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정부 때도 특혜 의혹
차바이오텍은 2009년 2월 코스닥 상장사이자 광학렌즈 제조사인 디오스텍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합병 직전 2000~3000원대였던 주가는 두 달 만인 2009년 4월 2만 4000원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차바이오텍 주가가 급등하던 2009년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던 때다.
차움의원은 초호화 안티에이징 라이프센터로 피엔폴루스 2~3층과 5~7층에 위치해 있다. 박정훈 기자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의혹은 많으나 당시 실세들의 자금이 유입된 탓에 구체적으로 조사·수사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국정원까지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결국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차바이오텍의 최대주주는 차병원그룹 오너인 차광렬 회장이다. 2대 주주는 차광렬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인 KH그린이다. KH그린은 이른바 ‘최순실 레지던스’로 알려진 청담동 피엔폴루스 오피스텔 일부 동을 2009년 사들였다. 이어 차바이오텍은 2010년 최고급 안티에이징 센터이자 영리병원 모델인 차움의원을 개원했다. 즉, 차바이오텍이 상장된 2009년을 전후로 차광렬 회장의 의료사업 투자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차움의원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서 있었다. 의료법상 의료법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회사 설립·운영이 금지됐다. 때문에 차병원은 의료재단인 성광의료재단과 영리회사인 차바이오텍을 동원해 차움의원을 운영했다. 차움이란 한 공간에서 의료서비스와 미용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특이한 구조였다.
만약 정부 당국이 차움의 기형적인 운영을 문제 삼았다면 제재를 가할 수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묵인했다. 2009년 3월 차의과대학 총장으로 영입된 박명재 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영포회’ 선후배 사이며, 2010년 1월 차바이오텍 대표이자 차병원그룹 부회장으로 영입된 황영기 현 금융투자협회장은 당시 ‘핵심 실세’였던 원세훈 국정원장의 고교 1년 후배이자 대학 동문이다. 최순실과 만났던 전직 차병원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도) 차병원을 둘러싼 소문과 의혹이 많았다”고 밝혔다. 차병원 측은 “오래 전 일에 대해선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 인천 거점 의료관광 전방위 지원 의혹
차병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은 차움의 VIP 고객으로 확인된다(2016년 11월 17일자, ‘[단독] 최순실-최순득-박근혜 억대 회비 의료센터 고객이었다’ 참조). 또 차움에서 VIP 회원을 관리한 직원 최 아무개 씨는 관광사업 경력이 전무한 데도 2015년 9월 인천관광공사 마케팅본부장에 채용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최 본부장이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입김으로 인천관광공사에 취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강호 인천시의원(부의장)은 “최 본부장의 취임을 전후로 인천관광공사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병원이 추진하는 국제의료관광을 지원할 목적으로 ‘최순실이 최 본부장을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에 취업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차병원 계열사인 차헬스케어는 2014년 4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1조 5000억 원대 ‘의료복합타운’ 조성 계획을 전하면서 “생애 전주기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차움의원 입구에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소개하는 게시물. 박정훈 기자
하지만 차병원과 최순실이 국제관광 사업에 눈독을 들였다는 정황은 여러 군데서 드러난다. ‘최순실 국조특위’로 활동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순실의 측근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2016년 4월 국제관광사업 강화를 명목으로 국제관광정책국 신설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관광산업 전문 인력을 전보 조치하고, 자신의 측근인 대학 동문 등을 국제관광 담당 부처로 발령냈다.
또 공교롭게도 한국관광공사는 2016년 8월 이란, 카자흐스탄, 몽골에 해외지사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는데 이 세 국가는 모두 차병원과 의료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한국을 방한한 카자흐스탄 관광객은 2만 9000여 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의료서비스를 목적으로 한 관광객 수는 전체 44%인 1만 3000여 명이다. 차병원의 또 다른 계열사인 CMG제약은 2016년 5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시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이란과 가장 먼저 수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 줄기세포 미스터리
차병원이 인천을 거점으로 한 줄기세포 연구단지 조성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2006년 7월이다. 같은 해 5월 줄기세포 연구의 선봉에 섰던 황우석 박사가 논문 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차병원은 포스코와 함께 “대규모 줄기세포 연구단지를 세우겠다”며 컨소시엄을 맺었다. 황우석 박사조차 2000개의 난자를 사용해 단 한 번 성공 사례가 있던 줄기세포 연구를 차병원이 물려받은 양상이었다.
그간 줄기세포 연구는 비동결난자(얼리지 않고 여성의 몸에서 직접 채취한 난자) 사용 등 윤리적인 문제로 보건당국의 제제를 받았다. 줄기세포 복제는 황우석 박사가 실패한 후 ‘생명윤리법’에 따라 정부가 엄격히 규제해 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줄기세포 연구의 물꼬가 트였다. 2016년 7월 보건복지부는 차병원의 숙원사업이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조건부 승인했다.
또 줄기세포 연구 시 성공률을 높이려면 현행법상 금지된 여성의 비동결난자를 사용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신산업 투자와 관련한 규제사항을 풀겠다며 ‘비동결난자 연구사용’을 규제 개혁 안건으로 올렸다. 박 대통령도 2016년 5월 “선진국이 푼 규제는 우리도 풀겠다는 원칙을 갖고 제도를 재정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규제 완화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실제로 비동결난자 연구는 미국 일부 주와 영국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박 대통령의 말과 달리 원천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같은 달 청와대 경제수석실 주최로 비동결난자 간담회까지 개최하는 등 연구 재승인에 박차를 가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간담회엔 황우석 박사가 참석했다.
손 의원은 자료에서 “차병원을 찾는 난임여성으로부터 과배란을 유도한 후 남은 난자로 줄기세포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사업 방식”이라며 “‘줄기세포 연구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실제 돈벌이는 줄기세포 주사나 화장품을 통해서 하고, (관련 주식의) 주가 상승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상장사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연구를 상업화하고 현금화할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CMG제약 ▲국내외 병원 설립과 운영을 맡은 차헬스케어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차메디텍 등은 모두 차바이오텍이 의결권을 지배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주가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3월 정부 헬스케어 산업 육성 정책에 따른 ‘바이오 테마주’로 분류돼 52주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주가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일부 차병원 임원은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았다. 또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현황’ 등을 보면 호재성 공시를 전후로 공매도 거래량이 일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정보를 최초 유출한 사람과 이득을 본 세력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며 “기존 조사가 진행 중인 건도 많아 길게는 몇 년이 지나서야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사건을 통보받고 조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