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지벨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CT 현장 리더들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TV토론본부 핵심 관계자는 3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이후 수많은 발언을 했는데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말 바꾸기 논란이나 우유부단하다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선 후보가 과거 발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핵정국에서도 문 전 대표가 주장한 2선 후퇴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고 비판받았다. 일관성 있는 메시지 전달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표 측은 메머드급 TV토론본부를 꾸렸다. MBC 앵커출신인 신경민 의원이 TV토론 본부장을 맡았고 토론 준비에 정통한 10명의 보좌진들이 합류했다. 앞서의 TV토론본부 관계자는 “신 의원이 문 전 대표의 발음 등을 봐주고 있다. 미디어에 비춰진 후보의 모습들 중에 우리가 놓친 것들을 신 의원이 잡아내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표의 토론 코치로 나선 신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방송연설도 해야 한다. 앞으로 30~40명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의 주무기는 ‘관록’이다. 보좌진들은 문 전 대표가 18대 대선 경선과 본선에서 수차례의 TV 토론을 거쳤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2012년 이후 웬만한 네거티브에 관한 입장이 전부 정리가 돼있다. 후보본인도 개별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다른 잠룡들은 갑자기 대선에 뛰어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그 전에 싱크탱크를 미리 띄워 여러 가지 공약을 준비했다. 준비가 부족한 안 지사와 이 시장의 허를 찌를 수 있는 공격 포인트가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꼽은 문 전 대표의 강점은 ‘자신감’이다. 박민영 휴스피치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언변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사안별로 오랫동안 생각해온 점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는 “지지율이 높은 주자는 여유가 넘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문 전 대표는 유약한 이미지를 보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문 전 대표는 대세론에 걸맞은 자신감으로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최대 약점은 ‘발음’이다. 문 전 대표는 참여 정부에서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과로와 스트레스로 치아 10개가 빠져 전부 임플란트를 했다. 18대 대선 TV토론에서도 문 전 대표의 어눌한 발음은 구설에 올랐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임플란트 때문에 발음이 어눌한데 더욱 안 좋아졌다. 훈련을 하고 있지만 방법이 없다. 발음이 새는 이유를 충분히 알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사투리가 심하고 발음이 좋지 않은 것이 고민이지만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약점을 솔직히 보여주고 강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문 전 대표의 모호한 화법은 토론에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민영 대표는 “문 전 대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애매모호한 화법을 쓴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도출을 하겠다’거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얘기하겠다’라고 즉답을 회피한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분명한 답을 원한다”고 밝혔다. 정연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습관적으로 내뱉는 ‘의논해보겠다’는 화법은 토론에 불리하다. 소신 있는 사람의 이미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을 내세워 큰 그림을 어필할 전망이다. 안 지사의 최측근은 “안 지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 기본적인 설계도가 있어 개별 공약들을 연결해 민주주의라는 가치로 묶어낼 수 있다. 단편적인 정책을 나열하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 원칙이 분명한 설계도가 있기 때문에 토론 중에 공방이 벌어져도 본인이 돌아와야 할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한 검증 요구 등 네거티브 공격이 들어와도 정면 돌파를 시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안 지사의 강점은 두괄식 화법”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영 대표는 “TV토론은 논리적인 메시지 전달보다도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가 더 중요한 싸움이다. 문 전 대표는 핵심 주장이 뒤늦게 나오는 모습이 보이지만 안 지사는 답변의 핵심을 제시하고 설명을 뒷받침하는 언어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질문이 들어오면 ‘민주주의다. 소통이다’는 식의 핵심 단어를 던진 뒤 사례를 설명한다. 안 지사의 두괄식 화법이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추상적인 언어와 담론들을 이해할 수 있는 유권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들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안 지사는 대연정과 선한 의지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안 지사의 측근은 “대중 친화적인 언어를 쓰지않는다는 것이 약점이다. 국민들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언, 즉 시원한 언어를 원하는데 안 지사는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많이 던진다. 언어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걱정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시장의 강점은 ‘사이다 화법’이다. 이 시장은 탄핵정국에서 “친일 부패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는 등의 화법으로 야권 대권잠룡에 진입했다. 이번 토론에서도 시원한 화법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제압한다는 것이 전략이다. 국회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실언만 안 하면 된다. 침묵을 지키고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두루뭉술한 태도를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다. 대선 때 박 대통령이 문 전 대표에게 ‘제가 그래서 대통령 하겠다는 것 아니에요’라고 했을 때 문 전 대표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박 대통령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 측은 최근 백지 토론회를 다른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그만큼 경선 토론회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 시장의 최측근은 “백지 토론 방식은 후보들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형식적인 토론이 되어선 안 된다. 짧은 시간 주어진 질문에 외워서 답변하는 식이면 유권자들이 검증을 할 수가 없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상태에서 사전 질문 없이 즉석에서 상호간에 자유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시장의 사이다 화법은 양날의 검”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며 대통령을 공격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환호했지만 이는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 시장의 사이다 발언은 보수층에 극단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민주당 집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 시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사이다 말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영 대표 역시 “이 시장은 거친 언어 습관을 자제해야 한다. TV 토론을 볼 정도의 유권자라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부드러운 어조를 지니고 있다. 이 시장의 자극적인 언어가 더욱 부각돼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시장 측은 ‘사이다 발언의 기조를 토론회에서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시장의 최측근은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포장이 아니다. 후보가 지닌 철학이 지닌 진정성이 중요하다. 이 시장은 평소 철학과 소신과 의지가 뚜렷한 인물이다. 이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는 노력 끝에 나온 것이 사이다 발언이다.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토론에서도 변함없은 화법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