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09년부터 명맥을 이어오던 <슈퍼스타K>는 올해 제작되지 않는다. “폐지는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이 프로그램이 언제 다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K팝스타> 역시 현재 방송 중인 시즌6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반응도 있다. 한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케이블 예능의 역사를 바꿨던 <슈퍼스타K>의 시청률은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우승자를 배출해도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요계 3대 기획사가 참여하는 오디션이라는 기치를 높게 걸었던 <K팝스타> 역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맞다. 오디션의 시대는 이로써 종언을 고하고 있다.
‘슈퍼스타 K2’ 우승자 허각. 일요신문DB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슈퍼스타K>의 전성기 때는 100만 명이 넘는 지원자(예선 포함)가 몰리기도 했다. 오디션장을 주변으로 길게 늘어 선 줄은 <슈퍼스타K>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누적 지원자 수는 족히 500만 명이 넘는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오디션에 몰두한 이유는 두 가지다.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며 유명세를 타고 싶은 이들이 많아진 것이 첫 번째 이유라면, 두 번째 이유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이다.
아이돌 시장으로 재편된 가요계는 유력 연예기획사들이 쥐락펴락한다. 그곳에서 오랜 기간 연습생 기간을 거친 후 배출된 이들은 시작부터 주목받는다. 그 범주에 들지 못한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줬다. 끼와 재능만 갖췄다면 심사위원의 전문적 평가와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를 통해 스타가 도약할 수 있다는 핑크빛 전망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동력이 된 셈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하루아침에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하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여러 관문을 거치는 동안 실력을 검증받은 것은 물론이고, 트레이닝 과정과 강도 높은 다이어트, 스타일링을 통해 점차 연예인다운 면모를 갖춰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자체가 시청자들의 즐거움이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출연자가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한 발씩 전진해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도 함께 울고 웃었다.
<슈퍼스타K>의 우승자들은 지금도 연예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서인국은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드라마 <응답하라 1997> <38사기동대> <쇼핑왕 루이> 등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도 발돋움했다. ‘벚꽃엔딩’으로 유명한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은 정상급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났고 허각은 보컬리스트 반열에 올랐다. 이 외에도 존박, 로이킴, 울랄라세션 등이 각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K팝스타> 출신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시즌이 끝난 후 YG행을 택한 이하이, 악동뮤지션 등은 신곡을 낼 때마다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시즌2 준우승자인 방예담 역시 상반기 중 YG의 신인 아이돌 그룹 멤버로 데뷔할 예정이다. JYP로 간 박지민, 백아연을 비롯해 안테나로 간 정승환, 이진아 등이 ‘지망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프로로서 가요계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K팝스타’ 시즌1 심사위원들
# 포스트 오디션 시대를 꿈꾸다
오디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맥이 끊긴 것은 아니다. 다만 주체가 바뀌었다. 그동안은 실력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제는 연습생이나 이미 데뷔했으나 주목받지 못했던 프로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모양새다.
Mnet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는 기성 래퍼들의 경연장이다. 아마추어들도 참가하지만 현장 경험이 풍부한 프로들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가요계에 부는 힙합 열풍에 맞춰 올해도 새로운 시즌을 준비 중이다.
Mnet <프로듀스 101>의 남자 편도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에는 각 기획사의 연습생이나 이미 데뷔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이 대거 참여했다. 각 기획사의 지원을 받거나 기본기를 갖춘 이들의 무대라는 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보다 무대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연예기획사들이 특정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기 위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앞다퉈 론칭하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를 비롯해 YG의 위너와 아이콘, 큐브의 펜타곤과 걸그룹 모모랜드 등도 이런 과정을 통해 정식 데뷔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대중은 싫증을 빨리 느끼는 편인데 반해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꽤 오랜 기간 생명력을 유지해왔다”며 “생존 경쟁을 기반으로 한 오디션 형식은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끄는 아이템인 만큼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며 예능의 단골 아이템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