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최종변론을 마지막으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 8명의 재판관이 휴일 없이 매일 모여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시킬지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철저한 보안 속에 재판관들이 자유롭게 모여 평의를 진행 중”이라며 “막내부터 한 명 씩 격의 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2월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여론은 다수의 탄핵 지지와 소수의 탄핵 반대 분위기. 헌재 내에서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론 분열을 우려해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
구체적인 선고 날짜도 거론된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추후에 선고 기일을 지정해 양측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는데, 법조계에서는 3월 10일이나 13일, 또는 9일도 거론되는 상황. 이 중에서도 10일일 가능성이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헌재 흐름에 밝은 관계자는 “13일 이정미 권한대행의 임기가 끝나는데, 이 날 선고를 할 경우 ‘얼마나 급하게 했다는 것이냐, 억지로 날짜를 맞추려다보니 성급하게 판단했다’는 역공을 맞을 수 있다”며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도 이보다 앞선 10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고일자는 이르면 6일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선고기일이 5월 14일이었는데, 사흘 전인 5월 11일 선고일자를 확정했다. 선고기일 지정이 임박하면서 이번 주말 헌재 주변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시위가 더 과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이 기각되면 박 대통령은 국정에 바로 복귀할 수 있지만, 탄핵이 인용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뒤따른다. 조기 대선 정국이 열리는 것은 기본이고,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때문에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를 물어보는 법조계 안팎의 질문이 쇄도하는 상황.
“정말 빈틈이 많은 변론 서면이죠.”
박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는 입장문을 살펴본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의 평가다. “법리적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탄핵 반대 주장만 담겨 있고, 자신의 과거 정치 경력을 돌이켜보는 ‘읍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1일 오전 퇴임식을 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휴대폰도 꺼놓고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왼쪽은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 사진=임준선 기자
실제 박 대통령은 자신은 최순실 씨에게 속은 ‘피해자’라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탄핵 소추사유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개인 인생사를 많이 거론했는데, 마치 정치인이 지지자들에게 동정론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동정론에 호소하는 것인데, 사실상 의견서나 탄원서를 쓰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 박 대통령은 끝까지 ‘탄핵당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헌재의 분위기는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한 명이라도 박 대통령의 편에 설 경우 결과에 대해 정당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평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을 낼 것”이라며 “사전에 의견을 교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친한 재판관들끼리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자연스레 분위기를 보고 재판관 각각의 입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7 대 1이나, 6 대 2 등 일부의 박 대통령 탄핵 반대 결정이 나올 것을 점치는 법조인도 적지 않다. 앞서의 변호사는 “헌재는 여론을 살펴서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는 기구”라며 “7 대 1이나 6 대 2, 1명이나 2명의 재판관이 보수 쪽의 편을 들어주며 자유한국당에게 ‘반발의 명분’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특히 “박한철 전 소장을 빼고도, 박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이 현재 2명 남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이들에게 박 대통령은 자신을 재판관으로 임명해줬기에 박 대통령 편에 설 명분도 있어 이들 2명이 반대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1월 31일 임기를 끝낸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은 휴대폰도 꺼놓고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박 전 소장이 자택이 아니라 모처에서 칩거하며 논란을 피하려 한다고 들었다”며 “우리도 연락을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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