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전부터 취미로 시작한 양궁이 취미 넘어 국가대표 선발
- 오는 9월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 참여 계획
▲ 금천구청 민원여권과에 근무하고 있는 김범철 주무관(오른쪽)은 양궁을 시작한지 13년 만에 국가대표에 선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처음엔 취미로 시작한 양궁이 이젠 제 꿈이 됐습니다”
금천구 민원여권과에서 일하고 있는 김범철 주무관(54)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부터 휠체어를 탈 수 밖에 없었지만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운동을 그만 둘 순 없었다. 구기종목에 관심이 있었지만 팀 경기라 여건이 되질 않아 주말에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는 양궁을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한 양궁과의 인연이 13년이나 됐다.
금천구(구청장 차성수)는 구청 민원여권과에 근무하고 있는 김범철 주무관이 장애인양궁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에 선발됐다고 8일(수) 밝혔다.
김 주무관은 지난 한해 장애인 양궁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에 4차례에 걸쳐 참가해 컴파운드 W1 부문 3위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실업팀 선수들도 다수 참가하는 선발전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 순위 안에 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알려져 있다.
김 주무관은 “연습량이 부족해서 실업팀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 동안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3년 전 처음 양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가대표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혼자할 수 있는 기록경기라 성적이 좋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런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겼다. 욕심내는 만큼 성적도 좋아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국가대표가 목표가 됐다.
목표인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 연습량을 늘려야 했지만 공휴일에만 연습할 수 밖에 없었다. 양궁인 김범철은 24년차 공무원인 김범철 주무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같은 과에 근무하는 노수빈 주무관은 “몸이 불편하신대도 항상 책임감 있게 열심히 일하신다. 일만큼이나 양궁도 열심히 하신 걸로 아는데 꼭 좋은 성과를 내시길 바란다”며 “직원 모두 응원하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올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4월엔 이천에 있는 장애인선수촌에 입소한다.
올림픽 다음으로 큰 경기인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들뜬 상태지만 훈련기간 중 자신의 빈자리로 인해 업무가 과중하게 될 직장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 주무관은 “선수촌 입소 기간동안 제 일을 나눠서 하게 될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미안한 만큼 훈련에 집중해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몸이 힘들어 꿈을 포기한 장애인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꿈에 도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꿈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기쁨도 그에 못지 않게 보람있는 것”이라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고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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