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이영애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연기 활동은 오랜 공백기가 있었지만 CF를 통해 꾸준히 대중과 호흡해 왔으며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틈틈이 소식을 알려왔다. 좋은 일에도 앞장서며 ‘대장금’의 이미지를 잃지 않았다. <대장금>은 드라마 한류 열풍의 레전드 같은 작품으로 전세계 각국에서 방영되며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 각지로 팔려나가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작품으로 타이틀롤을 맡은 이영애는 ‘장금’이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역사 속 여성인 ‘신사임당’이라는 캐릭터를 들고 나왔다. 위인이지만 삶에 극적인 소재가 많지 않은 터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다뤄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이영애가 그 역할을 맡았으며 ‘삶을 재해석해 그의 예술혼과 불멸의 사랑을 그려낸다’는 기획에 큰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 출처=SBS ‘사임당 빛의 일기’ 공식 홈페이지
당연히 드라마 초반부에는 폭발적인 시청률이 기록됐다. 이영애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청률은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다크호스 <김과장>에 선두 자리를 내놨다. 두 드라마가 14회까지 방영된 현재 상황에서 <사임당 빛의 일기>는 10%를 살짝 넘기는 시청률(닐슨코리아 제공 기준)로 두자리수 시청률을 겨우 유지하는 상황이고 <김과장>은 꾸준히 10%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왜 이영애의 <사임당 빛의 일기>가 이처럼 주춤한 것일까. 한 중견 드라마 외주제작사 임원의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드라마에서 주연배우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PD와 작가 등도 그만큼 중요하며 최근에는 작가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대장금>은 이영애가 돋보이지만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 그리고 김연현 작가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김 작가는 그리 유명한 작가가 아니지만 이후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의 대본을 쓰며 최고의 사극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렇게 최고의 배우와 PD, 작가 등이 모여 만든 드라마가 바로 <대장금>이다. 반면 <사임당 빛의 일기>는 이영애만 돋보인다. 더 이상 배우가 중심이 돼 홀로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작가 중심으로 시장은 재편됐다. <사임당 빛의 일기>의 부진은 드라마계에 ‘배우 전성시대’가 완전히 끝났음을 선언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조금씩 <사임당 빛의 일기>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 반면 <김과장>은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사임당 빛의 일기>의 반등은 또 다시 이영애와 연결된다. 초반부 시청률 급감의 원인 역시 답답한 이영애와 연결된다는 해석이 있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이영애의 캐릭터가 다소 어설펐으며 너무 힘겨운 상황에 내몰려 있는 이영애의 모습이 장금이와는 너무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둘 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캐릭터지만 장금이는 남녀의 차이, 신분의 차이 등을 모두 뛰어 넘은 여성상이지만 신사임당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현모양처로 알려져 있는 터라 정반대의 여성상이라 볼 수도 있다. 드라마 초반부를 보며 기대했던 장금이가 아닌 그 반대 여성상이라는 부분에서 실망한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것.
사진 출처=SBS ‘사임당 빛의 일기’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최근 들어 이영애의 캐릭터가 달라지고 있다. 휘음당 최 씨(오윤아 분)를 상대로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는 등 통쾌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데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조선시대의 사임당은 고려지 비법을 찾고 현재 시점의 서지윤도 금강산도 진본을 찾는 등 완벽한 상황 반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사임당에게서 장금이의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다는 평도 있다.
중요한 부분은 <사임당 빛의 일기>는 이제 막 절반 정도에 와 있다는 점이다. 20부작 미니시리즈의 <김과장>이 중후반부를 지나며 곧 종반부에 돌입하는 데 반해 <사임당 빛의 일기>는 30부작인 터라 이제 막 중반부에 돌입하고 있다. 10%대의 고정 시청자 층은 확보하고 있는 터라 충분히 반등이 가능하다. 요즘에는 케이블 채널 등에서 재방송을 보거나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다시보기’를 통해 시청하는 이들도 많아 드라마 중반부부터 본방 사수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변수는 4%의 낮은 시청률로 종용한 MBC <미씽 나인> 후속으로 방영되는 <자체발광 오피스>다. 고아성 하석진 이동휘 등이 출연하는 데 아무래도 출연 배우의 중량감은 다소 떨어진다. 게다가 오피스 드라마인 터라 <김과장>과 시청자 층이 겹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사임당 빛의 일기>는 20회까지 <김과장>과 다소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겠지만 어느 정도 시청률 반등으로 추격에 성공할 경우 21회 이후 시청률 급상승과 동시간대 1위 등극을 노릴 수도 있다. <김과장> 후속은 <추리의 여왕>으로 최강희 권상우가 출연해 만만치 않은 기대작이긴 하다.
초반부 다소 답답한 전개로 시청률 하락을 걷기 시작한 <사임당 빛의 일기>가 사이다 같은 빠른 전개로 중반부 이후 대대적인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