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출범시킨 노란우산공제의 운용 투명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의 폐업·노령 등에 따른 생계위험으로부터 생활안정을 기하고, 사업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으로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15조 규정에 따라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공적 공제제도다. 노란우산공제는 주로 영세 소상공인을 가입 대상으로 하며 이들이 폐업·사망·노령에 이를 경우 가입 기간과 연령에 관계없이 공제금을 즉시 지급한다. 퇴직연금이 없거나 폐업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는 자영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제도다. 공제금이니만큼 기금 운용이 투명해야 한다.
하지만 노란우산공제의 기금 운용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은 대체투자 부문이다.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 투자를 제외한 부동산·사모투자·벤처투자 등 투자처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다. 노란우산공제는 부동산과 사모펀드, 블라인드 펀드 등에 대체투자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생략한 채 진행했으며 수익률 또한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중기중앙회는 2014년 스포츠토토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케이비즈사모투자전문회사(K-BIZ PEF)를 설립했다. 노란우산공제는 K-BIZ PEF에 당초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계획했지만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계획보다 적은 60억 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사모투자회사를 설립하고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노란우산공제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란우산공제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규정에 따라 기금을 투자·운용해야 한다. 규정에 따르면 대체투자의 경우 대체투자위원회를 열어 투자 사항을 의논하고 결정해야 하지만 노란우산공제는 K-BIZ PEF에 60억 원을 투자하면서 이 같은 과정을 생략했다. 서면회의로 대체투자위원회의를 갈음했다. 또 주무관청인 중소기업청(중기청)이 스포츠토토 투자에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중기중앙회와 노란우산공제는 이를 무시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결국 스포츠토토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중기중앙회와 노란우산공제의 투자 수익률은 제로(0)에 가깝다. 중기중앙회는 스포츠토토 사업에 투자한 지분을 올해 안에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29일 중소기업청(중기청) 및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중기중앙회의 스포츠토토 투자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중기청 감사에 따르면 당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데 왜 제대로 조사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중기청은 스포츠토토에 투자를 집행한 데 대해 문책요구를 내렸지만 중기중앙회는 당시 황윤하 노란우산공제 사업단장이 연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내부 처분을 마무리지었다. 당시 김기문 회장은 비상근직이기 때문에 결재권이 없고 노란우산공제 기금의 최종결재자이자 책임자가 황윤하 사업단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임원의 경우 문책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없다”며 “그래서 임원에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처분인 연임 불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종 의사결정자이자 책임자인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김기문 회장은 구두 지시는 내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전결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란우산공제는 영세 자영업자의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홈페이지 캡처
중기중앙회가 집행한 부동산 투자 건도 고가 매입 의혹을 받으며 중기청의 시정 요구를 받았다. 중기중앙회는 김기문 회장 재임 시기인 2012년 대전 서구에 대전회관을 매입했다. 중기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중기중앙회가 부동산 매입을 고려하던 2011년 대전지역 상업용 빌딩 평군 공실률은 15.5%였으나 부동산 구매 승인을 위해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예상수익률을 만실 기준으로 평가하고 매입, 결국 고가 매입 의혹을 샀다.
더욱이 중기중앙회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감정평가 대신 한국자산공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과 약식 부동산 가치 산정 비교표를 참고해 예상 대전회관 매입가를 산정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재 그 일대 땅값이 올라 부동산투자 수익률이 높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전회관 일대 한 부동산 관계자는 “2012년(대전회관 매입 시기)부터 지금까지 일대 땅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7년 출범해 57억 원의 기금을 운용하던 중기중앙회 노란우산공제는 2016년 기준 기금이 6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동안 자영업자가 증가해 기금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금 규모가 늘어난 만큼 더 투명해야 함에도 중기중앙회와 노란우산공제로 향하는 시선은 곱지 않다.
중기중앙회는 기금의 상세 운용 내역에 대해 “공시의무가 없다”며 폐쇄적 태도를 보인다. 주무관청의 감사로 처분 요구를 받은 스포츠토토 사업에 대해서도 ‘비밀유지’ 조항을 들며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국회에서도 중기중앙회는 자료요청과 정보공개에 폐쇄적인 곳으로 이름나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노란우산공제의 투자 내역과 성과 등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지 못한다”며 “노란우산공제와 중기중앙회는 별도 조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의무도 아닌데 ‘만약’을 위해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한다”며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돈이 모인 기금의 운용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불투명한 기금 운용은 정치적인 투자 결정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 된다”며 “가입자들이 기금 운용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공제회는 기금의 운용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의 누적 수익률은 3.74%다. 이는 국민연금이나 타 공제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투자운용 목표의 방점이 안전성에 찍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