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산업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중국 당국은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은 2014년에도 폴리실리콘 반덤핑 조사를 벌여 OCI는 2.4%, 한화케미칼은 12%의 반덤핑 과세를 부과한 바 있다.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재조사를 하는 것이다. 이우현 OCI 사장은 지난 2월 7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증권에서 진행된 2016년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좋은 가격에 팔려고 노력했을 뿐이지 덤핑을 한 적이 없다”며 불만을 표현했다.
중국이 폴리실리콘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와 한화케미칼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비용이 증가하고 실적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를 제외하고 폴리실리콘을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 미국, 대만 정도이며 이 중에서도 중국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들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대부분 7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국 GCL의 2016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7만 2000t으로 독일 바커(7만 8000t)에 이어 세계 2위다. GCL 이외에도 소규모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가 많아 한국 업체가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여기에 관세까지 받으면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
그렇잖아도 폴리실리콘은 공급 과잉 현상을 겪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불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폴리실리콘 사용량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이 예정돼 있어 공급 과잉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두께가 얇으면서 성능이 향상된 태양전지가 제조되고 있어 태양전지 수요가 증가해도 폴리실리콘 수요는 태양전지 수요 증가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재료다.
폴리실리콘에 대한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한화케미칼은 자회사 한화큐셀을 통해 태양광 발전소 개발 사업에 힘쓰고 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양광보다 석탄과 석유 등 전통적인 에너지산업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발전소 사업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미국이 모든 걸 생산하는 국가는 아니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수입을 막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일을 대비해 네덜란드 등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신흥시장인 인도, 중동 등에서도 중소형 계약을 지속적으로 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케미칼은 자회사 한화큐셀을 통해 태양광 발전소 개발 사업에 힘쓰고 있지만 폴리실리콘 시장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한화빌딩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한화케미칼이 폴리실리콘 시장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6일 “웅진에너지와 5년간 총 3250억 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중국 수출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다른 채널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웅진에너지와 계약으로 폴리실리콘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70%에서 50%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OCI 역시 중국의 반덤핑 이슈에 민감하다. OCI는 그룹 전체 매출에서 태양광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쿠야마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지분 16.5%를 인수키로 한 OCI는 현재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 이우현 사장은 지난해 10월 ‘알라모 6’ 발전소 매각 계획을 밝히는 등 발전소 준공·운영보다 폴리실리콘 생산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OCI의 폴리실리콘 부문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80%에 달한다. 태양광업계 다른 관계자는 “OCI의 폴리실리콘 제조원가가 kg당 1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시장판매가는 kg당 13~15달러 수준이라 큰 이익을 보기 힘들다”며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의 기술력은 큰 차이가 없어 중국의 수많은 저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는데, 이 상황에서 관세까지 더하면 중국에서 설 자리가 없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OCI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반덤핑 이슈에 대해서는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OCI 관계자는 “생산효율화를 통해 폴리실리콘 생산 원가를 지난해 14% 절감했고 올해 9%를 추가 절감할 계획”이라며 “중국 반덤핑 이슈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OCI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반덤핑 이슈에 대해서는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OCI 사옥 전경. 일요신문 DB
반덤핑 조사가 기우라는 의견도 있다. 앞의 의견과 달리 중국 입장에서 연간 수만t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를 대체할 업체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폴리실리콘 수급을 고려할 때 국내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없으며 OCI를 대체할 수 있는 업체 역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중국이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면 결국 더 큰 피해를 중국 웨이퍼·태양전지 업체들이 받는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중국의 경제보복 속에서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한 기업이 나서서 중국 당국과 협상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럴 때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대건설은 지난 2월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정기주주총회 소집결의에 대해 알리면서 ‘태양광발전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일부 대기업이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다가 철수하고, 현재 업황 전망이 어두운데도 불구하고 사업 진출을 선언한 현대건설의 결정이 뜻밖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태양광 산업을 유망사업으로 보고 있으며 당장은 태양광 사업 전망이 좋지 않지만 20~3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아직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지는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