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은 보통 연합지주회사와 벤처기업 간 주식스왑(맞교환) 방식으로 묶인다. 연합에 가입되면 소속 벤처기업들은 법적으로 연합의 자회사로 편입되고 이런 자회사들이 모여 그룹(연합)을 이룬다. 연합 지주회사는 자회사들의 자문과 홍보, 법무 등의 업무를 총괄하지만 세부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은 연합에 가입함으로써 경영관리 인력을 절감할 수 있고, 계열사로 통하는 연합 소속 다른 벤처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 이 같은 특징을 가진 대표적인 벤처연합으로는 옐로모바일과 500V가 꼽힌다. 두 연합은 소속 벤처기업들을 관리하고 신사업도 발굴해야 하지만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 이 때문에 두 연합은 공통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80여 개의 계열사를 가진 옐로모바일은 상장을 목표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2015년 2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간사로 선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계열사 간 흡수합병을 통해 계열사 수를 3분의 1로 재편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IPO 준비를 위해 한국거래소 출신 직원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옐로모바일 관계자는 “일련의 작업들은 모두 상장을 위한 준비”라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출신 직원 영입 등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옐로모바일 본사 전경.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옐로모바일은 또 자회사 상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 계열사인 모바일 광고 업체 퓨쳐스트림네트웍스(FSN)의 코스닥에 상장에 힘을 보탰으며 또 다른 계열사인 옐로오투오의 상장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옐로모바일 관계자는 “FSN은 이전부터 상장을 준비해왔고 2014년 3월 옐로모바일에 합류할 때도 상장에 대한 상호협의가 있었다”며 “옐로모바일이 FSN의 상장을 도와줬는데 향후 옐로모바일 상장에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00V는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오프라인 연계서비스) 전문기업 12곳이 모여 만들어진 연합이다. 500V는 창업부터 상장까지 평균 14.2년이 소요되는 국내 기업 생태계를 2.5년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15년 1월 설립된 500V는 1년 11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김충범 500V 총괄대표는 “벤처연합모델 최초·최단기 상장이라는 선례를 남겨 기쁘다”며 “향후 기업과 투자생태계에 불어오는 변화를 500V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500V는 지난 2월 미디어와 콘텐츠 기업 13곳을 모아 또 다른 벤처연합인 500V2를 출범시켰다. 500V 관계자는 “500V2도 최대한 빠른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500V는 벤처연합모델 최초, 최단기로 코넥스에 상장했다. 왼쪽부터 김동혁 500V2 부사장, 박민우 500V2 대표, 명승은 500V2 총괄대표, 이수형 500V2 대표, 김충범 500V 총괄대표. 사진출처=500V 공식블로그
하지만 500V의 상장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500V는 당초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코넥스 상장으로 방향을 바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4억 6700만 원으로 코스닥의 3조 3940억 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코넥스는 코스닥만큼 투자를 많이 받기 힘들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그만큼 적다. 실제 500V 상장 첫 날인 지난해 12월 28일, 500V의 종가는 1만 65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2300원 수준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김충범 500V 대표가 일단 상장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은 코넥스를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2015년 6월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넥스 상장 조건 중 하나인 재무 요건을 폐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심사가 비교적 까다로운 코스닥보다 코넥스 상장이 수월해졌다. 500V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스타트업에 코넥스 시장 상장 특례제도를 마련해 스타트업이 거쳐 가기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장기적으로 500V는 코스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옐로모바일과 500V가 상장을 서두르는 까닭은 자금 부분에서 한계가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옐로모바일은 2014년 407억 원, 2015년 83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16년 1~3분기에도 20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500V는 2015년 2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최근 500V2를 출범시키면서 투자 유치가 절실해졌다.
현재 두 연합이 추진 중인 신사업은 없지만 향후 신사업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는 그간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500V는 500V2에 이어 500V3, 500V4와 같은 벤처연합을 추가로 출범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신사업에 한두 번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회사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어느 순간 매출 성장이 멈추는 시기가 오는데 신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투자를 받아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업 규모가 커지면 전문 투자자들보다 대중 시장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옐로모바일과 500V도 각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지만 현 수준의 투자 유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벤처들 가입·탈퇴 자유…‘옐로’→‘500V2’ 갈아타기도 디지털마케팅 전문 기업인 퍼플프렌즈는 지난 2월 22일 출범한 벤처연합 500V2 자회사로 합류했다. 2014년 3월 옐로모바일에 합류했던 퍼플프렌즈는 이수형 퍼플프렌즈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 옐로모바일의 퍼플프렌즈 지분을 되사면서 2015년 10월 탈퇴했다. 당시 옐로모바일과 퍼플프렌즈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퍼플프렌즈는 탈퇴 이유에 대해 갈등이 아닌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퍼플프렌즈 관계자는 “옐로모바일은 회사끼리 경쟁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500V2 합류를 염두에 두고 탈퇴한 건 아니지만 500V가 가진 정체성이 전문적인 경영 컨설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퍼플프렌즈의 500V2 합류는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500V 관계자는 “500V 사무실과 퍼플프렌즈 사무실이 근처에 있는데 우연한 기회에 김충범 500V 대표와 이수형 대표가 만나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가 나왔다”며 “서로 어떤 사업영역이 있는지 이야기하다가 시너지가 충분할 것 같아서 500V2 참여가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