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쯤 시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11일 오후 2시쯤 시청역 광장 앞에서 제1차 국민저항운동 태극기집회가 열렸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를 중심으로 기타 단체가 모여 들었다. 경쟁 관계에 놓인 단체가 함께 집회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함께 광장에 섰다. 둘은 경쟁을 내려 놓고 손을 잡았다. 시청 광장에 선 고려대학교 구국동지회 9명은 ‘탄핵반대! 탄핵무효’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호랑이가 포효하는 고려대학교 깃발이 펄럭였다. 근처에 연세대학교 구국동지회 6명도 연세대 독수리 깃발을 들었다. 연세대 구국동지회 유 아무개 씨(75)는 두어 달 전부터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는 “나라가 종북좌파에서 넘어가는 걸 그냥 볼 수 없어서 고려대와 함께 나왔다. ROTC 위주로 모였는데 서울대와 성균관대도 참여했다. 오늘 서울대는 일이 좀 있어서 안 나왔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와 3사관학교도 함께 했다. 집회에 참여한 육군사관학교 27기 구국동지회원 정 아무개 씨(75)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이다. 탄핵 결과에 관계 없이 국가를 수호하려 나왔다고 했다. 육군3사관학교 애국동지회도 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와 발을 맞췄다. 육군3사관학교 4기라는 유 아무개 씨(67)는 “이번 탄핵은 불법이다. 탄핵 요건도 갖추지 않은 졸속일 뿐”이라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완전 박탈한 재판이다. 대통령이 특검과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탄핵을 한 셈이다. 죄가 입증된 뒤 탄핵을 해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일렀다.
그는 이어 “한국은 이제 부끄러운 나라가 됐다. 베네수엘라, 아프리카 같은 나라나 마찬가지다. 더러운 탄핵”이라며 “8대 0은 김정은이 지도자에 있는 나라에서나 나오는 결과다. 북한보다 저급한 나라가 돼 버렸다”고 했다. 유 씨가 한국을 비판하는 사이 함께 선 한 회원은 옆에서 “계엄령 선포 언제 하냐”고 했다.
육군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 모임 뒤로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 출신 집회 참여자도 뒤따랐다.
이들 사이로 또 하나의 화합 광경이 펼쳐졌다. 개신교와 천주교였다. 이들 뒤를 따르는 승려도 있었다. 유교 서원 복장을 한 집회 참여자도 함께 했다.
이런 조합에 시청 근처를 지나던 시민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청 근처에 있던 시민 김 아무개 씨(28)는 “원래 좀처럼 뭉치지 않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로 모였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