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협·윤장현 시장 등 “중국기업 인수 우려, 지역경제 미치는 영향 등 고려해야”
-일각 “민관합작펀드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토록 지원해야” 목소리도 나와
윤장현 광주시장이 지난 1월 금호타이어 파업 당시 시장시장실에서 노사 대표를 불러 중재를 하고 있는 모습. <광주시 제공>
[광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논란이 일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대선정국을 타고 지역 정치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대선주자들도 금호타이어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권으로 번져가고 있는 양상이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대우건설 인수 실패로 경영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박 회장은 사재 출연을 통해 우선 매수청구권을 확보했지만 매수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박 회장이 우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가 꾸린 컨소시엄에 넘어간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난 13일 금호타이어의 지분 42.01%를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에 9천55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자칫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매각될 경우 지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인수되면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뒤 기술만 빼앗기고 버려진 쌍용자동차의 재판이 돼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군용차량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금호타이어의 특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 주력기업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인수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렇게 되면 광주와 곡성공장 폐쇄 우려에 따른 고용불안과 함께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도미노효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광주시민협은 “이번 산업은행의 결정은 신중하지 못하고,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최근 시장논리에만 치우친 그릇된 결정이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이끈 전례가 있듯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보다 거시적이고 국익에 부합하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국내 직간접 관련 업체들의 피해와 더불어 금호타이어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쌓아왔던 세계적인 기술력마저 중국기업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주시민협은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생산기술만 챙기고 무차별적 구조조정과 노동자 해고 등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돌아간 ‘쌍용차 사태’를 “교훈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광주시 입장’을 내고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지역민들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인수 희망 주체들은 장기고용보장계획, 연구개발, 설비투자 등에 대한 계획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주 호남에서의 경선을 앞둔 각 당과 대선주자들도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내 공장의 고용 유지가 매각의 조건이 돼야한다”며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금호타이어가 쌍용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도 “장기고용보장,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중국 더블스타가 우선매수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적정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안 지사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가진 토크콘서트에서도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울한 소식이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했다”며 “산업 구조조정에 있어 국가적인 전략 기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대선 예비후보인 박주선 국회 부의장도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넘어간다면 4000여 명의 고용 불안, 기술력 유출에 따른 국내 타이어 업계 연쇄 피해, 방산기술과 상표권 유출 등이 우려된다”며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당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매각 추진에 대한 특별 성명서’를 내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매각 추진은 광주·전남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지역경제 및 국민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며 “금호타이어의 불공정 매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매수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박삼구 개인에게도 매각 우선권자로서 매각 관련 정보는 물론 같은 조건 즉, 콘소시엄을 구성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하루속히 관련 회의를 소집해 박 회장에게도 같은 조건을 부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국회 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 산업은행 매각 추진과정의 불공정행위를 따지고 시정을 촉구하겠다”며 “우리의 기업을 보호하고 노동자의 고용승계 등 지역경제, 국민경제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에 컨소시엄 방식의 인수를 요청하고 있다. 6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더블스타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채권단과 맺은 약정서상 제3자 양도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자체 해석에 따른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과 약정에 따라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은 있지만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권리는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금호그룹은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권은 주주협의회 사전 서명이 없으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약정서 내용을 주주협의회 동의를 얻으면 컨소시엄 방식의 인수도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큰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와 노조가 참여하는 민관합작펀드를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금호타이어 처리가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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