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말 교육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은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장기결석 및 미취학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장기결석 아동의 통상적 의미는 1년 중 50일 이상 병이나 경제적, 가정적 이유로 계속 또는 단속적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동을 뜻한다. 전수조사를 벌이게 된 계기는 ‘인천 소녀 맨발 탈출 사건’이었다. 지난 2015년 12월 인천 연수구 한 빌라에 감금됐던 박 아무개 양(11)이 탈출해 동네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담다 발견되면서 아동학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양은 지난 2012년부터 3년 동안 감금 및 학대를 당했던 대표적인 장기결석 아동이다. 전수조사 이후에도 원영이와 같은 장기결석 아동 피해자가 연이어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전수조사 결과 전국 초등생 287명이 학교를 오랫동안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이 가운데 133명은 소재가 확인됐다. 이 아동들의 경우 안전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대안교육 등의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로 파악돼 학교 출석을 독려했다.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서 집에 방치되는 학생들이 실제로 공개된 것이다. 또 학생 소재가 분명하지 않거나 아동 학대 정황이 발견된 학생이 91명으로 경찰서에 신고조치됐다. 아동학대가 의심되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학생이 17명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이외에 홈스쿨링 등 대안교육을 받고 있다는 학생이 17명, 해외로 나간 학생이 29명이었다.
경찰서에 신고접수된 91명의 아동 가운데 4명은 소재가 확인됐고, 18명의 경우 학대가 의심돼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된 17명 가운데에서도 6명이나 아동학대사례가 적발돼 전화상담, 가정방문, 심리치료 조치가 있었다. 이외에도 아동학대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아동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이 지속됐고, 기존부터 아동학대 피해아동을 관리하던 사례도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때 조사한 것이 1차 조사였는데 이후 수사와 모니터링은 종결됐다”고 밝혔다.
이후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부처는 애초에 한 달 동안 진행했던 장기결석 아동 전수 조사를 확대했다. 초등생에 국한했던 점검 대상을 초등, 중학교 미취학 아동뿐만 아니라 중학교에 입학한 장기결석 학생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점검 대상은 5년 동안 유예나 면제 없이 초등, 중학교에 나오지 않은 학생과 3년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 결석한 중학생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해당되는 학생 가운데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은 430명, 중학교 미취학 아동은 259명, 중학교 장기결석 아동은 220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28명은 소재가 분명하지 않고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돼 112, 경찰서에 신고조치됐고, 48명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됐다. 결국 13명은 경찰 수사 결과 부모의 학대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송치됐으며 학대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나머지 22명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해 부모 교육 등의 조치로 이어졌다. 경찰청에서 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의무교육 미취학자 및 장기결석을 관리하기 위한 ‘장기결석 관리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했다. 매뉴얼에는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중학생이 결석 당일부터 결석한 지 8일이 될 때까지의 아동을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결석 당일 담당 교사가 유선 연락을 시도하고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교장에게 보고를 하고 유선 연락을 시도해야 한다. 3~5일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교직원 등은 가정방문을 실시해 출석을 독려하며,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교장이 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결석 6일째에도 소재와 안전이 파악되지 않으면 교육장에게 보고를 하고, 교육장은 교육감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7~8일 동안 결석하게 될 경우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를 열어 학생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고 출석을 독려해야 한다는 대응책도 나와 있다. 또 학교장이 교내 행정정보망 열람을 통해 장기결석 아동의 출입국기록과 주소, 연락처 등을 조회할 수 있으며, 교육감과 교육장에게도 출입국기록 등 행정정보 이용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매뉴얼을 만들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 시도 교육청 가운데 매뉴얼에 따라 장기결석 아동을 관리하고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매뉴얼에는 6일 이상 결석하는 아동이 있을 경우 학교장은 이 내용을 교육장에게, 교육장은 교육감에게, 교육감은 교육청에게 보고하기로 돼 있다. 실제로 장기결석 아동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교육청이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또 대부분의 학교에서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를 열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 교육청 자체 전수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10월 집계한 장기결석 학생 수는 3658명에 달한다. 이는 교육부 등이 집계한 1344명를 훌쩍 넘는 수치다. 경기도에서만 다섯 달 만에 장기결석 학생수가 2300여 명이나 늘어났다는 의미인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이런 큰 오차는 집계 방식의 차이 때문으로 교육부는 조사 당시 장기결석 중인 학생만을 집계한 것이고 경기도교육청은 장기결석을 했으나 다시 학교로 돌아온 학생까지 모두 합한 집계였다. 결국 집계 방식조차 일원화되지 못해 엄청난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위험군’ 장기결석 학생 수는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또 다른 아동학대의 위험성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올해에도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행정자치부, 경찰청, 지자체와 함께 올해 취학을 앞둔 초등학생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은 전국에 48만 2553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98명의 소재가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8명 가운데 경기도가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26명, 인천이 9명 등이다. 교육부는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98명의 아동에 대해, 직접 경찰청에 요청하여 경찰청과 합동으로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끝까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아동학대 부모들 재판은? 항소해도 기각되거나 형량 늘거나 학대에서 살아남은 아동들은 가족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고, 사망한 아동의 부모들은 법정에 서서 법의 심판을 받고 있었다. 장기결석 아동이었던 박 양이 맨발의 모습으로 발견됐을 때 키 120cm와 몸무게 16kg으로 평균에 비교했을 때 왜소하고 앙상한 상태였다. 박 양을 학대한 친부와 계모는 기소된 이후 법원에서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친권을 상실했다. 혼자 남겨진 박 양은 지금까지 인천 내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한 아동이 있는가 하면 사망한 채 발견되는 아동도 많았다. A 군 역시 지난 2012년 4월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던 장기결석 아동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A 군의 시신은 고통스러운 표정이었고 눈에 테이프가 붙어져 있었다. A 군의 부모가 때려 죽인 이후 사체를 훼손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들 부모는 살인 및 사체손괴, 유기, 은닉 등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0년과 30년을 각각 선고받아 항소를 제기했지만 형량이 줄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남은 딸에 대한 친권을 잃어 딸은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에 거주하던 B 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친부이자 목사인 이 아무개 씨와 계모 백 아무개 씨(왼쪽 사진, 연합뉴스). 오른쪽은 이 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경기도의 한 개척교회. 부천에서 거주하던 B 양은 평소에도 부모님의 폭행을 피해 가출을 자주 했었고 사건이 있었던 1년 전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담임교사가 B 양을 찾아 부모에게 인계했지만 부모의 폭행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친부와 계모에게는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등의 혐의가 인정돼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계속해서 항소했지만 2심과 3심 모두 기각됐다. ‘원영이’로 알려진 신원영 군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3개월간 난방이 되지 않은 화장실에 감금됐고 폭행을 당한 뒤에 숨졌다. 신 군의 친부와 계모는 살인과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 20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이에 항소했고 재판부에서는 2심에서 1심을 깨고 징역 17년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1심보다 형량을 높인 판결은 괘씸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