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 아이돌그룹 AKB48를 탄생시킨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秋元康·58). 그는 손대는 분야마다 ‘대박’을 터트린, 명실상부한 ‘히트 제조기’다. 실제 일본 연예계에서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 작사가, 방송작가, 영화감독, 각본가, 공연연출가, 아이돌 프로듀서 등이 지금까지 그가 거친 직업들이다. 그야말로 만능 재주꾼이 따로 없다. 톤네루즈, AKB48, 노기자카46 등 인기가수들의 노래를 작사했으며, 공포영화 <착신아리>의 대본도 그가 썼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키모토가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한 건 ‘아이돌 프로듀서’라는 분야다. 그는 2005년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워 AKB48를 데뷔시킨다. “전용극장에서 정기적으로 라이브공연을 하고, 팬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커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여느 걸그룹처럼 외모가 특별히 뛰어나진 않았지만, 평범한 소녀들로 구성된 ‘미완성의 아이돌’을 팬들이 ‘프로’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은 기막히게 적중했다.
일본의 국민아이돌 AKB48.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는 팬들의 인기투표로 멤버를 뽑는 아이디어로 AKB48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위키피디아
특히 팬들의 인기투표로 선발멤버를 뽑는 총선거는 AKB48 열풍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도 AKB48 음반을 구매하면 총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권이 한 장 들어있다거나, 멤버들과 직접 만나 악수를 할 수 있는 악수회 참가권이 포함된다는 상술도 모두 아키모토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 정도면 가히 ‘마케팅의 귀재’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그런 그가 올해 새로운 콘셉트의 아이돌 데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더욱이 인간이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접목시킨 디지털 아이돌이란다. <주간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아키모토가 새롭게 프로듀싱하는 디지털 아이돌은 8인조 유닛으로, 이름은 ‘22/7(7분의 22)’이다. 끝없이 계속되는 원주율 3.14랑 가까운 숫자라고 한다. 또 “이번 프로젝트에는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접목시킨 디지털 아이돌 22/7. 사진=22/7 홈페이지
흔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돌 프로듀스를 0에서 1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키모토는 “아이돌 프로듀스란 0.1에서 1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즉 “아무것도 없는 무색투명한 형태에 색을 입히는 게 아니라, 멤버 자신도 미처 몰랐던 색을 발견해 그 빛깔을 진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본인에게 전혀 없는 요소를 끄집어내면 거짓이 되고 만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면도 많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픽션이라서 가능한 아이돌을 제작하고 싶었다. 기본 전제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돌을 제시하자”는 것. 만약 이런 외모의 여자 아이돌이 있다면? 이런 스캔들을 일으키는 아이돌이 있다면? 등의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아키모토 야스시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돌을 제시하자”는 생각에서 22/7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위키피디아
디지털 아이돌은 과거에도 존재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이에 대한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을까. 아키모토는 “수십 년간 연예계에 종사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머리 터지게 생각할수록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AKB48 역시 사업계획서도 없었다. 만일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면 AKB48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250명 수용의 소극장 공연에 입석이 5000원, 좌석이 1만 원이라는 시스템은 아무리 따져 봐도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지 않은가. 아마 그런 걸 따지지 않았기에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아키모토는 과거 한 TV프로그램에서 성공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한 적 있다. “지금 해바라기가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모두 해바라기를 심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기다리고 있는 건 가격폭락밖에 없다. 필요한 것은 지금 민들레를 심는 용기다. 성공한 사람의 차이점은 간단하다. 바로 신념에 따라 실천한다는 점이다. 반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나도 같은 걸 생각했는데 아쉽다’고 한다. 운명의 갈림길은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나뉜다.”
과연 ‘민들레를 심는 용기’는 이번에도 성공신화를 일궈낼까.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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