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점. 사진=이종현 기자
지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1월부터 서울지역(분당·일산 포함)은 4000만 원, 서울 이외 지방은 2500만 원 미만의 고객 계좌들을 각 영업점이 아닌 본사 내 고객감동센터에 신설한 프라임고객팀으로 이관시켰다.
이는 지난해 5월 사측이 발표한 ‘영업점 성과체계 변경’에 따른 것이다. 대신증권은 변경된 제도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1000만 원 미만, 올해 1월에는 4000만 원 미만(지방 2500만 원 미만)의 고객 자산 계좌를 본사 고객감동센터로 이관, 영업직원들의 수수료 수익으로 잡아주지 않고 있다. 7월부터는 불인정 기준이 4000만 원에서 7000만 원(지방 5000만 원)으로 상승한다고 한다.
또한 직원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수익 인정비율도 현행 60%에서 절반인 30%로 축소하고, 조직 단위로 지급되는 조직성과급도 폐지했다. 직원들이 받게 되는 급여 외 성과급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신 사측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많이 받기 위해서는 1억 원 이상의 고액 계좌 고객을 영업해 오라고 권장했다고 한다.
이번 계좌 이관을 주도한 금융주치의부서 관계자는 “현재 소액 계좌는 관리자 등록이 되어 있는 자산의 1.6%에 불과하나 관리자 등록 계좌 수 기준으로는 28%에 달한다”며 “앞으로 고객에게 반드시 연락해야 하는 사항(Must call)에 대해선 고객감동센터에서 관리할 예정이나, 고객이 지점으로 전화를 하는 경우에는 지점에서 응대해주길 바란다”고 지점에 공지했다.
지점에서 소액 계좌 고객들의 상담은 하되, 실질적인 주문과 실적은 본사 고객감동센터에서 가져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성과급제 변경에 대해 영업점 직원들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지부장 이남현)는 반발하고 나섰다. 대신증권 지점에 근무하는 A 씨는 “자산 4000만 원 미만 고객 상담은 지점 영업직원이 하고, 주문과 실적은 본사 고객감동센터로 잡히면, 재주는 지점이 구르고 실적은 본사에서 챙겨가는 꼴이 됐다”며 “이게 대신증권이 그토록 지향하는 성과주의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지점 근무자 B 씨는 “고객과 점심 저녁 먹는 접대비 교통비 모두 지점 직원 부담인데, 기본급만 겨우 지급 받고 밖에 나가 1억 원 이상 고객 데려오라고만 난리”라며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본급 320만 원이 사실상 전부인데, 본사에 갑질 당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남현 대신증권 노조위원장(지부장)은 “사측이 변경한 영업점 성과체계대로라면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거의 받을 수 없다”며 “대신증권은 거액계좌가 많은 증권사가 아니다. 거액계좌가 있다 하더라도 발생하는 수수료는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회사에서는 성과체계 변경 이후 고액 계좌가 많이 들어오고,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는 직원들을 몰아세워 쥐어짜듯 영업을 시킨 결과다. 1억 원 이상 계좌가 증권시장에 그리 많지 않다. 결국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직원들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반발이 무척 심했다. 노조에서도 당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340여 명이 답변을 줬다. 영업점에서 회유, 압박, 강요가 많았다고 하더라”고 비판했다.
소액 계좌가 고객감동센터로 이관된 것에 대해서는 “본사로 이관된 고객이 수만 명은 될 텐데 고객감동센터에서 영업상담을 할 수 있는 직원은 현재 3~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사에서는 계좌는 이관됐어도, 예전처럼 상담은 지점 직원들이 충실히 응대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내 성과로 인정받지 않는데 이전처럼 투자상담 서비스를 열심히 해줄지는 의문이다. 투자상담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데 어느 고객이 대신증권에 남아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직원들이 성과급을 거의 받아가지 못하면, 본사 수익이 늘어난다. 그 수익은 결국 배당을 통해 대주주에게 들어가게 된다. 대주주 배만 불리는 실패한 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증권 측은 이에 대해 “노조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맞섰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직원들의 성과급을 대주주에게 몰아준다는 지적은 말이 안 된다. 회사도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많이 받아 가면 좋다. 그만큼 회사에 기여를 한다는 뜻”이라며 “4000만 원 미만 계좌의 자산은 대신증권 관리자 자산에 등록된 자산 중 1.7%밖에 안 된다. 오는 7월 7000만 원으로 금액이 높아져도 비중은 4%다. 이것 때문에 영업직원들이 성과급을 못 받아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성과체계 변경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봤을 때 회사에서 직원들에 지급하는 인센티브 비용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다만 직원들에 지급된 인센티브의 정확한 금액은 회사 내부 방침이라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고객감동센터 내 직원 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4000만 원 미만 소액 계좌는 회사로 전화해 투자상담을 받거나 하지 않고, 고객들 스스로 돈을 굴린다. 혹은 대부분 직원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계좌”라며 “고객감동센터에서는 소액 계좌가 이관됐다고 투자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증자 참여 등 고객들이 주식 보유로 갖게 되는 권리 등을 통지하는 업무만을 본다. 투자상담을 원한다면 이전처럼 동일하게 각 지점 직원에게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변경된 성과체계에 불만인 직원들은 회전율이 높은 브로커리지를 반복해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계속 그렇게 가면 고객도 망가지고, 회사도 망가진다. 그보다는 고액 계좌 신규 고객을 유치해 자산관리 부문을 키우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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