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한반도미래포럼 대선주자 특별대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유 의원은 어느 정당의 어떤 후보가 보수의 적통인지를 두고 국민에게 먼저 물어보는 과정을 거치자고 주장한다. 주자 간 내밀한 조율과 협상을 통한 단일화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보수지지층이 A냐 B냐를 선택하는 예선전을 치르자는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김황식 전 총리의 불출마가 이들의 예선전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홍준표와 유승민, 그 다음 3지대 주자 간의 단일화,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까지의 단계별 단일화가 스토리를 만들면 문재인 대세론을 역전하는 ‘언더독 효과(약자의 승리를 바라는 현상)’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진즉에 대선 출마가 어렵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 한 달 전 목동의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제가 어떻게 출마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취지로 뜻이 없음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여의도까지 건너오고 있던 터였다. 황 권한대행은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모교인 성균관대의 기독교 동아리 설립을 주도했고 권한대행 전까지도 해당 홈페이지에 신앙과 관련한 글을 남겼다고도 한다. 그가 얼마나 열렬히 복음을 전파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대선주자 여론조사 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는 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당 지도부나 일부 친박계의 요청 내지는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일찌감치 불출마한 마당에 여론조사에서 10%를 상회하는 그마저 빠진다면 보수층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이나마 바른정당을 상회하는 정당 지지율을 보이는 것도 황 권한대행 존재가 컸다. 통상 여론조사에선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기 싫다면 해당 기관에 연락해 이름을 빼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황 권한대행 자신이 거론되는 것이 싫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한 고위 관계자는 “일부러 기관에 전화까지 해서 이름 빼달라고는 하지 말라는 상호 간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며 “홍준표의 등장과 황 총리의 불출마가 묘하게 겹치는 것도 그런 예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당 대선주자의 막판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황식 전 총리는 애초부터 대선에는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3월 15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총리의 이름을 거론한 것은 언론에까지 등장시켜 그를 마지막까지 압박해보자는 계산이 깔렸다고 풀이된다. 그만큼 김 전 총리는 대권에는 욕심이 없었다.
15일 밤의 이야기다. 김 전 총리는 과거 자신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자신을 도운 캠프 핵심 관계자 몇몇과 회동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서울시장 자리는 제 전공인 행정의 연장선이라면 대선은 행정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깝다”면서 “준비도 돼 있지 않고 물리적으로 시간도 없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큰 정치는 자신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의원과 친박계가 꾸준히 김 전 총리와 접촉해왔다고 한다. 전직 캠프 관계자는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한 것도 있지만, 예전 서울시장 출마 당시 쓸개까지 빼줄 것처럼 하던 친박계가 여론조사 수치가 안 나오자 썰물처럼 빠져 나간 것이 김 전 총리로선 큰 상처였다”면서 “사실상 친박계를 믿지 못하는 요인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오기만 원했던 홍 지사는 몸풀기를 마감하고 시동을 걸었다. 국회 앞 대하빌딩 9층에 캠프 사무실을 계약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경남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윤한홍 의원이, 당 밖에서는 18대 국회의원으로 현재 경남도 정무특보인 이종혁 전 의원이 뛰고 있다.
홍 지사가 한국당 초선 의원, 재선 의원, 경남도 의원들과 공식·비공식 회동을 잇따라 여는 것도 이 두 전현 의원이 자기 일처럼 뛰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한국당 한 초선 의원은 “윤 의원이 한 다섯 번은 전화를 한 것 같다”면서 “사실 우리도 홍 지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데 이렇게 자기 일처럼 하는 분들이 계시니 달리 봐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홍 지사의 핵심 측근으로부터 전해들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단지 이것이 홍 지사와 교감을 통해 개진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의 출마 선언장소에 얽힌 이야기다. 홍 지사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3월 18일 출정식을 가졌다. 그는 경남 창녕 출신이지만 대구 영남중, 영남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 입학했다. 피는 PK(부산경남)이지만 정서는 TK(대구경북)이다.
홍 지사는 사석에서 “영남권이 지지해주는 주자가 대권을 잡는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불출마는 그에게 PK의 보수층을 안겨줬다. 부산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경남고)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부산고)로 쪼개졌다면 PK를 통틀어 이곳 출신은 현재 홍 지사가 유일하다. 진보지지층은 갈리되 보수지지층은 자신을 지지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TK표가 유승민 의원에게 전폭적이지 않다는 점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보고 있다.
홍 지사는 항소심 무죄 판결 직후 겨눴던 친박계(그 자신은 이들을 ‘양아치 친박’이라 칭했다)를 향해 더는 화살을 겨누지 않는다. 한국당 내 친박계의 조직력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이들의 원조 없이는 한국당 대선주자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동계’로까지 불리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강성 친박계를 두고 홍 지사는 “인간적인 정리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까칠한 홍 지사의 덕담으로는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홍 지사는 친이계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친이계와도 가깝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대표와 홍 지사도 가깝다. 이들이 그리는 구상이 단일 보수 후보라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닌 듯하다. 보수 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
‘한밤중 욕설 회의’ 김무성계-유승민계 갈등 내막 3월 13일 밤에서 14일 새벽으로 이어진 바른정당의 심야 의원총회에선 고성과 욕설과 행패 직전의 난동까지 오갔다고 한다. 4명의 주인공은 김무성계로 꼽히는 김학용 김성태 의원과, 유승민 계보인 이혜훈 김세연 의원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병국 전 대표가 소임을 다 했다고 물러난 뒤 현재 바른정당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대표 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의총에선 새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두고 소집됐다. 포문을 누가 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논란은 하나였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느냐,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느냐. 김무성계는 “당 대선주자들 지지율이 워낙에 바닥이니 비대위로 전환해 김무성 의원을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우자”고 했다. 유승민계는 “주자들은 열심히 뛰는데 일부 사람들이 팔짱만 끼고 있다. 선대위로 빨리 전환해 대선에 집중하자”고 했다. 이는 비대위원장과 선대위원장의 권한과 무관하지 않다. 비대위원장은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수행하면서 의결권을 가진다. 바른정당 당헌당규도 비대위 체제의 의결권을 보장한다. 반면 선대위원장은 대선주자의 대권행을 돕는 정도에서 그친다. 김무성계는 비대위원장이 돼 대선보다는 조직강화에 힘을 쏟을 공산이 크다는 게 유승민계의 걱정인 셈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부터 김무성 사람을 심어 당권을 완전히 장악해버리면 유승민계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계는 지지율이라는 유 의원의 약점을 파고들었고, 유승민계는 이들의 꼼수를 짚었다. 김성태 의원은 김세연 의원에게 “나이도 어린 게 아버지에게 정치를 그런 식으로 배웠냐”고 고함을 질렀고, 김세연 의원은 “같은 3선이다. 선친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는 사과하라”고 맞섰다. 테이블의 마이크가 허공을 가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그 직전의 상황이다. 의총 전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조용히 둘만 만나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비대위 체제는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의총에서 김무성계가 비대위 체제를 재차 거론하니 유승민계로서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해당 의총 과정에서 김 의원은 슬그머니 빠졌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비대위 체제가 한 번 더 거론되길 원했다는 것이 유승민계의 판단이다. 유승민계는 김 의원이 비대위를 잡으면 한국당 추가 탈당파들의 합류가 쉽지 않다고 본다. 또 김 의원에게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한국당에서 친박계 아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무성계는 김 의원이라도 나서야 제3지대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의 당 대선주자 지지율로는 대선 흥행이 애초부터 어렵다고 판단해버린 셈이다. 불과 33명의 바른정당이지만 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두고 혀를 차는 이들이 적잖다. 김무성과 유승민의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권의 진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겪으며 사라지는 분위기다. 보수도 분열로 망할 수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분당, 바른정당의 내홍이 보여주고 있다. [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