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토모 학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명예교장 아키에 여사 인사말.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나와 아내는 학교 설립 인가와 국유지 매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만약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
지난 2월 17일, 국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는 ‘부인 아키에와 관련 있는 학교법인에 국유지를 부당하게 매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자신의 진퇴까지 거론하면서 강경하게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본 국민들은 “더욱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오는 4월 개교 예정인 오사카부의 한 초등학교 부지(8770㎡)다. 국유지였던 해당 토지를 모리토모 학원이 매입했는데 “감정가가 9억 5600만 엔(96억 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1억 3400만 엔(13억 원)밖에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80억 원 남짓을 싸게 매입한 셈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매각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도요나카시의 의원이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제소한 끝에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담당부처인 재무성은 “매각 대상 땅에 묻혀 있는 폐기물 처리비용을 모리토모 학원 측이 부담키로 했기 때문에 감정가보다 낮아진 것”이라면서 “일처리에서 부당한 점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오사카 항공국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지하 매장물 및 토양 오염 상황’을 조사한 결과, 폐기물·콘크리트 등의 매장물이 지하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원래 감정가에서 쓰레기 처리비용을 깎아주고 팔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진당과 공산당 등 야당 의원들은 “모리토모 학원이 로비를 통해 정부의 특혜를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매각 협상 관련 기록을 담은 정부 문서가 이미 폐기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키우는 격이 됐다.
더욱이 초등학교 명예교장으로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가 위촉됐으며, 학교 설립을 위한 모금 과정에서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란 이름을 사용해 기부금을 모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정황상 모리토모 학원이 아베 총리 부부와 관계가 깊고, 아키에가 명예교장을 맡은 점 등을 미뤄 볼 때 “국유지를 헐값에 살 수 있도록 아베 정권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불똥은 이제 아베 총리 쪽으로 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모리토모 학원은 일명 ‘애국교육’으로 학부모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던 곳이다. 일례로, 산하 유치원 원생들에게 “우리는 일왕의 충량한 신민이 되어야 한다”는 옛 군국주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했으며, 옛 일본 군가를 가르치는 등 우익성향의 교육행태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한 학부모는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우익 사상교육을 주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유치원을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또 “교사들이 ‘한국인과 중국인은 약속을 잘 안 지키는 민족’이라고 가르치고, ‘연휴에 한국에 가겠다’고 했더니 ‘그런 지저분한 나라에는 가지 않는 편이 좋다’며 아이를 따로 불러 충고한 사실을 알게 돼 경악했다”고 덧붙였다.
<주간아사히>는 “해당 유치원이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을 혐오하는 자료를 학부모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자료에는 “삐뚤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 “한국의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본인의 얼굴을 하고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운동회 때는 만국기에서 한국과 중국의 국기를 오려냈으며, 유치원 원생들에게 ‘아베 총리 힘내라’라는 내용의 선서를 시켰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모리토모 학원과 아키에 여사와의 공식인연은 언제부터일까. <산케이신문>이 보도한 기사에 의하면 “아키에는 2014년 4월 이 유치원을 찾았으며, 당시 ‘아베 총리가 누구냐’는 질문에 ‘일본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원아의 답변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 아키에는 모리토모 학원이 신설할 예정인 초등학교 명예교장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2015년 9월에는 아키에가 이 유치원에 강연을 나가기도 했다. 신문은 “아키에 여사가 ‘모리토모 산하 유치원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대단히 멋지다. 남편도 이곳 교육 방침을 훌륭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해당 유치원에서 실시하는 우익사상 교육이 사실상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치닫고 있는 아베 정권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인다. 모리토모 학원의 이사장인 가고이케 야스노리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고이케 이사장은 간사이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나라현청 직원으로 근무했다. 그 즈음 아내 준코 씨와 결혼. 29세 땐 장인어른인 모리토모 히로시 씨가 초대 원장으로 있던 쓰카모토 유치원에서 부원장으로 일하게 된다. 모리토모 씨가 세상을 뜬 후에는 부부가 함께 유치원 경영을 이어받았다.
평소 모리토모 집안과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은 “선대는 자산가로 훈장을 받을 만큼 공적을 이뤘지만, 가고이케 부부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로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가고이케 부부는 그냥 우익이 아니라 엄청난 극우”라는 것. “둘 다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오사카 지부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보수성향의 국회의원들조차 이들 부부의 과격함에 놀라워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가고이케 부부는 우익단체 ‘일본회의’ 활동을 통해 극우정치인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같은 유명 정치인들과 얼굴을 익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베 정권 핵심 인물들 상당수가 이 단체의 간부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또 가고이케 부부의 차남 블로그를 살펴보면 지역구 의원들과 악수하거나 선거를 응원하는 사진도 다수 게재돼 있어 “차남이 정치권과의 ‘통로’를 맡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아베 총리가 이번 스캔들에 어느 정도 개입돼 있느냐’하는 것이다. 현재 아베 총리와 가고이케 이사장의 발언은 조금씩 엇갈린다. 먼저 아키에가 명예교장이 된 경위다. 아베 총리는 2월 24일 국회에서 “아내가 애초 거절했으나 2015년 강연장에서 갑자기 명예교장으로 소개돼 박수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반면, 가고이케 이사장은 2월 26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취임은 아키에 여사에게 승인받아 강연장에서 명예교장으로 소개한 것”이라고 반론했다.
두 번째는 아키에와 가고이케 이사장이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는지, 그리고 총리는 언제부터 알고 몇 번을 만났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나는 공인이지만, 아내는 사인(私人)”이라면서 “아내가 언제 알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아울러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아키에 여사와 해당 학교법인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추궁당하자 ‘아내를 마치 범죄자 취급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아베 총리에게 “지금 알 수 없다면 내일 또 질의할 테니 댁에 돌아가서 (부인에게) 알아보시길 바란다”며 “총리 부인이니 당연히 공인”이라고 맞섰다. 한편, 가고이케 이사장은 <주간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5년 전쯤 소개로 총리 부인이 되기 전 아키에 여사를 알게 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일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참의원인 고노이케 요시타다가 3년 전 모리토모 학원 관계자들과 만난 적이 있으며, 당시 가고이케 이사장이 그에게 ‘봉투’를 전달하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가고이케 이사장은 “고노이케 의원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주려 한 건 사실이나 고노이케가 이를 받지 않았고 다른 청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리 논란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들어 아베 총리 지지율도 하락세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6%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를 감지했는지 아베 총리는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그간 정부 측 설명이 부족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도 아내도 부당한 요청과 관련해 일절 관여한 적이 없다”고 재차 관련성을 부인했다.
<주간아사히>는 “아베 총리가 모리토모 학원 토지 거래에 관여했음을 나타내는 물증은 현재 나오지 않았다”면서 “다만 매각 협상 관련 기록을 담은 정부 문서가 이미 모두 폐기돼 국민들의 의구심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잡지는 “문제가 장기화되면 정권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 커진다. 아베 총리가 탄 배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아베는 화내고 아내는 울고…스캔들 여파 이혼설 솔솔~ 일본 대중지 <주간겐다이>는 “아베 총리 부부의 이혼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역사상 최장기 집권 기록을 노리는 아베 총리가 비록 아내일지라도 자신의 꿈을 방해한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스캔들 여파는 부부 관계를 냉랭하게 만들었다. <주간겐다이>는 총리 관저 직원의 말을 빌려 “아베 총리가 ‘아키에 때문에 왜 내가 이런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며 불 같이 노여워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 사이에 큰 말다툼이 일었고 “최근에는 총리 부부가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총리 부부의 지인에 의하면 “아키에 여사가 울먹이며 지인들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아베 총리는 비리 의혹으로 연일 야당에게 추궁당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총리는 “가고이케 이사장은 아키에의 인맥인데…”하며 한숨을 내쉰다거나 “오늘 국회 질문에는 모리토리 학원 관련이 몇 개나 포함됐나?” 등 끊임없이 확인하며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가정의 행복은 아내에게 항복하는 것”이라고 농담을 할 만큼, 아내와 대립하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아키에 여사가 ‘가정 내 야당’을 자처하며 사사건건 자신의 정책에 쓴 소리를 가해도 태평하게 넘어가곤 했다. 평소의 생활에서도 오히려 아키에 여사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느라 자정을 넘어 귀가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때문에 총리가 먹는 아침식사 대부분을 어머니 요코 여사가 만드는 일이 많아 세간에는 “총리 부부가 사저 1층과 2층에서 따로 지내는 ‘가정 내 별거’ 상태”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올해 들어 아베 총리는 ‘역대 최장기 정권을 수립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착착 진행 중이다. 본래대로라면 임기는 2018년 9월 끝나지만, 자민당 총재 임기가 6년에서 9년으로 연장돼 만일 아베 총리가 내년 총선거에서 3선에 성공할 경우 2021년 9월까지 총리직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인 아키에 여사의 경솔한 행동이 아베 총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간겐다이>는 “원인 제공자인 아키에 여사와의 인연을 끊는다. 지금 아베 총리라면 충분히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면서 “전대미문의 현역 총리 이혼소동이 현실로 나타날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