알미늄(15.29%), 호텔롯데(3.21%), 대홍기획(3.27%), 일본 롯데(9.89%) 등 40.74%다. 신격호 총괄회장(6.83%)과 신 전 부회장(3.96%) 지분율을 합하면 10.79%로 열세다.
하지만 롯데장학재단(8.69%)과 신영자 이사장(2.52%) 측 지분이 11.21%에 달한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롯데비자금 사태 때 유일하게 구속 수감된 인물이다.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지만 재단 이사장직은 그대로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이사장만 설득한다면 지분율 격차를 20% 이내로 좁힐 수 있다.
13% 정도를 매수한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 저지요건(의결권 3분의 1)을 갖출 수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등 유통계열사 분할 등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회사 분할은 특별결의 사항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진행 중인 재판에서 실형을 받아 일본 롯데홀딩스 임직원주주들이 변심하지 않는 한 신 전 부회장이 현재의 판세를 뒤엎어 그룹 경영권을 쟁취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여전히 그룹 계열사 지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어 신 회장 측을 계속 불편하게 할 수는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주로 제과나 음료 부문을 경영했던 만큼 한국롯데의 관련 사업 부문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동력을 얻고 있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최대주주의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생긴다. 신 전 부회장이 계열분리 신청을 한 후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해 신 회장을 견제하면서 장기적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에는 소액주주의 감사선임권, 사외이사 선임권, 집중투표제 등이 담겨 있다. 상당한 지분을 가진 신 전 부회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신 회장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지배하는 광윤사가 지분의 22.8%를 보유한 롯데알미늄 지분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비상장사여서 신 회장이 장악 중인 계열사들로부터 지분을 가져올 방법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더욱이 롯데알미늄은 신 전 부회장이 경험있는 사업 분야도 아니다.
최열희 언론인
삼성 금융계열사 상근감사위원 전격 폐지 진짜 이유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상근감사위원을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나온 첫 주요 의사결정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이른바 ‘전관’들을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해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관치’,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관’의 창구였던 셈이다. 현재 삼성생명 상근감사위원은 이도승 전 감사교육원장이다. 삼성화재 상근감사위원은 금융감독원 출신의 오수상 전 생명보험협회 부회장이다. 삼성카드 정태문 감사는 감사원 감사국장 출신이다. 삼성증권의 상근감사는 송경철 전 금감원 부원장이다. 모두 공무원 출신이다. 현재까지 상근감사위원의 자리를 대신할 비상근감사위원 후보를 내놓은 곳은 삼성생명뿐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3일 공표한 정기주주총회 안건에서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후보로 올렸다. 비상근감사위원 역시 공직자 출신으로 채운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상근이든 비상근이든 감사위원의 주된 임무인 등기임원 선임 표결에서는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왜 굳이 제도를 바꿨을까. 삼성의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아닌 사외이사로 대신하는 만큼 경영이 더 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익명의 한 펀드매니저는 “감사의 임무는 경영감시다”라며 “상근하면서 매일매일 회사 상황을 지켜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떤 쪽이 경영감시에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대주주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를 꾸리는 것보다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근감사 체제로 유도하는 내용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감사위원을 맡는 사외이사에게는 모두 이 3% 룰이 적용되지만 적어도 ‘상근’을 하지 않는 것만 해도 경영진이 느끼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전직 고위 관료가 바로 옆 사무실에 계속 앉아있는 게 마음 편할 리 없다”고 설명했다. 비용도 차이가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1~9월 사외이사 2명에 지급한 보수는 1억 2600만 원으로 1인 평균 6300만 원이다. 그런데 감사위원 3명에 지급한 돈은 무려 5억 5400만 원으로 한 사람당 1억 7800만 원꼴이다. 같은 감사위원이지만 상근과 비상근의 업무량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상근감사위원의 몫이 나머지 2명 비상근감사위원보다 월등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근감사위원이 일반 사외이사와 같은 보수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상근감사위원 몫은 4억 2800만 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 상근감사 급여는 최고경영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 등기임원 2명이 받은 보수는 13억 2200만 원으로 1인 평균 6억 6200만 원 꼴이다. 2015년 연간급여를 보면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의 급여는 최신형 이사보다 1.5배 많았다. 같은 비율로 계산하면 김 사장이 약 8억 원, 최 이사가 약 4억 원대 초반이 된다. 상근보다 비상근을 택하면 비용도 줄어드는 셈이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