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크 매서니 감독으로부터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 낙점 받은 오승환의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선 극과 극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메이저리그 ‘루키’ 신분이었던 지난해는 팀의 전담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에 도전하는 입장이었지만 올 시즌 로젠탈이 선발로 보직 변경을 이루면서 오승환은 부담 없이 전담 마무리 자리를 이어받았다.
오승환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일찌감치 마이애미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몸을 만들었다.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나면서 FA 신분이 되는 오승환으로선 ‘무조건’ 건강한 투구를 펼쳐보여야만 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통해 ‘돌부처’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오승환의 향후 거취에 대해선 현지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미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구단은 오승환과 재계약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오승환의 의중. 세인트루이스와의 절묘한 궁합에 만족하고 있는 오승환으로선 재계약 쪽으로 중심추가 기울지만 FA 시장에 나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오승환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추신수는 부상 없이 팀에 헌신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시범경기 동안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굉장히 느린 패턴으로 몸을 만들고 있기 때문. 시범경기 출전도 이틀에 한 번 경기에 나서며 휴식 시간을 늘리고 있다. 이전의 추신수한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사실 우리 같은 베테랑들한테 시범경기의 성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시범경기가 아닌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 물론 이렇게 느린 진행 과정들이 때로는 내게 답답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지난해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게 많았다. 올 시즌은 무조건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의 추신수를 보이는 게 목표이다.”
추신수는 얼마 전 제프 배니스터 감독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갖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추신수는 자신이 팀을 위해 헌신할 각오를 하고 있고, 어떤 위치에 처해도 팀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배니스터 감독 또한 자신의 시즌 구상을 설명했고, 추신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스프링캠프 전까지만 해도 박병호의 입지는 우울 모드였다. 미네소타 구단으로부터 캠프 직전 방출 통보를 받았고, 그의 계약이 마이너리그로 이관되면서 결국 그는 초청 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그러나 막상 시범경기가 시작되자 박병호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 지명타자로 꼽혔던 케니스 바르가스를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병호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빠른 볼에 대한 공략이 눈에 띈다.
플로리다에서 직접 박병호를 만나고 애리조나로 넘어온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팀 내 입지가 상당히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허 위원은 박병호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올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케니스 바르가스가 부진한 반면 박병호의 가치는 점점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성적이 좋으니 팀 내 입지가 점차 올라가는 것 같다. 박병호가 지난겨울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 무엇보다 지난 시즌 한 차례 마이너리그 경험을 했던 게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도움을 줬다고 본다. 캠프 때 보니까 타석마다 자기 스윙을 했다. 타석에서 준비 동작이 빨라졌는데 그게 장점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박병호의 개막전 로스터 진입은 별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맞이한 김현수는 지난 시즌과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무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벅 쇼월터 감독은 좌투수가 나올 경우 김현수를 라인업에서 제외시키며 휴식을 주고 있어 현지 언론에서는 김현수를 플래툰 시스템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김현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허구연 위원은 김현수의 타격폼의 변화를 짚어냈다.
“레그킥 동작이 굉장히 부드러워졌고, 그 과정을 통해 타격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플로리다 캠프에서 만났던 김현수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엄청난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흐르더라. 스스로 감을 찾고 나니 타석에서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좌투수에 약점을 갖고 있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면 개막전 로스터 진입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내 예상으로는 올 시즌 김현수가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것만 같다.”
초청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황재균은 팀내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
초청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황재균도 홈런 3개를 터트리며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문제는 내야진에 엄청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 이대호처럼 반전 드라마를 쓰려면 에두아르도 누네즈, 코너 길라스피, 고든 베컴, 지미 롤린스, 애런 힐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다시 허구연 위원의 설명이다.
“황재균이 처음부터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설령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기회가 없는 게 전혀 아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 공백이 생겼을 때 콜업될 확률이 높고, 그런 기회 속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에두아르도 누네즈를 넘어서기란 어렵다고 본다. 그의 경기를 보면 공수주에서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애런 힐과의 경쟁에서도 앞서는 상황이 아니다. 25인 로스터 진입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부담 갖지 말고 자신의 존재감을 심어주길 바란다. 어떤 상황에서 팀이 황재균을 필요로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워낙 똑똑한 친구라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에 등판, 3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 52개로 스트라이크 32개를 잡았다. 이날 경기에서 첫 장타와 실점, 볼넷을 허용했지만 4개의 삼진을 잡고 투구 수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또 다른 희망을 봤다고 할 수 있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류현진은 “제구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변화구와 투구수와 이닝을 늘린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막 로테이션 합류 여부에 대해서도 자신했다. 지금처럼 등판 때마다 투구 수와 이닝을 늘려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류현진은 최근 시범경기에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정규 시즌 등판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캠프가 끝날 때쯤 선발 로테이션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 항상 류현진이 돌아올 거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좋은 몸 상태로 돌아왔고, 팔도 더 좋아진 모습이었다. 이제는 팔을 보호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투구도 날카롭고 일정하게 잘 던진다. 건강에 대한 확신만 선다면 우리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단어가 ‘건강’과 ‘꾸준함’이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켜 나간다면 올 시즌 새벽잠을 설칠 야구팬들이 점점 늘어날 것만 같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단짝 야시엘 푸이그 “현진, 네가 있어야 나도 힘이 나” 류현진의 재기를 기다리는 이들 중 다저스 선수들도 포함됐다. 특히 다저스 야수진의 리더로 꼽히는 저스틴 터너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에게 ‘You can do it’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You can do it’을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할 수 있어”라고 얘기해주자, 저스틴 터너는 한국어로 “현진, 할 수 있어!”라고 말하고선 “긴 말 필요 없다. 난 류현진이 할 수 있고, 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저스틴 터너는 누구보다 류현진의 투구를 가까이 지켜봤고, 그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투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중심타자인 아드리안 곤잘레스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차분한 음성으로 류현진을 응원했다. “그는 정말 대단한 투수이다. 그가 건강만 되찾는다면 우리 팀 투수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야수들은 어떤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느냐에 따라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야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존재이다. 그의 공은 여느 투수들과는 다른 힘을 갖고 있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류현진이 반갑기만 하다. 그가 마운드에서 공을 뿌려대는 모습이 정말 그리웠다.” 야시엘 푸이그도 류현진 응원 행렬에 빠지지 않았다. 푸이그는 류현진 하면 ‘대단하다’란 단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류현진에게 이 말을 꼭 전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Go 류현진, Go 코리아!”. “현진, 내가 널 뒤에서 응원하고 있어. 난 네가 마운드에 올라가야 나도 필드에서 힘이 나. 난 네가 없으면 경기에서 잘 못 뛰니까 우리 올해는 꼭 잘하자!” 푸이그다운 응원 메시지이다. 스캇 반 슬라이크도 건강한 류현진을 응원한다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우린 모두 그가 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다들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보길 희망했다. 우리 팀은 류현진을 사랑한다. 올 시즌 건강을 되찾아서 오랫동안 다저스와 함께 하길 바란다.” 다저스의 외야수 트레이시 톰슨. 그는 류현진과 묘한 인연을 언급했다. “나와 스캇 반 슬라이크, 그리고 류현진은 모두 지난 시즌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선수들이다. 우린 함께 아팠고, 함께 그 고통을 이겨냈다. 몇 주 전 류현진이 라이브 BP를 했을 때 내가 타석에서 그의 공을 상대했었다. 공 끝이 아주 좋았다. 이전의 류현진을 보는 듯해 진심으로 반가웠다. 그가 건강하길 기도한다. 우리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진출이기 때문에 그 길을 가기 위해선 류현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진심으로 류현진은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이다.” 작 피더슨도 류현진의 등판을 환영했다. “오늘 류현진의 투구폼이 매우 좋았다. 스트라이크도 많이 던졌고 또 여러 가지 투구를 보여줬다. 홈 플레이트 왼쪽, 오른쪽으로도 섞어 던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가 다시 (시범경기)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기쁘다. 이건 진심이다(웃음). 비록 시범경기이지만 다음 등판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 확신한다. 경기에 뛰는 류현진을 보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