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오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불출마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보수 진영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자유한국당은 예비경선을 거치지 않고 본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특례규정까지 만들어 황 대행을 향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주로 야권 잠룡들이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순위권을 다투는 가운데 황 대행만이 홀로 고군분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대행은 최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대행은 3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5월 9일을 대선일로 결정하면서 “저의 대선 참여를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황 대행 불출마의 최대 수혜자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홍준표 경남지사로 보인다. 2017년 3월 15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 차기대선 다자 지지도 조사에 의하면 문 전 대표(37.1%)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안 지사(16.8%), 안 의원(12.0%), 이재명 시장(10.3%) 홍 지사(7.1%)가 각각 뒤를 이었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2.7%p. 홍 지사의 지지율은 3.5%p가 올랐다. 홍 지사와 안 지사는 5명의 주자군 중 가장 높은 지지율 상승세를 보였다.
리얼미터 측은 “안 지사는 TK(대구·경북)에서 지지층 다수를 흡수하며 다시 15% 선을 넘어섰고,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보수층에서 결집하며 약 석 달 만에 10%대 초중반으로 상승했다. 보수층과 자유한국당 지지층, TK와 PK(부산·경남·울산), 60대 이상과 50대 등에서 지지층이 홍 지사 쪽으로 급격하게 결집했다”고 밝혔다. 황 대행의 빈틈을 보수적인 색채를 어필하고 있는 주자들이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이번 긴급 여론조사는 2017년 3월 15일(수)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만 1749명에게 접촉해 최종 1015명이 응답을 완료해서 8.6%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여심위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한국갤럽 3월 3주차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33%), 안 지사(18%), 안 의원(10%) 이 시장(8%), 황 대행(7%)이 차례로 순위권에 올랐다. 갤럽 측은 “불출마 선언 전까지 응답 완료 인원은 약 540명이었다. 이후 황교안 응답이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조사 진행 셋째 날에도 황교안이 간간이 응답됐다. 그때까지 불출마 소식을 접하지 못했거나 여전히 출마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일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측은 홍 지사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수혜자로 꼽았다. 홍 지사는 전주 대비 1%p 상승한 2%의 지지율을 보였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이 1%를 기록해 처음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갤럽 측은 “황교안 응답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홍준표 언급이 늘었고, 새로운 인물로 김 의원이 등장했다. 황교안 불출마 영향은 다음 주 조사에서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고 밝혔다(이번 조사는 2017년 3월 14~16일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유권자 총 4551명에 통화를 시도해 1004명이 응답을 완료해서 응답률은 22%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여심위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허성무 정치평론가는 “결국 홍 지사가 황 대행 불출마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예선이지만 본선은 진영논리 싸움이다. 안 지사를 향하고 있는 보수 표심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본선을 시작하면 TK를 중심으로 보수표가 전부 홍 지사로 향할 수도 있다. 만약 문 전 대표와 안 의원, 홍 지사 3파전이 벌어진다고 볼 경우에 보수표의 대부분은 홍 지사로 쏠릴 것이다”고 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