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채권단에 ‘컨소시엄 방식’ 인수 방안을 제안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발단이 된 것은 박 회장이 채권단에 ‘컨소시엄 방식’ 인수 방안을 제안하면서다. 채권단은 2009년 경영난에 빠진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박탈하면서 향후 박 회장이 자금력을 회복할 경우 경영권을 돌려주기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다만 박 회장은 9550억 원에 달하는 금호타이어 주식을 사들일 정도의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에 여러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박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도 CJ·코오롱 등과 손잡은 적이 있다. 박 회장은 SPA를 체결한 더블스타가 6개 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다며 형평성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20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이를 검토했으나 여러모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의 계약서에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게 (주식을) 양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경영에 실패한 기업 오너들이 우군을 구축해 경영권을 회복하거나, 보유 주식을 헐값에 처분해 기업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박삼구 회장은 일단 자본력이 충분하지 못하고 여론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2009년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다른 계열사가 사들이는 식으로 계열사 부당 지원을 벌였다는 의혹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우선매수청구권은 박 회장 개인의 권리라 다른 투자자에게 나눠줄 수 없다는 것이 산은의 판단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제3의 기업에게도 금호타이어의 지분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제안을 검토하는 것도 절차상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끝난 회사를 과거 잘못을 저지른 원래 오너에게 되돌려주기 부담이 되며 채권단이 이를 꼭 승인해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22일까지 가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오는 4월 13일까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 박 회장은 채권단이 자신의 입장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오른쪽)이 SUV용 신제품 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홈페이지
만약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입장을 들어줄 경우에도 문제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더블스타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본입찰에 참여했던 5개 기업 모두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더블스타는 이미 소송전이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세계 3대 로펌인 영국계 클리퍼스 찬스와 중국 최대 로펌 올브라이트, 한국의 태평양 등 호화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계속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통령 유고 상황이라 교통정리가 잘 안 이뤄지는 데다 정치적 책임을 져 줄 곳이 없어 관가는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산은을 방패막이 삼아 물밑에서 이번 매각 작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이 매각을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매각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국방부와 협의해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열어 놨다. 타이어 기업은 전시 트럭·전투기용 타이어를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다. 호남권 표심에 목이 마른 정치권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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