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아무개 씨(여·27)는 서울의 한 주점에서 해피벌룬이라고 불리는 풍선 안에 들어있는 가스를 마시고 나서 취한 상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인터넷에서 마약을 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이곳을 찾았다. 풍선을 들이마시기만 해도 술에 취한 듯한 상태로 바뀌어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계속 웃음이 나왔다”며 “다만 그 효과가 오래 가지는 않아서 계속 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개 풍선 한 개에 들어가는 기체를 마시면 취한 듯한 느낌이 10초 정도 지속된다. 그러나 머리가 아프고 호흡하기가 힘들었다는 소견을 밝힌 사용자도 있었다. 이 주점에서는 해피벌룬 이용 횟수에 제한이 없어 다들 자유롭게 술을 마시며 해피벌룬을 이용하고 있었다.
해피벌룬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해피벌룬은 각종 파티에서 마약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해피벌룬을 판매하고 있다는 한 술집에 가보니 문 앞에서 ‘아산화질소는 상쾌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 기체’라고 소개하는 광고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점의 업주는 “라오스 현지 클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피벌룬을 즐겨하고 있었다. 한국 술집에서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피벌룬을 원해서 오는 손님들도 많고 거의 모든 손님들이 호기심으로 다 경험하고 간다”며 “해피벌룬만 이용할 때보다 술을 마시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이용하면 정말 마약에 취한 듯한 환각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실제로 라오스에 다녀온 사람들 대다수가 “라오스에서 ‘마약풍선’이라고 불리는 해피벌룬을 경험해봤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는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아산화질소는 원래 정신과와 치과 등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체였다. 미국 워싱턴대학 피터 나젤 교수는 “치료효과를 장기적으로 체크하지 못한 단점이 있지만 아산화질소 치료가 우울증환자에게 신속한 효과를 보인 것은 사실”이라며 아산화질소가 중증 우울증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014년에 발표하기도 했다.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게 했고, 두 시간 만에 3분의 2에 해당하는 환자들에게서 우울증상의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한 주점에서 해피벌룬을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 아산화질소를 흡입할 경우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임 교수는 “아산화질소를 급격하게 많이 흡입할 경우 체내 산소 농도가 떨어져 질식, 호흡곤란,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과 이에 따른 2차적 외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비타민 B12결핍증, 말초 신경병증, 척수병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자연유산과 기형 발생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3기 이전에는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험성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산화질소 오남용에 대한 규제는 없었다.
다수 의사들은 일반인들이 아산화질소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 했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아산화질소를 구입할 수 있었고, 중고거래도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산화질소 사용법에는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이라며 ‘휘핑크림을 만드는 휘핑기에 꽂아 사용’이라고 명시돼 있었고, 제품 유형이 화학적합성품식품첨가물로 분류돼 있었다. 화학물질관리법에 아산화질소를 규제하는 법조항은 없었다. 결국 누구든지 손쉽게 집에서도 아산화질소를 흡입할 수 있는 것.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아산화질소가 남용된다면 마약류 관리법 등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술집에서 마약을 하는 것 같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진행했다. 가스에 들어있는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는데 마약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후유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마약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아니다. 심각성을 고려해 식약처에 분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환각물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