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지난해 8월 이재현 회장의 ‘8·15특별사면’을 앞두고 청와대와 뒷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자신의 수첩에 법률 용어인 ‘재상고’, ‘기각’, ‘형집행정지신청’ 등을 나열하며 이 회장 신병 처리에 청와대가 개입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지난해 7월 CJ는 이재현 회장에 대한 마지막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상고를 취하했다. 조카를 대신해 그룹을 이끌던 손경식 CJ 회장은 당시 결단에 대해 “모험하는 심정이었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이재현 회장은 선고 다음 달인 8월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재벌 총수 가운데 사면을 받은 기업인은 이재현 회장이 유일했다. 검찰은 이 회장 사면과 관련해 CJ가 투자한 ‘K컬처밸리’ 사업의 대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K컬처밸리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문화융성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로 CJ는 이 사업에 모두 1조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CJ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하면서 “투자 결정은 (오너의) 사면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초 특검은 삼성 외에 SK와 롯데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재현 회장과 손경식 회장은 출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CJ가 특검 수사 초기부터 청와대 수사에 협조적이었던 데다 외삼촌(손경식)이 직접 조카(이재현)의 건강 문제로 선처를 부탁한 것은 법률적으로 빠져나갈 부분이 있기 때문에 건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입장은 특검과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누가 혜택을 입었는지 보면 답은 CJ일 수밖에 없다”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너는 사면됐고, 이미경 CJ 부회장과 그 측근이 힘을 잃으면서 ‘이재현 원톱’ 체제가 공고해졌으며 갈등을 겪던 삼성가(家)와도 표면적으로는 탄원서 제출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CJ의 매출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대비 지난해에는 5조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25조 600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5년 29조 1000억 원으로 뛰었고, 2016년에는 30조 원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재계 일각에선 “CJ가 오너 공백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는 핵심 계열사인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네트웍스를 급성장시키면서 이 회장의 공백을 메웠다.
CJ는 향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한 신호탄을 쐈다. 지난 6일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 그 남편인 정종환 미국지역본부장이 나란히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또 이 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최성욱 비서실장도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재계는 이번 임원 인사로 CJ의 3세 경영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르면 상반기 내 ‘이재현 체제’가 재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구 CJ 사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 회장 복귀의 변수는 검찰 수사다. 이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파문이 재점화하기 시작한 지난 4일 치료차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이른바 ‘이건희 동영상’ 촬영 배후에 CJ그룹의 조직적인 조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최근 검찰은 CJ그룹 재무팀장 출신인 성 아무개 CJ헬로비전 부사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성 부사장은 이 회장의 ‘금고지기’이자 이 회장 재판 당시 법무TF 팀장을 맡은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동영상을 촬영한 일당이 돈을 요구해 거절한 바 있고, 조직 차원의 개입은 결코 없었다”고 항변했다. 반면 삼성 측은 ‘이건희 동영상’ 촬영 배후에 CJ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의심하고 있으며, 일부 사건 관련자가 당시 정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 CJ그룹은 지주사인 CJ㈜를 시작으로 CJ제일제당, CJ오쇼핑, CJ E&M 등 주요 계열사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각 주주총회에서 CJ는 국세청 차장 출신인 박윤준 김앤장 고문을 비롯해 강대형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채경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율촌 고문) 등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선임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CJ의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영입은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CJ 관계자는 “특별히 권력기관 출신을 선호한 적은 없으며, 인사 추천을 받아 영입을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