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친문 측은 “황당한 소설”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비문 진영에선 “벌써부터 대통령 된 듯 행동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다.
‘문재인 내각 리스트’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문 전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영화 ‘재심’을 관람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문제가 된 리스트는 ‘문재인 정부 내각-청와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명단에는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경제수석, 정무수석, 교문수석, 홍보수석 등 주요 직책에 발탁될 인사들 실명이 적혀 있었다. 모두 문 전 대표를 공식·비공식적으로 돕고 있는 인사들이었다. 문서만 놓고 보면 문 전 대표 측이 예비 내각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국무총리로 거론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엔 캠프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는 노영민 전 의원이 적혀 있다. 그 뒤를 정무수석 전병헌 전 의원(강기정 전 의원), 홍보수석 양정철 전 비서관(임종석 전 의원)이 이었다.
사회부총리로는 공동선대위원장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행자부 장관엔 총괄선대본부장 송영길 의원 이름이 올라있다. 법무부 장관은 문 전 대표를 외곽에서 돕고 있는 전해철 최고위원이 기록돼 있었다. 정치인 외에도 교육자도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소장인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경제부총리 발탁이 점쳐졌다.
이에 대해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 말도 안 되는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를 뜻하는 은어)”라고 했다. 문서의 일부 오류를 예로 들며 신빙성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고 적힌 전해철 의원은 ‘전 의원’으로 표기돼 있었다.
그러나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탄핵이 인용되면 바로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 만큼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당선 직후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때문에 이미 캠프에서 내각 구성의 밑그림을 그려놨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문 진영에선 “대통령 다 된 듯이 행동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야권의 한 보좌진은 “명단이 상당히 그럴듯하다. 장관과 달리 청와대 수석들은 검증 시스템이 따로 없다. 그동안 구설에 올랐던 전병헌 전 의원이나 강기정 전 의원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인사 청문회가 필요 없는) 청와대 직으로 올라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서에서 나온 표기 오류에 대해선 “캠프에 사람도 워낙 많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떠나서 이런 얘기가 문서화돼서 나돌 정도면 오만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십상이다. 언행에 조심해야지,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 역시 “문서가 사실이 아니라는 문재인 캠프의 해명이 맞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런 문서가 왜 나왔는지에 대해선 문재인 캠프 측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문재인 캠프 측의 행보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뜻이다. 또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 대부분이 ‘친문 인사’다. 이는 친문 패권주의를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엄정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2월 23일 “최근 SNS 등을 통해 정체불명의 ‘문재인 정부 내각-청와대’라는 제목의 명단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면서 “명단 내용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 의원은 “아직 탄핵 결정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문재인 예비후보를 음해하려는 불순한 의도이며 당사자들에겐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문재인 후보 캠프는 최초 유포자에 대한 수사의뢰와 더불어 이를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에서도 이미 2016년 11월부터 ‘유언비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당 홈페이지 신고 센터엔 7000여 개의 신고가 접수됐다.
허성무 정치평론가는 “경선을 앞두고 문재인 캠프 내부 분열을 노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명단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섀도캐비닛은 보통의 경우 특정 직책에 10명에서 20명 정도의 후보군을 둔다. 특정인 한 명을 찍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언론의 질타와 내부 분열을 노리는 공격 목적의 문서다”라고 평가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