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와 부인 민주원 씨의 드라마 ‘도깨비’ 패러디. 사진출처=안희정 충남지사 인스타그램
최근 대권잠룡 배우자들이 불꽃 튀는 내조 경쟁에 돌입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바짝 뒤쫓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배우자는 민주원 씨다. 두 사람은 고대 캠퍼스 커플로 만나 약 30년을 함께한 정치적 동지다. 철학과 83학번인 안 지사가 교육학과 83학번인 민 씨 옆자리에 앉아 먼저 말을 걸었다고 전해진다. 학생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안 지사는 민 씨와 출소 직후 결혼했다.
일각에서는 “민 씨는 남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다. 망가지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평이 들리고 있다. 1월 30일 안 지사가 인스타그램에 tvN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사진과 글은 화제를 모았다. 사진에는 안 지사가 빨간 목도리를 맨 민 씨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은 드라마 속 주인공인 배우 김고은과 공유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안 지사는 사진에 “#도깨비 공유 NO, 패러디 안유 #널 만난 내 생은 상이었다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등 명대사를 붙였다. 안 지사의 최측근은 “캠프의 젊은 보좌진들이 여사에게 권유했다. 여사가 처음엔 망설였지만 흔쾌히 승낙했다.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안희정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안 지시가 위기에 놓일 때마다 마음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합뉴스
민 씨는 안 지사의 발언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민 씨는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을 거침없이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지사는 1월 24일 전남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선한 의지 발언 이후 집사람에게 하루 종일 시달렸다. 나가서도 시달리고 집에서도 시달리고, 아내에게 집에서라도 좀 위로해주지 그랬더니, 자기도 화가 나서 그렇다고 했다”고 밝혔다. 민 씨의 내조 스타일이 ‘잔다르크형’이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민 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한 수행원은 “아내분의 성격은 소박하고 털털하다. 요즘 말로 ‘쿨’하다고 할 수 있다. 위기가 닥치면 ‘견딜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대범하게 넘긴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민 씨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안 지사가 위기에 놓일 때마다 민 씨가 마음을 풀어줬다는 후문도 들린다. 앞서의 최측근은 “여사가 심리상담학 박사 학위가 있다. 정치인은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유달리 심한 직업이다. 특히 충남은 야대여소의 의회 구성을 이루고 있다. 의견이 다른 도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안 지사가 스트레스를 겪으면 여사가 풀어주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의 아내 김정숙 씨는 매주 화,수요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표의 아내는 김정숙 씨다. 문 전 대표는 최근 JTBC <썰전>에서 “시위를 하다가 최루탄을 맞았다. 순간적으로 기절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의 아내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경희대 법대 축제에서 처음 만나 인사만 오가는 사이였다. 하지만 최루탄 사건으로 맺은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호남 사수 작전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추석부터 수행원 1명을 대동하고서 약 7개월 동안 1박 2일(화·수요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김 씨는 서울 홍은동 자택을 떠나 광주 무등산 자락에 있는 무등 사우나에서 광주 시민들과 만났다. 2월부터 김 씨는 자은도, 낙월도 등 섬마을들을 방문해 반문정서의 진앙지인 호남 민심을 공략 중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처음에 여사가 광주에 내려갔을 때 피곤을 풀려고 무등사우나에 우연히 들렀는데 목욕탕에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믹스커피를 만들어 양푼 그릇에 담은 뒤 목욕탕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함께 떠먹는 문화다. 여사가 타지 사람이라서 긴장을 했는데 그런 문화를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지금은 섬마을 위주로 돌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씨가 어젠다(의제)를 던져 남편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평도 들리고 있다. 3월 6일 김 씨는 민주당 전북도당에서 열린 ‘지방자치 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문 전 대표는 중요 대선 공약의 하나로 지방자치 강화를 내세웠다”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는 변호사 시절부터 지방자치·지역균형발전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수없이 읽었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은 “문 전 대표는 중앙 이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에도 바쁘다. 문 전 대표가 지방 이슈를 얘기할 만한 공간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사가 지방을 돌면서 분권 같은 가치를 강조해주면 캠프 입장에선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자칫 놓칠 수 있는 의제를 김 씨가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시장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최근 호남 쟁탈전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성남시장의 배우자는 김혜경 씨다. 김 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007 미팅(소개시켜주는 사람 없이 둘이 알아서 만나는 것)’으로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남편이 살아온 이야기와 집안 분위기를 솔직히 털어놓은 모습이 싫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1990년 8월 소개팅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약 1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김 씨는 조용한 봉사활동으로 이 시장을 도왔지만 최근 호남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에 비해 이 시장이 호남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2월 4일 광주를 방문했을 당시 “올 때마다 맘씨 좋은 시댁을 찾은 편안한 느낌이다. 남편의 정치 성향과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자주 찾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하다”고 했다.
일주일 뒤 김 씨는 전주 풍남문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찾기도 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과거 비공개로 활동할 때는 주먹구구식으로 계획을 짜왔지만 지금은 여사의 일정을 캠프가 체계적으로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상임대표의 아내 김미경 씨는 최근 안 전 대표의 대선 공약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김 씨도 호남 지역 공략에 나서고 있다. 김 씨는 ‘마라톤 정치’로 호남을 향해 구애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마라톤 대회의 특성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1월 10일 제11회 여수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김 씨는 10km를 완주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김 씨는 안 전 대표와 함께 ‘광주일보 3·1절 기념 전국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 씨의 고향은 전남 여수다. 김 씨는 안 전 대표에게 ‘호남 사위’라는 별명을 붙여준 장본인이다. 김 씨의 최측근은 “여사 스스로도 호남의 딸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영남권에 가서도 호남 출신을 강조한다. 안 전 대표에게 호남 사위 이미지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최근 안 전 대표의 대선 공약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과학기술·창업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김 씨의 최측근은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다. 여사가 안 전 대표의 공약 자료를 모니터링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여사는 국민의당의 당원이 아닌 안 전 대표의 부인으로 살고 있다. 자연스레 공약에 대한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배우자는 오선혜 씨다. 오 씨는 건강 문제 때문에 공개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조용히 남편을 내조해왔던 오 씨는 딸 유담 씨와 함께 지난해 3월 30일 유 의원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유 의원의 측근은 “고3 때 담임선생님 소개로 두 사람이 만났다. 건강 문제 때문에 오 씨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