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10일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후문에 탄핵인용에 불복하는 단체의 테러에 대비해 통행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검찰부터 특검까지 이르는 수사에서 나온 혐의를 헌재가 ‘유죄’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의 판단이 법원에서의 유죄 판단과 다른, 헌법 위반에 따른 파면 조치인 만큼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공무상 비밀 문건 유출을 직간접적으로 ‘지시, 방치했다’고 적시했다. 미르 및 K스포츠 재단 설립과 모금, 대기업 인사 개입 등 최순실 씨의 사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혐의(직권남용)도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인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관여한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서는 법리적 판단을 유보했다.
헌재가 검찰 수사기록을 제출받아 검토했지만 특검 수사기록은 제출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형사 재판에서 쟁점이 될 부분에서 판단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검찰로서도 찜찜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헌재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을 질타했다. 특검과 검찰의 조사에 불응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한 것. 향후 강제수사 명분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연스레 검찰 특수본의 2차 수사와 공소유지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헌재의 이번 판단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시작된 수사가 얼마만큼 성공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혐의로 제시한 것을 모두 사실로 판단하지 않았느냐, 이번 2기 수사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때문에 수사가 더 늦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더 그래서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느냐”며 헌재 탄핵심판 결과가 박 전 대통령의 위반이 인정된다는 취지인 점을 감안해 이를 수사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사로 밝혔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로 청와대 경호원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당장 신병 확보는 조심스럽지만 출국금지 조치는 이미 내려졌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수수사에 밝은 검사는 “지금 상황에서 검찰은 절대 욕을 먹지 않는 선을 지키며 수사를 해야 한다”며 “만에 하나 피의자로 입건된 박 전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수 있게 한다면 검찰에 그 분노가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수사 필요성을 명분으로 이미 출금 조치를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거듭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검토 중인데, 특히 박 대통령 조사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다만 탄핵 반대 시위로 인한 사망자까지 나온 상황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반대 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다음날 조간신문 광고를 통해 헌재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우리 법치 애국 시민들의 마지막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 더러운 손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하게 아무런 스캔들 없이 가장 깨끗한 대통령 박근혜 님을 이 세상의 가장 더러운 인간으로 만들어 발가벗기고 돌 던지는 것, 이것이 바로 탄핵소추다”라고 반발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승복한다’는 대국민담화를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대리인단의 이 같은 불복 주장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
한편 최순실 씨와 완전히 등을 돌린 장시호 씨는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최순실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신주평(정유라 씨 전 남편)을 강제로 군 입대 시키게 ‘국방부 장관’에게 말해 달라”고 청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장시호 씨 측이 재판에서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최 씨는 원치 않는 임신을 알게 된 뒤 신 씨를 입대시켜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이사장이 40년 인연인 내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1시간 동안 장 씨를 붙잡고 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자 단단히 화가 난 최 씨는 “이제부터 나도 살길을 찾아야겠다”며 1주일간 박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장 씨를 털어놨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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