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된 10일 오전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조카 장시호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각각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탄핵 심판이 시작된 11시부터, 변호인과 스마트폰을 잠깐씩 보며 메모로 이야기 하다가, 탄핵이 결정되자 변호인과 직접 스마트폰을 보며 상의했다. 또 피곤한지 목 마사지를 하며 고개를 젖히기도 했다. 입술이 마르는지 혀로 입술 주변을 적시기도 했는데 같은 순간 장시호 씨는 미소를 띠기도 했다.
탄핵 소식은 법정 분위기를 바꿨다. 법정에 안의 몇 명은 술렁거렸고 미소를 띠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백미는 검찰의 대응이었다. 검찰은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자마자 “지금부터 전 대통령이라고 하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호칭을 곧바로 바꾸며 재판에 참여했다.
한때 한 패였지만, 지금은 원수 관계로 바뀐 최순실과 장시호. 최순실 씨는 법정을 나가는 장시호 씨의 뒷모습을 끝까지 노려보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헌재가 8 대 0, 전원 일치로 탄핵을 결정할 것을 놓고 뒷이야기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사실 법조계에서는 예상한 결과였다. 자연스레 전망대로 진행됐는데 다만 흐름은 다소 달랐다. 재판부는 정확히 21분 동안 판단 이유를 읽은 뒤 주문을 선고했는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25분),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36분)과 비교해 5분에서 10분가량 빨랐다. 그러면서도 헌재는 결정문에 이번 사건이 갖는 헌정사적 의미와 사회, 정치권의 던지는 당부도 담으며 ‘사회 분열’을 최소화하고 전원합의 판단에 이견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사실 헌재 안팎에선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탄핵 찬반 세력이 결과에 불복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왔었다. 이럴 경우 재판부가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 셈이 되기 때문. 특히 재판관 1명이 부족한 8인 재판부의 정당성도 공격받을 빌미를 줄 수 있었다.
헌재에 정통한 법조 관계자는 “재판을 챙긴 헌재 연구관들이 탄핵 인용과 기각, 각하 세 가지 버전으로 결정문을 작성했지만, 인용을 선택할 것이면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재판관 전원이 합의를 할 것을 요청했다고 들었다”며 “정당성과 향후 분열까지 감안해 8 대 0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과정은 치열한 평의 과정을 거쳐 같은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관들의 출신지, 성향, 지명자 등의 변수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자연스레 불식됐는데, 파면 결정 시 대통령 측이 기각 의견을 근거로 탄핵에 불복할 가능성도 차단됐다.
이제 관심은 검찰로 넘어간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검찰과 특검의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주변인 조사는 대부분 이뤄진 상황. 이제 검찰은 특검에서도 하지 못한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지검장)와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는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의 강력한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었는데,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막을 주체가 사실상 사라져 버렸기 때문.
검찰은 특검과 차별화된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와대에서 나온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전례를 봤을 때,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또 다른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하지만 5월 9일, 10일로 다가온 조기 대선이 변수다. 검찰 관계자는 “대선에서 멀리 떨어진 시점이면 신속한 수사도 가능하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구속 등 강제수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진다”며 “여러 차례 소환을 통보했는데 불응한다면 모르겠지만, 대선 날짜가 잡히면 검찰 운신의 폭도 넓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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