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는 칸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가 인정하는 3대 국제영화제. 1987년 배우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2007년 배우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각각 여우주연상을 받았기 때문에 김민희가 베를린에서 화룡점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강수연, 전도연은 여우주연상을 받은 직후 정부가 주는 문화훈장의 수훈자가 됐다. 2002년에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거머쥔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던 문소리도 이 훈장을 걸었다. 또한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과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조민수, 이정진 역시 문화훈장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전례를 감안했을 때 김민희는 수훈자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에 해당되는 은곰상을 받은 김민희.
훈장 수여 여부는 문체부가 해당자를 추천하면 행정자치부의 업무지침에 따라 심사 후 결정한다. 하지만 김민희의 경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 업무지침을 보면 형사처벌의 대상 등은 추천에서 제외한다는 내용 외에 ‘부도덕한 행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언론보도 또는 소송·민원 제기 등의 논란이 있어 정부포상이 합당치 않다고 판단되는 자’ 역시 부적합자로 보고 있다.
김민희는 지난해 6월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에 휩싸였다. 그동안은 ‘설’에 그쳤지만 불륜설이 수면 위로 올라온 후 두 사람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잠행을 거듭했고,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는 홍상수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고 추측되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민희를 언급하며 “나는 김민희와 매우 가까운 사이다(I have close relationship with her). 그래서 의견을 많이 묻는다. 내가 쓴 작품이기 때문에 내 안에 있는 것이 나오는 것이 맞다”고 말해 사실상 불륜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검토를 시작하지 않았다. 자격 요건 및 제한 대상인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민희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통상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 ‘몸값’이 크게 오른다. 또한 김민희는 지난해 출연한 영화 <아가씨>가 흥행에 성공하며 대중적 지명도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상업 영화보다는 작품성 있는 영화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전망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김민희는 2014년 영화 <우는 남자> 출연 이후 과거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5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출연 후 택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역시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에 방점을 찍는 편이다. 이 영화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던 그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결국 베니스영화제의 여신이 됐다.
김민희는 여우주연상 수상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업적인 영화를 하는 것이 내게 큰 의미는 없다. 배우로서 좋은 감독과 함께 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영광”이라며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기쁘고 감사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영화로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민희가 향후 대중성 있는 영화보다는 작품성이 높은 영화에 몰두하겠다는 일종 ‘선언’이란 보는 이들이 적잖다. 또한 만약 불륜설이 사실이고,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의 영향을 받아 그의 작품에 계속 출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민희는 당분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유력하다.
또 다른 변수는 국내 상업 영화 복귀다. ‘불륜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김민희는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고 매력적인 여배우로 손꼽힌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를 캐스팅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게다가 김민희 역시 데뷔 이후 현재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때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때 개런티를 거의 받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김민희가 ‘작품성 있는’ 상업 영화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가상 시나리오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김민희에 대한 비판이 높지만,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아니라 다른 인지도 있는 감독의 좋은 시나리오와 탄탄한 상대 배우를 만나면 이런 이미지를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다”며 “그동안 숱한 스타들이 불미스러운 일과 구설에 올랐어도, 결국 대중은 작품이 재미있고, 배우의 연기가 좋으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김민희가 정면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