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두 번째 부인이자 김한솔의 친모로 알려진 리혜경은 과거 칠보산 전자악단의 스타급 단원으로 활약했다.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남의 두 번째 부인 리혜경은 1972년생으로 1990년대 초 칠보산전자악단에서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리혜경이 공연 경험이 있는 연예인 출신이란 얘기가 언급된 바는 있지만 그의 소속 악단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칠보산전자악단은 김정일 서기실 산하에서 출범한 악단으로 훗날에는 당 통일전선부 26연락소 산하로 귀속됐다. 이 악단은 통일전선부로 귀속된 이후엔 남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자주 공연을 기획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리혜경은 애초 칠보산전자악단에 무용수로 입단한 것으로 확인된다. 리혜경은 제3국에 단기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예능에 큰 재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후에는 전공인 무용은 물론 가창에도 소질을 보여 악단 내 스타급 단원으로 거듭났다. 눈에 띄는 외모도 그의 스타성에 큰 몫을 차지했다.
앞서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남이 리혜경을 만난 것은 1992~1993년 사이다. 이 시기 김정남은 칠보산전자악단 공연을 자주 관람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김정남은 스타급 단원 리혜경에 단박에 반했다.
하지만 김정남과 리혜경의 결혼은 쉽지 않았다. 애초 첫 번째 부인 신정희가 있었던 것도 문제지만, 리혜경의 외가에서 김정남과의 관계를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리혜경의 외가에는 장철 당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2003년 사망)이 있었다. 장철은 리혜경의 외삼촌이었다.
장철이 조카 리혜경과 김정남의 결혼을 왜 반대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첫째는 김씨 일가 곁가지였던 정남의 불안한 신분을 우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철은 조선문학예술총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했던 문인 출신으로 김정일과도 친분이 두터웠던 유력 인사였다. 특히 김정일이 20대에 선전선동부에서 두각을 나타냈을 때 많은 도움을 줬던 인사가 바로 장철이다.
뿐만 아니라 장철은 일본 태생이었다. 재일동포 출신으로서는 북한 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섰던 인사다. 재일동포 출신인 만큼 재력도 북한 내에서 손꼽혔던 인물이었다. 장철의 아버지이자 리혜경의 외조부는 일본 내 조총련 산하 상공인협회 요주의 간부였고, 김일성과도 친분이 있었다.
이같이 리혜경 가문과 김씨 일가 관계는 김일성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그야말로 금수저 가문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두 가문의 관계는 이번 취재를 통해 처음 확인된 사실이다.
당시 장철의 반대는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에 거듭 부탁한 끝에 리혜경과 두 번째 결혼에 이를 수 있었다. 결혼식은 평양에서 치러졌다. 조카의 결혼에 반대했던 장철은 이 시기 약 1년간 혁명화 교육을 받는 치욕을 당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김정남은 리혜경 사이에 아들 김한솔(1995년생)과 딸 김솔희(1999년생 추정)을 두었다. 두 사람은 결혼 초기 사이가 매우 좋았지만, 1990년대 후반 세 번째 부인인 서영라의 등장으로 이후에는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몇몇 언론에선 이혼설을 제기할 정도였다.
첫째 부인 신정희(우)와 장남 김금솔(가운데), 셋째 부인 서영라(좌)의 모습. 2001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현지 매체에 찍힌 사진이다.
신정희는 이미 2001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아들 김금솔과 함께 목격된 바 있다. 국내에선 김금솔을 외부에 잘 알려진 김한솔보다 동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김금솔이 김정남의 장남으로 확인된다.
가장 논란이 많은 여성은 김정남의 세 번째 부인 서영라다. 서영라는 지난 2001년 앞서 신정희 부자와 함께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목격됐을 때는 경호원으로 추측됐던 인물이다. 훤칠한 키에 김정남 가족의 지근거리에 위치했던 터라 이러한 추측이 나돌았다. 최근 한 매체에서도 서영라가 경호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인물로 보도된 적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직접 북한 내부 관계자를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서영라는 김정남의 경호원도 아니었고, 별도의 경호 훈련을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서영라의 조부와 부친 모두 당에서 익히 알려진 핵심고위층 인사로 분류된다. 취재원 보호 문제 탓에 그 신분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이름만 대면 북한에서는 누구나 알 정도의 인물이다.
서영라가 고려항공 소속의 승무원 출신이라는 설은 사실이다.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1997년경 김정남이 서영라를 만난 것도 고려항공 편 기내였다고 한다. 서영라는 승무원이면서도 군인 신분이었다. 원래 북한의 고려항공은 북한 공군 민항총국 소속의 군 기관이다. 서영라는 김정남 사이에 아이를 두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김정남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네 번째 부인 장길선에 대해선 외부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장길선은 여전히 베일 속에 싸인 인물로 분류된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김한솔 신변보호 ‘천리마민방위’ 정체는? “한국 정부기관 배후 가능성도” 지난 3월 7일 유튜브 통해 깜짝 등장한 김정남 아들 김한솔. 3월 7일 유튜브를 통해 깜짝 등장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영상에 등장한 김한솔은 본인의 신분을 명확히 밝히면서 특히 자신을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 강조했다. 또한 자신을 도와준 인사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현재는 모친과 여동생 등 가족과 함께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국가정보원은 김한솔과 모친 리혜경, 여동생 김솔희는 마카오에 거주하며 중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영상에서 등장한 정보로는 명확하게 추론할 수 없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김한솔의 요청으로 그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는 ‘천리마민방위’란 정체불명의 단체다. 천리마민방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북조선 체계 안에서 지원을 하는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히며 이메일 계정과 후원계좌(비트코인)를 남기기도 했다. 이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김한솔 가족의 신변 구조 및 보호에 여러 국가 및 주체의 직간접적인 도움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탈북자단체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 모두 이 단체의 정체에 대해선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만약 단체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제적으로 상당한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이 단체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마도 김한솔 일가는 현재 서방국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 쪽과 관계가 있는 인권단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북단체 관계자는 “이 같은 기획은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부 기관이 배후에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라며 우리 정부 기관의 배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오랜 기간 북한인권과 관련해 활동해 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내 생각엔 김한솔이 직접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김정남의 피살 자체를 부정하는 북한 정권에 유족인 본인이 직접 사실을 반박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고, 젊은 취향에 맞게 비트코인 계좌를 활용한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