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옆은 주승용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대선 판의 주도권은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이 와중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개헌 발 정계개편 시동으로 제3지대 포지션마저 잃을 처지에 놓였다.
박 대표는 킹 도전 가능성까지 열어둔 김 전 대표의 광폭 행보를 연일 깎아내리면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대표적인 전략가 박 대표의 제3지대 구상과 김종인 발 개헌 정계개편이 충돌하자, ‘박지원 대 김종인’의 전쟁이 대선 변수로 격상할 조짐이다.
박 대표는 3월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표의 직접 등판 가능성에 대해 “추대를 받는다고 하면 모르지만 경선으로 후보가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표는 공개적으로 김 전 대표를 향해 “대연정 같은 큰 그림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결을 달리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대표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는 등 ‘강온양면’ 전략을 쓰고 있다.
김 전 대표의 탈당 전까지 이들은 19대 대선 판의 ‘막후 조정자’로 분류됐다. 야권 주도의 연합정부가 출범할 경우 초대 내각 1순위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 안에서, 박 대표는 민주당 밖에서 ‘문재인 때리기’에 나서면서 반문(반문재인) 지대 형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제3지대도 새 국면을 맞았다. 그간 박 대표는 측근들에게 조기 대선의 3가지 변수로 ▲김종인 탈당 여부 ▲개헌발 정계개편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안론 등을 꼽았다.
이 중 김 전 대표의 탈당은 현실화됐다. 즉각 개헌발 정계개편은 시동을 걸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3월 15일 ‘대선 당일 개헌 국민투표’에 전격 합의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김 전 대표를 포함한 개혁세력 연합·연대로 문 전 대표를 이기겠다”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들은 3월 7일 조찬회동을 하고 개헌 연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손 전 대표는 같은 달 14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극비리에 회동했다. 막판 무산됐지만 김 전 대표는 손 전 대표를 포함해 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유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의 3월 15일 조찬 회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때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의 자강론에 힘을 실어줬던 박 대표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안 전 대표의 지지도는 10% 초반대에 불과하다. ‘안철수-손학규-천정배’로 이어지는 경선 빅대결은 룰 갈등의 덫에 빠지면서 초반부터 흔들렸다. 급기야 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3월 14일 “경선 승리의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며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이른바 ‘박지원 구상’의 나사가 빠진 셈이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의 대선 구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한 관계자는 “당 경선이 궤도에 오르면 흥행은 자신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