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개장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국내 1호 매장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내 시판 모델은 제로백 2.7초가 아니다
‘제로백’은 정지 상태(0km/h)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제로백 2초대는 슈퍼카의 영역이다. 람보르기니의 기함 ‘아벤타도르(5억 7000만 원)’의 제로백이 3.0초, 페라리가 최근 공개한 기함 ‘812 슈퍼패스트(미출시)’의 제로백이 2.9초다. 그런데 전기차 제로백이 2.7초라니, 황당한 고성능이다. 테슬라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전기차지만 일반 자동차 마니아들의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성능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판되는 모델의 제로백은 2.7초가 아닌 4.4초다. 2.7초는 모델 S 중 가장 비싼 퍼포먼스 등급인 ‘P100D’의 제원이다. 국내 시판되는 것은 모델 S의 총 7개 라인업(60, 60D, 75, 75D, 90D, 100D, P100D) 중 세 번째로 비싼 등급인 ‘90D(기본가격 1억 2000만 원)’다. 물론 제로백 4.4초도 스포츠카의 영역이다. 참고로 ‘쏘나타 2.0 터보’의 제로백은 7.5초로 알려져 있다.
# 자율주행기능은 추가 옵션
자율주행으로 운전하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것이 대서특필될 정도로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은 유명하다. 현재 판매 중인 차들 중에서는 가장 진화된 자율주행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델 S에 ‘오토파일럿’ 기능을 추가하는 비용은 660만 4000원이다. 오토파일럿은 고속도로와 같은 곳에서 고속주행 시 사용하는 기능이다. 고속도로에는 행인, 자전거 등의 위험요소가 적기 때문에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은 아니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려면 오토파일럿을 선택한 뒤 396만 30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단, 국내 자동차법규는 자율주행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차량의 오작동으로 인한 책임은 운전자가 져야 한다.
# 최대 주행거리는 378km? 512km?
국산 전기차 중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191km다. 테슬라 홈페이지에는 90D의 주행거리를 512km로 표시한 화면이 나오는데, 이는 실험실이란 이상적 조건에서의 결과일 뿐이다. 실주행시에는 다양한 속도의 변화, 에어컨 사용 유무 등을 반영하게 되므로 그보다는 낮게 나온다.
테슬라가 제시하는 1회 충전 당 최대 주행거리는 국내 환경부 인증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도 홈페이지에서 제원상 모델 S 모델 S 90D의 주행거리를 473km로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 환경부 인증에서는 실주행 상황을 더 반영해 378km로 정해졌다. 테슬라 홈페이지만 믿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 없이 달리다가는 도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 검은색 외 색상은 132만 원 내야 가능
테슬라 모델 S는 루프, 휠, 인테리어 등을 세세하게 선택할 수 있다. 대신 기본사양을 벗어나면 모두 추가비용이 든다. 차량색상은 블랙이 기본으로, 회색, 파란색 등 다른 색상을 원하면 추가로 132만 1000원을 내야 한다. 모델 S의 시그니처(대표적인) 컬러인 레드의 경우는 198만 1000원이다. 선루프를 선택하면 264만 2000원가 추가된다.
당연히 들어가 있을 것 같은 열선 패키지도 132만 1000원을 내야 한다. 모든 선택사양을 지정할 경우 가격은 1억 6135만 2000원으로 기본사양 대비 33% 비싸다.
# 국내 표준과 어긋나는 충전기
테슬라는 자동차에 집약된 기술만큼이나 충전기술에도 앞서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 시스템은 최대 120kW급 고전력을 바탕으로 30분 이내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문제는 이 슈퍼차저 시스템이 국내 규격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자체 슈퍼차저 충전소를 설치 중이라고 하는데, 가격대를 봤을 때 대중화가 금방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 ‘AC3상’ 규격의 충전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이나 쉐보레 볼트 전기차는 ‘DC콤보’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AC3상 방식의 전기차는 르노삼성 SM3 Z.E. 한 종류뿐이다. AC3상의 경우 최대전력이 43kW로 테슬라 슈퍼차저만큼의 고전력을 지원하지 못한다.
# 충돌 테스트에서 체면 구기다
올해 2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테스트에서 테슬라 모델 S는 5개 충돌테스트 중 가장 중요한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IIHS는 “최고의 하이테크가 최고의 안전을 뜻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델 S의 경우 안전벨트가 충분히 조여지지 않아 실험용 더미의 머리가 에어백을 지나 운전대에 강하게(hard) 부딪힌 점이 지적됐다.
테슬라 모델 S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을 받지 못했다. 사진=IIHS
# 그럼에도 모델 S를 산다면
자동차 마니아로서는 모델 S가 매력적인 자동차다. 전기차지만 친환경을 강조하기보다는 ‘달리고 꺾고 멈춘다’는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섀시의 80% 이상을 알루미늄 소재를 썼다. 가볍기 때문에 발군의 가속력이 나온다. 밸런스 면에서도 뛰어나다. 부품 중 가장 무거운 배터리팩이 승차공간 아래 장착돼 미드십엔진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무게중심과 저중심을 이뤘다.
# 모델 S는 맛봬기, 모델 3가 폭풍의 핵
주목할 점은 프리미엄급 모델 S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뒤 보급형인 ‘모델 3’를 내놓을 시기다. 모델 3의 미국 가격은 3만 5000달러에서 시작한다. 올해 중순 생산이 시작돼 내년 중후반에 소비자들이 차를 가질 수 있게 된다. 3만 5000달러면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쉐보레 볼트(Volt)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2009년 아이폰 도입 때의 ‘애플 쇼크’처럼 2018년 ‘테슬라 쇼크’가 자동차업계를 강타할지도 모른다.
우종국 비즈한국 기자 xyz@bizhankook.com
※ 이 기사는 축약본으로, 비즈한국 홈페이지(색상도 옵션, ‘테슬라 모델 S’ 이래도 살래?)에 가시면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