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사드부지 확정을 완료했다.연합뉴스
[일요신문]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의 칼날을 피한 롯데가 사드부지 확정으로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조직개편과 인사 단행으로 전열을 다듬은 신동빈 호가 첩첩산중에 빠진 형국이다.
롯데는 28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국방부에 사드 부지로 제공하고, 대신 남양주 군용지를 받는 사드부지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 전날 롯데 이사회가 사드부지 안건을 승인한 지 하루 만에 전광석화처럼 단행됐다. 국방부가 미국과 차기정부 전에 사드배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 적극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사드부지를 내준 롯데의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사드배치 관련 강한 반발이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계약 완료 후 롯데는 “성주골프장은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며 “이후 사드 관련 진행 상황은 사실상 롯데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 긋기에 나선 것도 이를 반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의 반발은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7일 롯데가 사드부지 계약체결을 사실상 확정짓자, 롯데를 향한 중국 내 여론은 냉랭했다.
환구시보는 논평에서 “롯데를 공격해 한국을 벌하는 것을 제외하고 중국이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도 “중국은 호랑이를 위해 앞잡이가 된 롯데를 환영하지 않는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중국 대표 SNS인 웨이보에는 ‘롯데보이콧’, ‘사드를 지지한 롯데’ 등의 공식 태그가 생성돼 눈에 띄는 가하면, 롯데와 관련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시사했다.
이미 롯데의 공식 계정 일부에 “롯데는 떠나라” 등의 비난 댓글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롯데는 그룹 미래 성장동력의 중요한 한 축으로 중국 진출에 매진했다. 현재 중국 시장에는 롯데의 24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현지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만 2만 여 명에 달한다.
특히 유통의 경우 중국 내 백화점 5개, 마트 99개, 슈퍼 16개 등 총 119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유통, 제과, 화학 등의 계열사가 중국 현지에서 올리는 매출만 한 해 약 3조2000억 원에 이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드부지 등 사드보복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롯데 불매운동을 전개할 경우 매출 하락은 물 보듯 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한국행 관광객을 제한할 경우에는 공을 들였던 롯데면세점의 타격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 당연하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시내면세점 6조 원 가량의 매출 가운데 무려 70~80%는 중국인 관광객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내 롯데그룹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반한 정서로까지 번질 조짐도 감지되다는 점이다.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넘어 한중간 국가간 갈등으로 심화될 경우 롯데를 포함한 중국내 한국기업의 철수까지 고려해야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한편 롯데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 내 반롯데 대응을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재계관계자들은 ‘뉴 롯데’를 짊어질 신동빈 회장이 중국을 긴급방문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시 고개를 드는 ‘형제의난’과 탄핵심판 및 조기대선 등 정치적 이슈로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