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 퇴거-사저 복귀’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임준선 기자
-박근혜 청와대 퇴거 지연은 취재 헬기 따돌리기 위한 전략?
-민병욱 전 대변인 통해 치열한 법적 공방 예고, 지지자 결집 의도도
[일요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를 퇴거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복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지 사흘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밝힌 입장은 단호했다. 이날 오후 7시16분 청와대를 나오자마자 경찰 및 경호원의 보호 속에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삼성동 사저에 모습을 보였다.
이동 간에 취재진간 열띤 경쟁으로 차량이 잠시 지연된 것 외에는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오히려 사저 앞에 집결한 수백 명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기자들 간의 신경전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당초 12일 오후 사저 정비가 끝나는대로 청와대를 빠져나온다는 전망 속에 13일 오전에 퇴거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오늘 중, 그것도 6시30분 이전에 퇴거가 시작될 것이란 정보에 언론 방송언론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공식 퇴거는 7시 16분에 이뤄졌으며, 일몰 탓에 헬기 취재는 취소되었다.
지지자에게 손 흔드는 박근혜 전 대통령=임준선 기자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8대0 만장일치로 대통령직 파면이 결정되자 충격을 받았다는 정보가 무색하게 오랜만에 모습을 들어내며, 지지자들을 향해 밝은 미소와 표정을 선보였다. 사저 주변에 운집한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드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세력과는 몇 차례 대화가 오가는 침착성을 보이기도 했다.
민병욱 전 대변인에게 4문장짜리 대국민 메시지를 남긴 채 사저 안으로 모습을 감춘 박 전 대통령의 뒷모습에는 최순실 게이트 전과 같이 당당한 모습이 역력했다. 앞서 특검 수사 관련이나 대국민 사과 때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듯 해보였다.
민경욱 전 대변인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대신 발표했다.
이어 “저를 믿고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랜 침묵 깨고 모습 보인 박근혜 전 대통령=임준선 기자
박 전 대통령이 시간을 운운하며, 진실을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헌재의 탄핵결정을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을 담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향후 검찰 수사 및 형사 재판 과정에서 강력한 법적 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재의 탄핵안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을 당한 뒤에 별도의 입장표명 없이 침묵을 지켜왔던 만큼 청와대 퇴거 후 박사모 등 지지자와 범보수 진영을 결집시키고 향후 법정공방에 진을 치는 등 정치적 반전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서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